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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민선5기 ‘새로운 자치 시대’]한국의 낮은 공개 수준 왜

opengirok 2010. 7. 5. 11:27


 

ㆍ(1) 공무원들 ‘공개 = 불필요’
ㆍ(2) 허점투성이 정보공개법
ㆍ(3) 체계적인 기록관리 부재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정보를 공개해 달라는 요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공개되는 내용은 저열한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가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부족 탓이다.

정보공개에 무심한 단체장이 속한 지자체 공무원은 덩달아 정보공개를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해당 직원은 업무외 일이라 여기며 법률 내용을 숙지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다보니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혼동하는 공무원도 있다.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시민들이 지자체가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 자기 모습이 찍혔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12조와 13조에 따라 ‘당사자일 경우 열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정보공개법 9조를 들며 ‘개인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3월에 업무를 맡게 돼 2월까지 자료는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정보 공개를 외면하는 황당한 공무원도 많다”고 전했다.

인신 공격을 하는 공무원도 있다. 정보공개법 시행 초기인 1999년부터 1만여건 이상의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법 절차에 따라 정보공개 신청을 했는데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 ‘정보공개청구 해서 밥벌어 먹고 사느냐’며 인신공격을 하는 바람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려다 참은 경우만 해도 수십차례”라고 말했다.

정보공개법 자체도 허점투성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11조 5항은 ‘정보공개를 청구한 날부터 20일이 지났을 경우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비공개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은 빠져 있다. 그렇다 보니 담당 공무원 입장에선 시간 끌기와 버티기로 일관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공개해야 할 정보를 비공개하더라도 공무원을 징계할 규정이 없는 것도 맹점이다. 이러다보니 임의로 정보를 가공해 공개했다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처벌받은 공무원도 나온다.

서울시 유길준 총무과장은 “공무원들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다 보니 간혹 실무적인 착오가 있고 정보공개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정보공개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 직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부터 정보공개청구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보공개에 앞서 기록관리가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기록연구사를 지낸 조영삼 한신대 교수는 “지자체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와 비공개로 유형을 나눠 이 목록을 홈페이지에 띄워 놓아야 청구인도 공무원도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유형 분류 작업만 이뤄져도 정보공개청구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라고 결정한 정보에 대해선 책임공무원을 지정해서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비공개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