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민자사업 계약서 공개해야

opengirok 2012. 4. 30. 11:42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메트로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문제로 불거진 민자투자사업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원성이 높다. 특히 특정 세력과의 관계를 의심받고 있는 맥쿼리인프라가 전국의 17개 유료 도로와 터널, 항만, 지하철 등에 약 2조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시민의 호주머니를 털거나, 세금지원 형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사실이 지하철 9호선의 기습 요금인상 발표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자투자사업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면서 자치단체장들의 무리한 보여주기 행정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이다. 임기 동안 본인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거대한 토건사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 결과 투자자를 찾기 위해 무리한 계약을 추진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하철 9호선에서 보듯이 그들의 탐욕적이고 안하무인의 오만한 태도는 어쩌면 서울시에서 그 빌미를 제공한 탓도 크다. 향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각종 민자투자계약 및 민간위탁계약에 대해서 계약서를 일정시간 동안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계약서는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서이다. 그런데 그동안 지자체들은 시민들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각종 계약을 맺으면서 그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계약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 원칙이다. 영국에서는 컨설테이션 제도라고 해서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시행할 때는 필수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제시 방법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지만 우편, 전화, 방문 등 다양하게 열려 있다. 이후 시민의 의견을 정리하고 걸러내는 작업을 거친 후, 정책 사안에 대한 국민 의견이 공식 기록으로 최종 정리되고 이를 집행부서에서 재차 검토하도록 하여 정책에 반영한다. 지하철 9호선 및 우면산터널이야말로 이러한 정책을 반영해야 할 표본이다.


다음으로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회의공개법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6년에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대국민적 공개를 법적으로 제도화한 ‘회의공개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일반 국민에게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을 직접 관찰하도록 하여,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해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의 특징은 회의를 비공개하려면 참가자들의 동의를 일일이 묻고 그 이유를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민자투자사업에 대한 회의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지하철 9호선과 같은 비상식적인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떤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대상정보를 규정하면서 의사결정과정 중인 정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연간 수천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지만 이 조항으로 수많은 비공개 처분을 받고 있다. 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방식인가? 하루속히 법안을 개정해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해주는 법률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회의록을 한달 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향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비공개처분을 까다롭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서울정보소통광장을 설치해 향후 시민의 알권리 및 참여에 대해 전반적인 정책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시민이 계약의 이해관계 주체인데, 그 과정에 시민이 빠져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