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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민선5기 ‘새로운 자치 시대’](2) 지방자치의 꽃, 주민참여

opengirok 2010. 7. 7. 10:27


 

ㆍ주민 발의·투표·소송·소환 제도 실태
ㆍ요건 까다롭고 의회는 버티고…‘꽃’ 피우기 아직은 멀어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2000년 주민발의, 2004년 주민투표, 2006년 주민소송, 2007년 주민소환 제도가 차례로 시행됐다. 모두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외형상으로는 지방자치의 틀이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되는 제도는 없다. 주민투표·소송·소환은 사실상 사문화됐고 주민발의도 실효성이 없다. 주민들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소장은 “발의·청구 요건 등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보니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이 이론 속에서만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주민이 직접 만들고 운영 ‘푸른샘어린이도서관’ 6일 인천 서구 가좌2동 푸른샘어린이도서관에서 한 어머니가 학교 수업을 마친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이 도서관은 주민자치위원들이 나서 주민들과 함께 문을 연 뒤 100% 주민 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인천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주민발의’의 경우 조례안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지방의회에 있다. 이 때문에 의회가 발의된 안건 심의를 미뤄 자동폐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한나라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했던 7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민 8만5000명이 발의한 서울광장 사용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치지도 않고 지난 6월 자동폐기한 게 대표적인 예다. 2002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전국적으로 주민발의된 조례안 119건 중 26건은 의원들이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버틴 끝에 자동폐기됐다.

‘주민투표’는 2004년 7월 주민투표법 제정 이전이 차라리 나았다는 평까지 받을 정도다. 법 제정 전까지 주민들은 법적 근거 없이도 자치 투표를 실시해 주민들의 뜻을 대내외에 알렸고, 지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이를 수용했다. 2004년 2월 전북 부안군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주민투표법 제정 이후 총 3건의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주민들의 직접적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주민투표법이 주민투표 대상의 예외조항을 광범위하게 설정해 놓거나, 청구에 필요한 서명의 수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는 등 주민투표 청구 자체를 어렵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2005년 7월에는 주민투표법 제정 후 처음으로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에 관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같은해 9월에는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 관련 주민투표, 11월에는 경주·군산·포항·영덕에서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에 관한 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나 3건 모두 중앙정부가 주민투표의 시기·방식을 결정했고 주민들은 수동적으로 투표만 했다.



주민투표법이 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2007년 8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 여부에 대해 자체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지난해 3월에도 경기 남양주 쓰레기 소각잔재 매립장 건설에 대한 자체 투표가 진행됐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주민투표 결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주민소송’도 마찬가지다. 2006년 1월 도입 이후 서울도봉구 의정비 환수소송 단 1건만 승소했다. 주민소송은 재무회계상 위법성에 관해서만 소 제기가 가능한데 일반 주민이 이를 입증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송도 공익변호사 그룹인 ‘공감’이 무료로 소송을 대리했기 때문에 그나마 승소가 가능했다.

지자체장의 독선행정을 제어하기 위해 하남시민과 제주도민은 각각 2007년과 2009년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남시장은 광역화장장 유치를, 제주도지사는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했지만 투표율이 각각 31.1%와 11%에 불과했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했고, 이들 지역의 단체장 소환은 불발됐다.

이 밖에 주민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각종 위원회의 부실 운영도 문제다. 지자체의 각종 위원회는 광역 1800여개, 기초 1만5000여개에 이를 정도로 차고 넘친다. 하지만 교수·대표 등 명함을 갖지 않은 주민들이 비집고 들어갈 위원회는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주민 중에서도 여성·청년·청소년 등은 각각 남성·중장년·성인에 비해 소외되는 바람에 내실 있는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