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불법, 탈법의 온상 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opengirok 2009. 5. 4. 14:38
                                                                                     박대용 정보공개센터 자문위원
                                                                                               (춘천 MBC 기자)

흔히 판공비라고 부르는 업무추진비는 그동안 지출 내역의 공개냐 비공개냐를 둘러싸고 자치단체마다 논란의 핵심이 돼 왔다.

강원도의 경우, 공무원 노동조합이 4년여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도지사의 업무추진비 내역과 증빙자료를 받아낼 수있었다.

업무추진비 공개 여부는 이미 정부 방침에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소송까지 갈 필요가 없는 당연한 조치지만, 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은 일단 시간끌기로 버티고 보자는 식으로 철저히 감추고 있다.

너무나 만연해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비공개 자체가 당연해보이지만, 업무추진비가 국민이 낸 세금이라고 생각한다면,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요, 범죄나 다름없는 행위다.

강원도지사의 과거 1년 평균 업무추진비는 연봉의 다섯배나 되는 4억원이 넘었다. 부지사까지 포함하면, 7억이 넘는 액수다.

강원도지사는 한 달에 3천만원 이상씩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면서, 월급과는 별도로 현찰로만 6,7백만원씩 썼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합치면, 강원도지사는 1년에 5억원이 넘는 돈을 쌈짓돈으로 굴린 것이다. 최근 정보공개센터가 밝힌 강원도지사의 업무추진비 예산 총액은 5억 2천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지만, 지금껏 강원도의회 감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이번에 공무원 노동조합이 대법원 승소판결을 통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왜 도지사 판공비가 판도라의 상자 대우를 받아왔는지 이해가 된다. 실명은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예산을 감시해야할 위치에 있는 지방의원, 경찰, 법원, 검찰, 언론인들이 업무추진비로 접대를 받거나 경조사비를 받았다. 정치인인 도지사, 자치단체장은 법으로 기부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업무추진비는 정치자금법을 초월해 전방위 로비 자금으로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밌는 것은 강원도지사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상당수가 도청 매점에서 나온 것이란 점이다. 도지사가 업무추진을 위해 도청 매점을 애용한다는 얘기는 일반 국민이 들어도 쉽게 믿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양양군의 경우, 서로 다른 식당 영수증의 필체가 같은 사람의 필체로 드러났고, 자체 지출결의서와 식당 영수증 필체가 같은 것으로 드러나 결국 공무원 한 사람이 소비처 영수증까지 기록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어 강원도지사가 구내 매점을 애용하게 된 이유도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업무추진비라는 막대한 자금으로 선거구민을 접대하고, 이를 감시해야할 기관들의 눈과 귀를 가려온 자치단체장들의 목적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란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지만, 지금껏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해 선관위나 수사기관이 적극적인 조사나 수사를 펼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강원도지사와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장, 강원지방경찰청장,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강원도의회 의장, 그리고 언론사 사장들이 같이 식사를 하면 누가 주로 밥값을 낼까? 여기서부터 자치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를 둘러싼 불법과 탈법 논란이 시작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