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2009년도는 우리 국민들에게 참으로 슬픈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잇따라 서거하셨기 때문이다. 서거 이후 전국 서점에는 두 전직 대통령들의 정신을 기리는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두 전직 대통령은 스스로 정신과 민주주의를 기록화 하기 위해 ‘기록관리’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최초로 제정하여,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강제화 하였다. 이 법률로 공공기관에서는 기록을 강제로 생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마음대로 폐기하거나 버릴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이 법률의 제정을 반대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록관리’가 민주주의 의 시작이라는 인식으로 법률 제정을 밀어붙였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률상 머물러 있던 ‘기록관리’ 현실을 체계화 시키고, 발전시켜나갔다. 참여정부 시절 공공기관에 기록관리 시설, 시스템, 인력 등을 보강해 기록관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도 ‘대통령기록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대통령기록을 생산하고 보존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대통령기록 생산시스템인 ‘e-지원’을 개발하여 현직 대통령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800만 건의 기록을 이 세상에 남겼고 그 기록들은 임시로 보존하고 있는 성남시 나라기록관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서거하셨지만 그의 정신은 기록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두 전직 대통령 어렵게 만들었던 전통이 훼손 될 위기에 빠졌다. 바로 세종시에 건립하기로 했던 ‘대통령기록관’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 시에 만들기로 한 대통령기록관 사업 예산 가운데 대부분이 도로건설 예산으로 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기록관 건립 사업도 사실상 중단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기록관리 사업을 주체적으로 담당했던 조영삼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전 청와대 기록연구사)는 “기록관리는 정치와 상관없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하는 것이 바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얻는 상징적인 조치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영삼 교수는 “이번 사례는 단순히 건물 하나를 짓기로 한 것을 취소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담은 대통령 기록관 설립을 취소한다는 것은 이번 정부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혜안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로 대통령 기록 관리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하다. 현재 대통령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보존시설(성남시 나라기록관)은 세종 시에 대통령기록관이 건립된다는 것을 전제로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설, 시스템, 인력 등이 임시방편적으로 지어지고 운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시시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기록과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이 관리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그전 대통령들은 사실상 유의미한 대통령기록을 생산하지 않았다)
또한 향후 이명박 대통령 퇴임할 때 대통령기록 뿐만 아니라 그 이후 대통령들의 기록도 적절한 시설 및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리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통령기록이 훼손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이다.
이에 대해 설문원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기록관 건립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었다면 취소도 공개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큰일 들이 비밀리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큰 유감” 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설 교수는 “향후 퇴임대통령들의 기록으로 대통령기록관이 만고가 되었을 때 중장기적으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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