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민생포차, 천정배 의원의 매력에 빠지다.

opengirok 2009. 9. 16. 14:46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내가 한나라당 지지자 였다면 어땠을까? 참으로 행복했을 것 같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를 넘은 것에 감격할 것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에 신이 날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은 고향(대구)에 가면 같이 축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나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통령이 될 만한 정치인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오세훈, 김문수 게다가 저쪽에 있던 정운찬 까지, 이름만 들어도 행복하다. 향후 20년은 정권 교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누가 나와도 민주당이나 재야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참신하고 거물급인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에 있다는 것에 감격스러울 것이다.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상상에 나래를 깨고 현실을 돌아와 보면 바로 우울해진다.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두 분의 대통령이 몇 개월 만에 다 서거하셨다. 웬지 정치적 고아가 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비참한 것은 이 바닥에 대통령 감으로 생각되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 왜 그렇게 높은거냐?”

“(한숨을 쉬며) 몰라 ”

“그럼 다음 대선에는 누구를 밀어야 하냐? ”

“(더 큰 한숨을 쉬며) 몰라. 술이나 마셔”

  이런 대화로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술자리는 이어진다. 그러나 깊은 절망은 허무주의만 낳을 뿐이다. 우리도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신명나는 정치판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으로 다가왔고, 대선도 3년 남짓 남았을 뿐이다.

  야당에 대안세력이 있다는 것은 정부여당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지금의 구도는 너무 불균형스럽고 그래서 더욱 위험해 보인다. 이제 사랑하는 정치인을 만들고, 그를 사랑하기로 했다. 실망과 절망은 허무주의를 낳을 뿐이다.

  이제 나도 커밍아웃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도 좋아지는 정치인이 생기면 가차 없이 나의 감정을 숨김없이 펼쳐 보이기로 결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하신 이후에만 사실을 그들을 좋아했었다고 고백했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정치인에게 고백하고 싶다.

  오늘 첫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시민들에게도 사랑의 고백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 암울한 정치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이 정치인은 전혀 정치적인이지 않은 외모를 타고 났다. 오세훈 시장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 박근혜 의원처럼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가지고 매끈한 피부도 아니다.

  그를 떠올리면 “깡마른 체구, 까만 피부, 어눌한 웃음, 어색한 걸음걸이” 이런 것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필자는 이 분이 여의도에서 진정성이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걸어왔던 그의 행보를 보면 왜 진정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주인공은 천정배 의원이다. 우리는 천정배 의원의 행보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첫 현역 의원이었고, 참여정부 때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지만 한ㆍ미 FTA를 반대해 25일간 단식도 불사했던 정치인이다. 현재는 미디어법 반대 운동의 선두 주자로 싸우고 있고, 의원직도 던지겠다는 각오다.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강정구 교수 사건으로 보여줬던 강단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 출처 한겨레 -

  그 전의 약력도 감동스러운 것들이 많이 있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졸업했지만 전두환 정권에서 판검사를 임용될 수 없다고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첫 변호사 시절도 잘나가는 국제 비즈니스 변호사였지만 돌아가신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그 후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을 주도했고 각종 시국 사건 등을 맡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여러 가지로 대안 정치인으로 부각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를 알아주지 않는다. 여전히 인지도도 떨어지고, 대통령 감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인답지 않게 지나치게 소탈하고, 본인을 꾸밀지 모르는 성격이 만든 업보가 아닌 가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숨겨진 보물임이 틀림없다. 그와 한 번 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이런 나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몇 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경선을 치를 당시 천정배 의원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시민활동가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서 만든 자리라고 했다. 당시 천정배 의원은 경선 후보들 중에 거의 최 하위권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의원님이 생각하시기에 경선 후보들 중에 가장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누구인가요?”

“(곰곰히 생각하다가) 솔직히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전 경선 안 나오고 그 사람 밀어줬을 거에요. 근데 없더라고요. 그게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대통령 후보로 당선 될 거 같으세요? ”

“다 아시잖아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 얘기를 국민들에게 하고 싶어서 포기할 수가 없네요”

  충격적이고 신선한 답변이었다. 정치인들에게 느껴지는 가식을 느끼지 못했다. 대화를 나누는 1시간 동안 그에게서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끼함“을 발견 하지 못했다. 진지한 자세로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했고, 꾸미지 않은 답변을 했다. 무엇보다 전정성이 느껴지는 눈빛과 내용이 있었다. 그 자리 이후 진심으로 그가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경선에서 떨어졌다. 아직 세상이 천정배라는 사람을 알아주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민생 포차를 이끌고 전국을 다니면서 시민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어제는 일거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시민을 안고 있는 장면을 보다가 나도 울 뻔 했다. 그것이 정치인들의 쇼가 아니고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을 휘어잡는 연설도, 잘생긴 외모도 없는 정치인이지만 오히려 이런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가 잘 꾸미지 못하는 성격이면 우리가 꾸며 주면 된다. 우리에게 이런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앞으로 민생포차의 길을 유념 있게 볼 것이다. 이 척박한 정치 현실에서 천정배 의원이 서민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