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무명화가에게 약12억 예산투입. 화천군의 묻지 마 배팅.

opengirok 2012. 3. 20. 14:5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도류 



2012년. 화천군에서는 지방예산 약12억을 한 무명화가를 위한 겔러리와 생활 작업공간으로 투입하기로 사업을 집행하고 있기에 그 사업설계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탐사해보았다.


-의회보고 내용-
2012년 01월 16일.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이른바 사운드 갤러리 조성사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의회에 보고하였다.

「DMZ생태관광코스와 산소실 등 관광코스 상품을 개발하고 팸투어, 기업연수 그리고 소규모 수학여행단 등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겠고 더불어 ~중략~ 아울러 라이브갤러리 유치 ~중략~ 파로호에는 사운드 갤러리를 조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산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되는 것인지는 다음의 설명에서 나온다.
 
「국가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은 금년에 15억원이 배정됐는데 ~중략~ 은행나무라든가 무궁화 같은 걸 식재하는데 한 2억원 정도를 쓰면 되겠고, 나머지 예산을 가지고는 파로호 생태탐방로를 이렇게 병행해서 허허당 선화갤러리를 조성하는데 쓰도록 하겠습니다.」

「특수시책이 되겠습니다. 파로호 사운드갤러리 조성사업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허허당스님을 파로호에 유치해 갖고 갤러리 지어 주면서 이렇게 작업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이 되겠습니다.」


-묻지마 배팅의 규모와 개요-
사업의 개요는 이렇다.
2011년 11월부터~2013년까지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2365번지(4,000평)의 토지에 사업비 총액 11억5,000만원을 투입하여 화가의 전시실(150평), 본관동(30평), 야외공연장(200평), 갤러리 및 작업실(2동 100평), 시가지 선화 갤러리(30평)을 건립하는 것이다.

파로호 수변의 천혜 산림지역이 관광개발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인해 대규모 시설물 적치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열악한 지방재정 상황에서, 11억5,000만원의 약80%에 해당하는 8억2,500만원이 지방자치 군비가 투입한다는 것에서 거듭 이 사업의 터무니없는 발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허허당’과 화천군이 맺은 협약서에는 겔러리의 모든 시설 관리 운영의 권한을 ‘허허당’에게 모두 부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여 그 지원의 ‘묻지 마 배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름도 생소한 ‘허허당’이라는 승려의 약력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문화 미술계의 객관적 평가자료, 사업추진 타당성 검토보고서 등을 화천군에 요구해보았다. 

그러나, 2012년 02월 09일 화천군에서는 ‘허허당’의 개인정보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등의 매체에 소개된 것을 참조하라고 답변했다.

12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주체 인물에 대한 약력조차도 화천군에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관심을 가지는 모든 국민들에게 화천군은 ‘허허당’지원사업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승려 신분의 그분이 어느 종단에 소속된 분인지, 그분이 어느 스승으로부터 사사를 받았고, 그동안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 전시출품의 경력은 어떠한지, 문화계의 평가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업타당성보고서 조차도 없이 지방비 약9억원이 투입된다는 것은 명백한 선심지원이고 지방자치법이 정한 예산운영 원칙에 위배되는 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책임한 지방의회-
이렇게 근거도 확실치 않은 인물에 대한 사업, 타당성 검토보고서도 없는 거액의 투자사업에 대해서 의회가 승인해준 이유를 추궁해보니,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했는데‥‥‥괜찮은 사업이라고‥‥‥앞으로 잘해 보겠다고 해서‥‥‥」승인해주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예산사업 승인 과정이 그렇다. 그 어떤 객관적인 평가 자료도 없이 의원들 기분에 따라 사업이 승인된다는 것이 오늘의 지방의회 무용론이 등장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문화계에는 캄캄한 존재, 인연 맺은 사람은 후회-
본 사업에 대한 탐사가 시작된 2월 9일 무렵부터 1개월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가 찾아 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허허당’ 미술세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수소문 해보았다. 접해본 분들은 동양미술, 단청, 선화, 출판 문화계의 각 방면에 걸친 전문가들이었다.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허허당’이라는 분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출판계의 어떤 분은 그분과의 인연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는 처지였다.

‘허허당’에 대한 약력을 대신해서 화천군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으로 공개해준 것은 한 신문사와의 기자 인텨뷰 내용 뿐이었다. 한 신문사의 기자 인터뷰로 ‘허허당’에 대한 약12억원의 지원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파로호 자연환경 보존만이 최고의 관광자원-

1월 낮 파로호풍경.

파로호 1월의 아침

 
DMZ와 연계한 파로호의 산림과 호수의 자연경관은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는 강원도 북부의 최고 천혜 관광 자원임을 자부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산림과 자연자원이 장차 세계적인 명소로 인정받을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그 자원의 가치는 자연생태계가 얼마나 온전히 보전되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단지 수년간의 행정 권력이 주어진 그들의 치적을 위해서,‥‥‥ 이러한 천혜의 자원이 온갖 관광화 사업 명분아래 파헤쳐지고 건축물이 들어서고 공원이 만들어진다면,  파로호는 세계 어느 도시에나 즐비한 동네 공원 놀이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향후 50년, 100년 뒤의 후손들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도록,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오늘의 노력만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국가적 차원의 관광자원 개발임을 행정 책임자들이 각성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