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 강언주 간사.
해바라기가 붉게 타오르는 여름입니다. 붉은 여름처럼, 붉은 마음으로 가득 찬 저는 이곳 통인동 정보공개센터의 새 식구입니다. 이미 낯선 곳은 아니지만, 낯설고 새로운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무엇으로도 이 뭉슬뭉슬한 마음을 다 표현하지는 못할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놀러왔던 때와 다르게 이곳으로 오는 발길이 무겁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2년을 학교에 더 있다가 강언주라는 이름을 걸고 사회에 처음 내딛는 길, 올라오는 지하철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자며 올라오는 길에<녹색평론>을 읽었습니다. 박경미 이화여대 기독교교육학가 교수가 쓴 글에 그런 내용이 있더군요, ‘지식인은 구체적인 정치적 조작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입장, 즉 추상적인 구호와 주장들에 묻혀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민중의 현실과 절실한 삶에 입각해서 사물을 보고 발언해야 한다, 모든 제도와 권력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고 불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저는 감히 저를 지식인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지식인이라 말하기에는 저는 어리고, 모르는 것이 더 많고, 부족한 것이 많은 스물다섯의 풋내기 청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글이 저에게 감동이 되었던 것은 지식인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제도와 권력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고 불화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오늘 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이력서를 낼 때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떤 거창한 포부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을 좋아하고 사람에게서 희망을 보는 '사람냄새 나는 사람', 아무런 거추장스러운 것도 없이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작지만 큰마음을 품는 우리가 바로 세상을 바꾸는 희망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있는 곳이, 첫발을 내딛은 곳이 이곳 통인동 정보공개센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 식구들이 그만큼이나 저에게 좋은 만남들입니다. 제가 희망을 보는 사람냄새 폴폴 나는 사람들입니다.
붉은 여름, 붉은 태양처럼, 붉은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레는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직 뵙지 못한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곳 정보공개센터의 새 식구는 짧게 인사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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