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공부 좀 하세요?

opengirok 2009. 8. 31. 16:53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제주대 법대 교수, 변호사)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 뜻 밝힌 여당 원대대표의 무지

 

지난 27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국회에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상수 의원은 현행법에서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에 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법치주의에 대한 위배이고 "어떻게 법이 국회를 통과했는지 국회의원들도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비리나 불법에 한정돼 소환을 하지, 정책을 갖고 소환하는 예는 없다"고 말했단다.

 

여당 원내대표의 상식 이하 발언

 

  
안상수 원내대표.
ⓒ 남소연
안상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발언이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법제도에 대해 발언하면서 이런 식으로 배경지식에 대한 공부도 없이 발언할 수가 있는가? 그가 법률가 출신이라는 것이 황당할 뿐이다. 주민소환제도에 대한 공부를 안 한 것은 둘째치고, 올해 3월 26일에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문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이런 식의 이야기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나온 판단과는 180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논리를 무시하는 그야말로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읽어 보며, 안상수 원내대표의 무지(의도적인 것인지 그야말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청구사유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법치주의 위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일본이나 미국 같은 나라는 법치주의에 위배된 국가인가?

 

일본의 경우에는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에 대해 한국처럼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정책을 갖고 소환하는 예는 없다고 하는데, 이건 거짓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다가 소환된 사례, 시립병원 운영을 중단했다가 소환된 사례, 녹지에 미군주택 건설을 추진하다가 소환된 사례들이 있다. 모두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소환된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민소환제를 도입한 다수의 주는 소환사유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건 필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자.

 

"주민소환법에 주민소환의 청구사유를 두지 않은 것은 입법자가 주민소환을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절차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외국의 입법례도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 (중략) ... 주민소환제는 역사적인 기원을 따져 볼 때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고, 주민소환제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이러한 취지에서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사유의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주민소환법이 주민소환의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은 데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입법자가 주민소환제 형성에 있어서 반드시 청구사유를 제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달리 그와 같이 청구사유를 제한하지 아니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사정 또한 찾아볼 수 없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안상수 원내대표는 주민소환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주장인가?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한 번만 읽어보았더라도, 이처럼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아예 대놓고 "투표불참이 주민투표 무산의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참정권 포기 선동을 하고 있는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대상자.
ⓒ 김태환 홈페이지
김태환

안상수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주민소환법의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투표율이 3분의 1 이상 되어야 개표하도록 한 조항이야말로 문제다.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러한 조항이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 주민소환투표가 추진되면, 소환대상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소환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 그게 주민소환투표의 취지에 맞다. 한국처럼 투표불참을 하라고 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낙인찍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주민소환투표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한국에서 왜 정책현안이 주민소환투표로 가게 되는지를 봐야 한다. 그것은 주민투표법이 사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7월부터 주민투표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청구에 의해 주민투표를 한 사례가 없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자기 입맛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한 적은 있지만, 주민들이 청구해서 한 주민투표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현안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민소환으로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손을 보려면 주민투표법을 손봐야 한다. 엉뚱하게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를 제한하자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주민소환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자.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적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역사적으로도 위법·탈법 행위를 한 공직자를 규제한다기보다 지역주민의 의사에 반하여 비민주적·독선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통제하여야 한다는 이유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으므로, 이를 반영하기 위하여는 주민소환의 청구사유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고, 또 업무의 광범위성이나 입법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소환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도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제발 공부 좀 하고 주장을 좀 해라. 그래야 토론이라도 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