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청와대의 정보 비공개, 납득하기 어렵다

opengirok 2009. 8. 5. 10:2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우리나라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대해 국민은 공개청구를 할 수 있고 공공기관은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에 따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심지어는 외국인까지도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그 공공기관에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도 포함된다. 여기에 청와대 역시 예외일리 없다.

지난 8월 2일 청와대가 청와대에 들어온 정보공개청구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그 보도내용에 따르면 올 1월~7월 동안 109건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었으며 그 중 50% 정도인 55건에 대해 공개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청구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것은 쇠고기 원산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로 7건이었으며 이 밖에도 대통령기록 생산현황(6건), 업무추진비 내역(5건), 전기사용량과 요금(4건), 상하수도 사용량과 요금(3건) 등이 잦은 청구내용이라고 한다.

청와대에서 이 내용에 대해 보도자료가 나오기 얼마 전 필자도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현황에 대해 공개청구를 해서 받아보았다. 공개된 정보공개처리대장은 2009년 1월 1일~7월 17일 동안 작성된 것으로 그동안 대통령실은 총 106건의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으며 청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보면 비공개가 54건으로 가장 많고, 공개와 부분공개가 각각 42건, 10건이다.

공개된 정보공개처리대장 청와대의 보도내용을 비교해보니 몇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 비공개결정을 내린 청구건은 보도자료에서도 비공개??

청와대에 따르면 가장 많았던 청구건은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쇠고기원산지, 기록생산현황, 업무추진비, 전기사용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건들은 모두 공개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처리대장을 보니 가장 많이 청구되었다는 쇠고기원산지보다 더 많이 청구된 내용이 있다. 바로 “기록물 생산과 등록”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실 정보공개처리대장 중 일부



필자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대통령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물의 목록에 대한 올해 청구건은 18건이다. 여기에 행정박물대장과 같은 대장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위민시스템에서 생산된 문서 건수 등을 더하면 기록물 생산 및 등록과 관련한 청구는 20건이 넘는다. 그런데 청와대는 7건밖에 되지 않는 쇠고기에 대한 청구가 가장 많았다고 하니 이상할 뿐이다.

18건의 정보목록에 대한 청구건 중 공개결정을 받은 것은 단 두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정보공개법 9조 1항 2호(국방 등 국익침해)와 5호(공정한 업무수행 지장) 등을 들어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공개된 두건마저도 부분공개로 일부만 공개되거나, 생산현황만 공개되었다.

청와대는 청구현황은 청구된 전체건수로 통계를 내면서 세부적인 내용은 전체건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공개내용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런 언론보도는 청와대가 국민들을 상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다.


- 이해하기 어려운 청와대의 비공개

1. 정보목록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이런 것을 가리켜 공표라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정보목록을 들 수 있다. 정보공개법 8조를 보면 기관이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목록으로 작성해서 공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정보목록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비공개결정을 하기 때문에 정보목록을 보기란 쉽지 않다. 정보공개처리대장에서 확인한 18건의 정보목록 역시 모두 비공개결정을 받았다.

필자역시 청와대에 정보목록을 청구했다가 비공개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대통령실에서 관리되는 문서는 업무특성상 군사·외교·통일 등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되며,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은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결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정보공개법 9조 1항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청와대가 청구건에 대해 자의적으로 비공개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2. 물품구입대장
지난해 청와대의 물품구입대장이 공개되어 화제가 된 것이 있다. 158만원 짜리 커피메이커 등 서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에서도 지난해 청와대로부터 물품구입대장을 공개 받아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했다.

올해는 어떤 것들을 구입했는지 청와대에 물품구입대장에 대해 청구해 보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구입물품 세부항목 공개 시 청와대의 보안 및 경호유지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공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결국 물품구입대장을 공개받기는 했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물품들을 제외한 부분공개였다. 결코 투명한 공개라고 볼 수 없는 업무처리인 것이다.

3. 청와대는 직원 이름도 비공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해당 청구건에 대해 처리를 하는 공무원의 이름과 직위,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담당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청구인과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게 하고, 업무처리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마저도 비공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정보공개청구시 보여지는 담당공무원 정보



그림과 같이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담당자의 이름이 비공개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실정이니 청구건에 대해 기관에 문의를 할 때에도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할 수가 없다. 전화를 걸어 “정아무개씨좀 부탁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에 왜 담당직원의 이름을 비공개하느냐고 물어보았지만 “청와대 직원 이름은 비공개사항이다”라는 답변뿐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 업무의 특성상 청구건의 50.5%에 대해서만 정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제 청구건 중에 청와대 고유의 업무내용에 대해 청구한 내용은 거의 없음을 알수 있다. 대부분의 청구건이 다른기관에도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자신들의 업무를 민감하게 해석해 업무의 특성만을 강조하며 자의적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의 지나친 권위의식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현재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시절에 비해 국민들의 지지율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지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정보공개청구에서도 근거도 없는 비공개로 일관하는 한 국민들은 이명박대통령과 청와대에 신뢰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국민들과 함께 호흡한다며 시장에 찾아가 어묵을 사먹으면서 정작 안으로는 푸른지붕의 권위를 무기로 국민들의 요구에 비공개로 일관하는 정부에 신뢰를 보여줄 국민은 없다는 것을 청와대는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