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핵마피아의 정보독점과 은폐, 그 꼼수를 밝히자

opengirok 2012. 3. 7. 15:19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언주 간사


 

“그동안 우리가 속은게 아닐까?”
얼마 전 ‘핵발전소, 이제 우리도 알거든’(감독: 스즈키 토시아키)이라는 탈핵영화를 보았다. 일본의 평범한 아줌마 유키에와 요오꼬는 지진과 쓰나미에도 괜찮다는 핵발전소 홍보에 그동안 우리가 속은 게 아닐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진실, 핵에너지의 경제성과 안전성, 피폭노동자이야기를 아줌마들의 수다로 풀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내내 “그동안 우리가 속은 게 아닐까?”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핵에너지만큼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정부, 핵산업계, 정치인을 비롯한 핵마피아들의 핵에너지찬양정책과 홍보, 정보의 독점과 은폐덕분이다. 하지만 스리마엘부터 최근 후쿠시마까지의 핵발전소사고들을 보면서 다시 묻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속은게 아닐까?” 



한수원, 알맹이 쏙 뺀 정보공개
TV, 신문, 지하철에 도배된 ‘원자력은 행복에너지’와 같은 원자력광고가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중 3.7%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핵발전소를 반대하더라도 전기요금을 내면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한수원에 원자력관련 광고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었다. 2009년에 59억여원, 2010년에 38억여원, 2011년 8월까지 32억여원을 광고비로 지출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광고계약매체명은 비공개했다. 

한수원 홈페이지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정보공개청구 대상기관에서 제외되었으나, 국민의 알권리 충족 및 투명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 정보공개업무 운영기준을 제정('05.11.16)하고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라고 정보공개운영지침을 자랑스럽게 게시하고 있다.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비공개결정 때문에 이의신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한수원은 본래 정보공개의 의무가 없다. 회사방침상 정보공개운영지침을 만든 것이고 이정도도 공개하기 어려운 건데 해준거다. 이의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했다. 
어쨌든 이의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비공개였다.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경영을 위해 정보공개운영지침을 둔다고 생색내더니 정작 알맹이는 쏙빼고 공개한 것이다. 



핵마피아, 정보공개꼼수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승수변호사(정보공개센터 이사)가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과정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문하여 열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복사도 안 되고 전자파일로도 줄 수 없으니 열람만 하라는 거다. 보고서의 내용이 대부분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열람만하라는 것은 사실상 공개를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행정심판을 진행중이다. 정보공개청구시에 청구인이 원하는 형태로 공개받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은 일방적으로 공개방법을 변경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또 핵발전소 관련정보는 국민의 삶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보이므로 어떻게든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외에도 핵발전소관련 정보공개의 문제는 많다. ‘방사능피폭예방약품보유현황’을 청구했더니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교과부로, 보건복지부로, 다시 행정안전부로, 식약청으로, 또 다시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서로 핑퐁질을 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도 이 정보가 어느 부처 소관인지를 헷갈려하고 있고 공개결정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또 과거 핵발전소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국민들에게 빠르게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경우가 많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고들 까지 감안하면 완전은폐된 핵발전소사고관련 정보는 더 많을 것이다.

 핵발전소와 관련한 정보는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인터넷으로 ‘원자력’이라고만 검색하도 수십개의 관련기관 홈페이지가 나온다. 그 기관들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말에 속았고 핵마피아들은 그동안 마음껏 정보를 독점하고 은폐할 수 있었다. 




발전소와 핵에너지정책은 집앞에 도로를 새로 정비하는 정도의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중요한 사업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과정, 핵에너지협력세미나현황, 핵발전소부품교체 현황 등등을 청구중이다. 전부공개해줄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핵에너지정책에 아무 꼼수가 없다면 공개 못할 정보도 없을 것이다.
3월이다. 몇일 뒤면 후쿠시마핵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된다. 돌이킬 수없는 재앙, 후쿠시마를 한국에서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 핵의 꼼수를 밝히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글은 <주간경향>에 '핵마피아의 정보독점과 은폐'라는 글로도 갈무리되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