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의 떡은 놓을 수 없다?
정광모 이사
경영위기를 겪는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들이 11월 19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정부에 구제금융을 호소했다. 이들은 모두 전용기를 타고 와서 지원을 요청했다. 민주당 하원의원의 날카로운 질책이 이어졌다.
“일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 손 들어보세요”
“아무도 없다는 걸 기록해주세요”
“전용기를 당장 팔고 민간비행기로 집에 돌아갈 사람 손 들어보세요”
“아무도 없다는 걸 기록해주세요”
최고경영자들이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까지 이용한 전용기 비용은 왕복 2만달러로 일반 비행기의 40배 가격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미국 의회가 순순히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줄 리가 없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온 나라 국민이 경기침체와 실업 공포에 시달리는 지금 정부가 ‘예산 10% 절감’ 방침과 달리 2009년 인건비와 부처 운영비 등 경상예산을 4000억원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부처 중 인건비와 기본경비를 모두 줄인 부처는 기획재정부뿐이었다. 국방부와 법무부와 외교통상부는 두 항목에서 모두 예산을 늘렸다.
정부 예산에 ‘특수활동비’라는 것이 있다. 특수활동비는 정부 세출과목으로, ‘230목’으로 분류한다. 이는‘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수행되는 경비'를 뜻한다. 이 돈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돈이지만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다. 정부가 2009년 예산으로 국회에 8600억을 요구했고 기밀업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국가정보원 몫을 빼도 3700억이 넘는다. 온 국민이 경제위기에 빠져 허덕이는 지금 정부는 작년보다 100억이나 늘려서 국회에 요청했다.
‘특수활동비’는 1993년 이전에는 ‘판공비’란 이름으로 쓰였고, 1994년부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로 나눠졌다. 감사원은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서 ‘특수활동비’는 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집행내용 확인서가 필요없다고 밝히고 있다.
감사원이 엄격하게 회계감사를 해도 예산낭비 사례가 줄줄이 나오는 판에 이렇게 감사원까지 나서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풀어놓았으니 그 돈은 '눈 먼 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08년 7월 당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였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승용차 홀짝제(2부제)로 전환하여 에너지절약 분위기를 선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금까지 기름 값이 뛰면 정부가 이와 비슷한 많은 대책을 발표했다. 혹시 그런 발표에 장관과 차관, 공공기관 기관장이 자신이 타는 관용차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거나, 소형차로 관용차의 급을 내린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적이 있었는가? ▲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중 최고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 현대자동차
타는 차의 종류가 타는 사람의 인격을 결정한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들은 남의 돈, 즉 나라 세금으로 타는 차를 줄일 생각이 없다. 내 돈이 아닌 국민의 돈의 운명은 이렇다. 고유가 대책은 국민과 직원이 하는 것이고, 고위직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타는 대형승용차를 줄일 생각은 없다.
고위 공직자들은 자주 쓰는 ‘혈세’란 표현은 그냥 해본 말에 불과하니 거둬들이는게 좋을 것이다. 누군가가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남의 돈인 국민 세금을 마음대로 쓰는 일 또한 얼마나 좋은지 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이라고 되뇌지만 정작 내 손의 떡은 놓을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자신들과 관련한 예산은 어떻게 쓰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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