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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민선5기 ‘새로운 자치 시대’]선진국선 “행정정보는 주민의 것”… 원본까지 공개

opengirok 2010. 7. 5. 11:26


 

ㆍ참여·공유·개방 ‘거버먼트 2.0’ 바람

1. www.familywatchdog.us. 미국 내 성범죄자에 대한 각종 정보가 구글 지도위에 표시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각 주정부로부터 매일 성범죄자에 대한 자료를 받아 구글 지도위에 기록한다.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주와 도시·거리 이름이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누구나 성범죄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지도 위에 아동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의미하는 빨간 점 등이 표시되는데 이 점을 누르면 성범죄자의 얼굴 사진은 물론 이름·주소·범죄 내용을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최근 아동성범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공공정보가 어디까지 공개돼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2010년 1월12일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 진도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얼마 뒤 미국의 상업위성영상 판매회사 Geoeye(지오아이)사의 한 직원은 트위터(@mikel)에 아이티 강진 지역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구호에 관심있는 이들이 이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곧바로 전 세계의 지도제작자들과 현지 자원봉사자,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위성사진을 토대로 피난민수용소와 병원의 위치, 도로·건물 상태 등의 정보가 담긴 온라인 지도를 제작했다. 아이티에 모인 구호팀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이 지도를 휴대용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내려받고 구호 활동을 펼쳤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이든 민간 영역이든 소유주에 상관없이 공공정보가 모였을 때 이 정보가 갖는 공익적 가치와 효과를 말해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과 동시에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열린 정부’를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열린 정부를 위해 도입한 대표적 정책은 ‘거버먼트 2.0’. 웹2.0의 개방·참여·공유 정신과 공공서비스의 결합을 의미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2009년 5월 미국 연방정부 데이터 통합 저장소 사이트(http://www.data.gov/이하 Data.gov)를 오픈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 사이트를 통해 원본(비가공) 자료를 뜻하는 정부의 각종 로데이터(Raw-Data)까지 공개했다. 각종 통계의 경우 단순히 연도·월별 몇 건이 있었다고 공개하는 게 아니라, 통계에 잡힌 법인·개인 등의 이름과 지리적 위치까지 모두 공개하는 식이다.

Data.gov 홈페이지는 지난해 5월 개통 당시 정보모음(데이터 세트)이 47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정보모음이 27만2677개로 늘었다. Data.gov를 계기로 1년 사이 공공정보공개는 전 세계적 흐름이 됐다. Data.gov 출현 당시만 해도 공공정보의 로데이터까지 공개하는 국가는 미국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 7개 국가로 늘었다.

영국 정부도 예산을 어디에 얼만큼 썼는지 확인이 가능한 회계자료 원본을 바로 공개하고 있다. 행정정보는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관 위주의 일방적 정보제공을 뜻하는 거버먼트 1.0과 민·관 경계구분 없이 정보가 활발히 유통되는 거버먼트 2.0의 차이다. 거버먼트 2.0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윌리엄 에거는 “공공정보의 공개와 활용을 통해 참여·개방·공유·소통·표준·민주주의 정신이 사회적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영국은 특히 고든 브라운 총리가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로 유명한 팀 버너스 리 경(Sir Tim Berners-Lee)을 초빙해 공공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POI(Power Of Information)를 맡겼다. 그는 결국 data.gov.uk를 만들어 냈다. data.gov.uk에는 영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각종 회계자료가 모두 나와 있다.

영국의 팀 버너스 리 경은 2009년 3월 미국 내 비영리단체 새플링재단이 운영하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컨퍼런스 2009’에서 그 해를 ‘공개정보(Open Data)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는 “정부든 개인이든 갖고 있는 원본자료를 웹에 올려놓아달라”며 ‘당장 로데이터를’ 운동을 시작했다.

호주 정부는 얼마든지 로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나서 2009년 공공정보를 활용한 민간 응용서비스 개발대회인 ‘MashupAustralia Contest’를 개최했다. 왜 이들 정부와 지자체는 날 것 그대로의 공공정보를 모두 내놓고 민간에 이를 응용한 서비스 개발을 독려하는 것일까. 우선 경제적 효과만 따져보면 영국의 팀 버너스 리 경이 속한 POI는 2009년 말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국 공공분야 정보의 시장가치를 5억9000만파운드(1조876억여원)로 추정했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도 2006년 12월 고려대에 의뢰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공공정보를 상업화했을 때 가치를 10조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선 정보공개가 자치단체장의 능력을 검증하는 잣대 역할을 했다. 일본 미야기현의 아사노 시로 전 지사는 적극적인 공공정보 공개를 통해 3선에 성공했다.

일본의 전국시민옴부즈만연락회의가 발간한 <일본을 세탁한다>에 따르면 아사노 시로 전 지사는 1993년 당선된 후 전임 지사가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각종 교제비·출장여비를 부정 축재하다 구속 기소된 일에 착안, 자신을 포함한 미야기현 공무원의 교제비 등 일체를 공개하는 등 투명행정을 선언했다.

공무원들은 누구와 식사해 얼마를 썼는지조차 일일이 감시 대상이 되자 당시 일본에서 성행하던 관관접대, 즉 지자체가 상급 단체 공무원들을 접대하는 관행을 서서히 없애기 시작했다. 결국 미야기현은 1997년 전국의 풀뿌리 예산감시 시민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전국시민옴부즈만 연락회의’에서 발표한 제1회 정보공개성실도 순위에서 1위를 했다. 아사노 시로 전 지사는 투명한 현 운영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타며 이후 13년간 3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중앙대 김유승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각종 공공정보를 민·관 경계없이 공유하고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정보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우리는 닫힌 행정으로 일관하며 무궁무진한 정보원천을 놓치고 있다”며 “공공정보 공개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