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마을 기금으로 적십자 회비 납부를?

opengirok 2012. 3. 12. 16:34



 

투명화천21 대표 도류
(정보공개센터 이사)


 

-적십자회비 납부 개인정보 누가 유출했나-


2012년 2월. 화천군 하남면사무소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주민 A씨는 하남면사무소의 한 공무원으로부터 황당한 요청을 전해 들었다.

적십자회비를 아직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기간 내에 반드시 납부하도록 요청을 받은 것이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은행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무원이 어떻게 알았기에 자신에게 독촉을 한 것이냐며 항의했다.


그렇다. 납부이행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은행창구에서 확인된 납부고지서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의 각 은행들에 적십자회비 납부자 내용을 화천군에 고지해주고 있는지 문의해 보았지만, 납부사실을 전산 지로입력 만으로 완료할 뿐이라고 했다. 또 대한적십자사 춘천지사에 이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에 대한 관련 여부를 문의해 보았지만, 그들 역시 납부사실에 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마을기금으로 각 개인의 적십자회비 납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적십자회비 납부현황을 확인해보았다. 대한적십자사에서 협조 요청한 목표금액 대비 화천군의 참여모금 금액은 놀라울 정도로 참여율이 높아서 해마다 약1,000만원 정도씩 초과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같이 월등히 초과된 납부현황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마을 공동기금으로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마을 지원사업을 집행하는 행정의 적극적인 참여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주민들은 한해 약 10만원~20만원의 마을별 참여 목표액을 대체적으로 마을공동 기금으로 대납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동면의 한 마을 이장은, 「농촌개발사업이 마을에 유치되어 행정관청으로부터 혜택을 보았기 때문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해마다 80여 마을 농가의 적십자회비를 마을공동기금으로 모두 대납하고 있다. 」고 고백했다. 
 

-농촌사회가 바로 적십자사업이 투입되어야 할 빈곤지경-


그러나, 적십자회비 납부를 종용받은 A씨의 경우는, 자신의 마을이 올해부터는 마을공동기금으로 적십자회비 납부하던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열악한 마을기금으로 개인적인 성금을 내는 일은 부당하다는 마을 주민 전체회의 결과에 따른 일이었다. 이로 인해 할당된 모금액을 채우기 어려워진 담당자들이 적십자회비 미납 주민들을 개별적으로 독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되어 진다. 이는 분명 적십자회비의 모금액을 지나치게 상향 설정해 놓고 일선 공무원과 주민들을 닦달하는 행정의 오만과 월권행위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 기사를 통해 적십자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공헌이 폄하된다면 그것은 전혀 내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다만, 그 단체의 존립가치와 활동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순수한 참여 성금 모금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의 신뢰와 참여가 없는 단체는 결국 그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적십자사와 같은 단체는 더욱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노령화된 오늘의 열악한 농촌마을은 노인정기본운영비와 식비조차도 국비지원을 받으며 근근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각 마을 노인정마다 한해 약 250만원의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주고 있으며, 노인 개인당 35,000원씩의 식비도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농촌 주민들이 추위와 배고품을 달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혜택이다. 그렇지만 노인정의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혜택을 누리기에는 아직도 보조금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지방자치단체는 적십자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법률의 의미와 한계는, 지방 주민들의 주소지 정보나 인구현황에 대한 정보제공 정도로 보아야 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본분을 떠나 적십자사의 회비모금 독촉창구 역할까지 하는 것은 협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마을 공동기금으로 적십자회비를 대납하도록 유도해오고 있는 관행은 이미 성금이라기 보다는 지방행정이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어 시정이 요구된다.


해마다 지방행정의 치적을 위해 적십자회비를 1,000만원씩 초과설정하면서 까지 수탈하듯 거두어 갈 곳이 아니라, 오히려 노인복지와 농촌회생의 적십자기금이 투입되어야 할 지경에 있는 곳이 오늘의 농촌사회임을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