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전세금 폭등 소식, 꿈에서도 괴롭힌다.

opengirok 2009. 9. 7. 14:12

원주민 쫓아내는 독재개발 결사반대
원주민 쫓아내는 독재개발 결사반대 by keizie 저작자 표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곤히 자고 있는데 가수 이소라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자면서도 음악이 좋아, 감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새로 바꾼 휴대폰 벨소리이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전화기를 살펴보니 집주인이다“

  “ 전진한씨..... 저 집 주인 인데요.”

“ 네 안녕하세요? ”

“ 요즘 송파구 전세 값 오르고 있는 거 아시죠? ”

“ 네 ....”

“ 그래서 말인데요. 5000만원쯤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네 5000만원요? 그렇게 큰돈을 어떻게 마련해요?”

“ 아님 별 수 없지요. 나가주세요? ”

“ (소리를 버럭지르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요? 계약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

“ 이사비 드릴 테니 나가세요”

“ (고통이 비명) 악,,,,,,,,,,,,,,,,,,,,,,,,,”

  잠에서 깼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다행히 꿈이었다. 요즘 이런 꿈을 자주 꾼다. 예전에는 귀신 나오는 꿈이 가장 무서웠지만, 요즘은 이런 꿈이 가장 무섭다. 결혼 7년차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빠가 가지는 인생의 무게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우리 집주인은 실제로 저렇지는 않다. 아주 자상하고 친절하다. 실제 올 초에 2년 전 가격으로 다시 전세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초만 해도 전세 값이 떨어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요즘 꿈같은 얘기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루 자고 나면 전세 값은 들썩이고 있다. 몇 개월 만에 전쟁이 난 것도,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전세 값은 놀이공원에 있는 분수만큼 높이 솟구치고 있다. 높이의 끝이 어디인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필자는 송파구에 산다. 아내의 직장이 송파구에 있는 관계로 우리 가족 수준에 맞지 않는 동네에 살고 있다. 송파구는 두 개의 동네로 이루어져 있다. 새롭게 건축된 아파트촌과 건축한 지 20년 넘은 빌라 촌(방이 1,2동)이다. 필자는 당연히 건축한 지 20년 넘은 빌라 촌에 살고 있다.

  20년 넘은 빌라라도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이며, 안식처이다. 2년 전 우리가족이 여기에 이사 올 때 만 해도 호화 아파트가 부럽지 않았다. 이런 공간에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나마도 전세금도 부족해 그중 일부는 월세로 충당해야만 했다(일명 전월세).

  비록 얼마 되지 않는 월세 금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큰돈이었다. 월세 금을 지불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 돈을 내는 시기가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그 돈이 얼마나 아까운지를 말이다. 우리 가족은 월세를 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저금했다. 그저 전세금 한번 넣고 마음 편하게 2년을 살 수 있는 날을 위해서 말이다. 현재도 수많은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은커녕 이런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필자가 출근길에 지나쳐 가는 송파구 아파트촌이 매일 뉴스에 나온다. 무슨 대형 화재가 난 것도 아니고, 대형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매일 방송과 신문에 지상중계를 하듯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뉴스는 공포영화에 가깝다.

  “오늘도 송파구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값이 폭등했습니다.”

“2년 전 2억짜리 전세매물이 오늘은 최고 3억 6천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쯤 되면 거의 대형 화재 뉴스 보다 더 공포스럽다. 비록 우리 가족과 전혀 상관없는 아파트 촌 얘기지만 이런 현실이 길 하나 건너에 있는 빌라 촌으로 옮겨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마치 대형 화재가 우리 동네 쪽으로 건너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공포에 떠는 모습이다. 이런 걱정으로 요즘 자주 전세와 관련 된 악몽을 꾼다. 불이 넘어 오면 언제 어디로 피난 가야 할지 모르는 피난민의 심정과 비슷하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전세 값 공포는 송파구를 진원지로 서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전세 값 상승이라는 대형 화재가 서울 전역으로 옮겨 붙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형 화재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갈 곳을 찾아 해매고 있다. 하지만 매물은 없고, 전세 값은 자고 일어나면 폭등하고 있다.

  이럴 때 많은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해야 하지만 각 선택에 따라 엄청 난 부작용을 낳는다.

  첫째 : 은행에서 대출을 엄청나게 받아 집을 사버린다(하지만 이것도 규제한다고 하니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서 올려달라는 데로 산다(전세 자금 대출도 생각 보다 쉽지 않다).

셋째 : 서울을 떠나서 경기도로 보금자리를 옮긴다(이럴 때 아이 육아 문제, 직장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걸린다).

넷째 : 월세를 끼워서 전ㆍ월세로 옮긴다(가계소득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 온다).

다섯째 : 다 포기하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거나 고향으로 간다(부모님에게 민폐를 끼친다).

  필자도 어느 순간 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요즘 전세 값이 더 오른다면 경기도로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가끔 일반 서민들이 이런 선택을 하도록 내모는 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기도 하고,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비참해지기도 한다. 그나마 우리 부부 같이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경기도로 옮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이 정상적인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인지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집값 광풍에 이어서 전세 대란까지 발생한다면 언젠가 월세 대란까지 발생할지 모른다.

  특히 앞에서 말한 다섯까지 대책조차도 세우지 못하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전세금 상승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일정한 수입도, 저금해 놓은 돈도 없는 사람들에게 전세금은 거의 목숨 줄과 가깝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우리는 마지막 보루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우리 서민들의 존립 기반을 파탄 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역사적으로 볼 때 민중의 삶이 파탄 날 때 수많은 민란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발생되고 있는 재개발 광풍, 전세 대란, 물가상승, 비정규직 양산, 해고자 속출 등의 현상들은 매우 엄중하고 위험하게만 보인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내세워야 한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시한 폭탄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출근길에 수많은 부동산을 지나쳐 왔다. 신혼 부부로 보이는 젊은 두 연인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부동산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저 부부도 엄청난 전세 가격으로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GNP 2만 불 시대를 살고 있지만 평균 전세금 20만 불 시대를 살고 있다. 집값도 아닌 전세금이 20만 불이다. 2009년 9월의 자화상이다. 괜히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 한 모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