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기록 공개해달라 했더니 수수료 540만원, 징역5년은 또 웬말?

opengirok 2009. 7. 30. 16:4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얼마 전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810만건을 공개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국방, 외교, 수사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던 기록물을 이번에 비공개재분류를 통해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 30년 넘도록 베일에 쌓인 채 이제껏 숨겨져 있던 우리의 현대사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어떤 기록들이 있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록물 목록을 공개한다는 국가기록원의 나라기록포털(
http://contents.archives.go.kr)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30년이 경과한 기록 목록과 30년 미경과 기록목록, 그리고 대통령재가 및 비서실에서 생산한 기록목록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35개의 생산기관별로 들어가야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항목이 나누어져 있으니 전체목록을 한눈에 살펴보는 것이 어렵다. 전체 목록 중에서 찾고 싶은 정보가 있을 때는 기간별, 생산기관별로 구분되어있는 항목별로 각각 들어가야 해 검색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이에 국가기록원에 검색이 불편하니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목록을 엑셀파일로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리고 국가기록원은 필자의 정보공개청구에 공개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거기엔 두가지의 단서가 붙었다.

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엑셀파일 공개하는데 수수료가 540만원?!!

810만건의 공개목록을 공개할 테니 그에 따른 수수료 54,06,700원을 내라는 것이다. 공개하는 전자파일의 분량이 총 270,335매인데, 1매당 20원씩 부과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17조에 보면 정보의 공개 및 우송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실비의 범위 안에서 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실비는 사본출력물을 공개할 때 드는 종이비용이나, 동영상을 공개할 때 필요한 CD 비용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사본출력물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파일을 CD나 이동디스크에 담아서 공개하라는 것도 아닌, 그저 엑셀파일을 이메일로 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수수료로 54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설령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810만건 목록을 모두 엑셀로 입력을 해야 해 그 인건비를 정보공개수수료로 부과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만큼의 돈은 들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공개한 자료를 좀 더 편리하게 보고 싶다고 요청하는 시민에게 이렇게 큰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 국가기록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식인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하는 행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기록이 저작권 대상??

두 번째 단서조항은 공개하는 기록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니 이를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등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저작권법 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엑셀파일에 수수료 540만원을 내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이번엔 징역5년에 벌금 5000만원이라니...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태도에 기가 막힐 뿐이다.

국가기록원이 정보공개를 하면서 저작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정보공개센터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공개받은 전직대통령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린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대다수의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어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때에도 국가기록원은 저작권을 운운하며 해당 사진을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시민에게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내리라고 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말한 저작권법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저작권법 7조를 보니 국가기록물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작물이라고 표시되어있다. 저작권은 개인의 지적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업무의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에 저작권을 운운하면서 공개를 제한하는 행위는 정보공개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런 일은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정보공개제도는 10년 사이에 많은 성장을 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또 한국의 정보공개제도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정보공개 활동을 벌여나가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정보공개 답변을 받고 보니 다른 나라가 알까 부끄러워진다. 게다가 정보공개법의 시행주체인 행정안전부 소속인 국가기록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810만건의 비공개 해제목록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적극적 공개를 통해서 행정의 투명성 제고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정보공개요청을 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국가의 기록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국민의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자신의 기록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아직도 국민이 알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멀기만 한 일 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