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경남도민일보] -갱블- KBS는 공정방송을 지양하는가

opengirok 2012. 4. 16. 10:27

MBC, KBS, YTN의 파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선거를 기점으로 움직임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방송 3사는 공정방송과 낙하산인사반대,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11총선이 끝나자 KBS의 김인규 사장은 선거방송에 투입된 사원들과 새노조의 파업을 비교하면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에서 취재와 제작을 거부한 본부노조의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KBS에 사장으로 돌아온 제가 소원했던 것은 KBS가 정치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마련해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김인규 사장의 행보가 그랬다면 새노조가 파업하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KBS 홈페이지를 보면 '국가기간방송 KBS는 방송법 제43조 제1항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사회환경 감시 및 비판, 여론 형성,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모든 시청자가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S는 내부 혁신을 바탕으로 고품위·고품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으며, 이렇게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으로 방송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한편,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설립의 목적을 밝힙니다.

 

하지만, 그간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내부 혁신을 바탕으로 고품위·고품격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KBS가 이승만·백선엽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독재정권과 친일파의 역사를 조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백선엽 씨 관련 다큐멘터리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을 때 많은 문제제기에도 '문제 없음'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해방 공간 전후로 중국에서 활약한 음악가 정율성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보수진영에서 정율성의 사회주의 투신 이력을 문제 삼으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공정성 위반 여부를 방심위에서 한국방송학회의 의견을 물어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방심위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원자력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도 한국원전의 문제점, 위험성 등을 비롯한 반대 입장의 내용 없이 한국원전의 발전을 찬양하기만 하는 편향적 프로그램이라는 비판도 있었고요.

 

해당 프로그램들의 제작비를 정보공개 청구해보니 이승만 대통령 다큐멘터리에 5억 6000여만 원, 원자력 다큐멘터리에 1억 2000여만 원, 백선엽 관련다큐멘터리에 1억여 원, 음악가 정율성 다큐멘터리에 7000여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KBS는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해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제작의 공정성 문제, 새노조의 파업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경영진을 비롯한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KBS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의록 일체가 공개될 때 어떤 부분에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침해하는지, KBS는 어떤 연구·개발을 하고 있기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부분이 있으면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특별한 부분은 가리고서 부분 공개를 할 수도 있는데 이미 한참 지난 회의록까지 무조건 전부 비공개한 것은 이해되지 않고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은 말뿐이었을까요? 생색만 내고 실제로는 공개를 거부하는 게 KBS의 경영방침인가요?

 

KBS는 공정방송을 '지향'하는 곳인지, '지양'하는 곳인지 알쏭달쏭합니다.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공영방송으로서 사회환경 감시와 비판, 여론형성,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강언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http://www.opengirok.or.kr/2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