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도류스님. 불도암주지) www.booldoahm.com
본 내용의 주인공인 <상징탑>이다. 건축업자로부터 직접 설계도에 의한 공사비 견적을 받아본 결과 약10억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대교 앞 회전교차로 5거리 중심부에서, 이처럼 철야로 등불을 밝히며 위용을 과시하느라 매월 약80만원의 전기사용료를 역시 낭비하고 있다.
의회도 모르고 있던 공사금액
2006년 11월에 발표된 <회전교차로 상징조형물 디자인개발 학술용역 보고서>-강원대학교산학협력단- 내용을 살피면 상징조형물의 상세디자인 및 설계도 그리고 총공사비내역을 볼 수 있다. 모두 여섯가지 분야별 공사비 내역과 더불어 총공사비금액은 18억4천4백7십5만4천원.
그러나 이 <학술용역보고서>는 년말 마지막 임시회가 열리고 있는 12월6일 의회행정사무감사에서도 보고되지 않은 채, 물론 의회 심의의결도 없이 그 해 12월 27일 행정부 독단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업자를 선정하고 공사결정을 집행했다.
2007년 6월 무렵. 회전교차로 현장에 탑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은 비로소 공사금액이 18억이라는 소문을 들어 알게 되었고, 고가의 공사비에 놀라고 있었다. 사실 군수실 앞 복도 한켠에는 이미 3년 전쯤부터 그 상징조형물탑의 축소모형이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조형물탑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공사비에 대한 초기의 소문은 약6억 정도가 소요될 예정으로 떠돌고 있었다.
나는 이 탑조형물에 대한 예산규모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혹을 품게 되면서 당시 시민단체 대표로서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전격적으로 이 탑조형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제보를 접수하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나는 그 학술용역보고서와 설계도를 입수하게 된 뒤, 그것을 각 분야별 전문건설업체에 설계도에 따른 세부 견적서를 의뢰해보았는데, 약1개월 남짓 뒤에 받아 본 견적비의 총액은 약 6억9천만원이었다. 물론 현장설치 공사완료를 전제로 한 금액이다. 용역보고서에 발표된 금액과는 약11억원 정도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금액인 18억으로 부풀려진 공사가 어떻게 집행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의회방문과 회의록을 통해 확인 작업을 해보니, 자치단체에서 10억 이상의 공사비를 집행하는 사업은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는 재정투융자심사를 받지 않았고, 의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으며, 물론 의회 심의 의결도 없이 행정부 임의대로 사업비를 결정지은 것이었다. 또, 수의계약을 체결한 한국전시공업협동조합을 중간 통로로 이용했을 뿐, 사실상 (주)CCM이라는 회사를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명백한 지방자치법위반 사안이었다.
내부담합에 의한 전형적인 수의계약 수법
공사비가 실시설계용역 단계부터 이처럼 과도하게 부풀려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놀라웁게도 본 조형물탑의 디자인개발 학술용역을 맡았던 <강원대학교산학협력단>은 화천군 집행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업체인 바로 그 (주)CCM이 자본금을 출자해서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기구였고, 학술용역보고서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다름아닌 (주)CCM의 간부들이 대거 참여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전에 밑그림을 그리고 공사비를 책정한 그 업체가 시종일관 이 사업을 주도해 온 것이며, 결국 <한국전시공업협동조합>이라는 중간 전달자를 앞세워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게 된 것이다. 당시 디자인학술용역보고서가 발표되기도 전에 군수실 앞 복도 한켠에는 이미 3년전 쯤부터 그 상징탑 축소모형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 디자인과 사업추진 주도업체 등은 벌써 내정되어 있었다는 암시를 느끼기에도 충분한 것이다.
본 조형물탑의 공사는 전체 공정의 90%이상이 일반 건축물공사와 다를 바가 없는 공사다. 이것을 공개입찰 방식의 업자선정을 피하기 위해 조형물공사로 억지 명명하면서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여 이미 내정된 업자에게 넘겨준 것이다. 이 지적에 대해서 행정 집행부측에서는 예술성을 표현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전문업체가 공사를 해야 하므로 조형물로 지정하여 “한국전시공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그것은 궁색한 변명일 뿐 “한국전시공업협동조합”은 수의계약을 위장하기 위한 들러리였을 뿐이며, (주)CCM의 전문성이 발휘된 작품도 아니었다. 정작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 참여한 업체들은, 그 상징조형물의 특수한 예술성을 표현해야할 (주)CCM 당사자가 아닌 일반하청업자들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학술용역보고서에 제시되어 있는 공사비 약18억4천만원은 그곳에 적시된 가격표 그대로 순수한 건축공정에 투입되는 자재비와 노동인력에 대한 공사비 총액으로 제시된 것이다. 예술성에 대한 가치가 부가된 금액은 단 한푼도 적용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정에서는 예술작품이라서 금액이 높아진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현재 화천군에는 약18억의 공사비가 책정될 수 밖에 없었다는 세부적인 공사비내역서가 준비되어 있다. 이것을 상세히 분석해서 파헤치면 조형물과 관련해서 행정과 업계가 얼마나 치밀하고 교묘하고 납품가격과 공사비를 부풀려서 수작을 꾸며왔던 것인지에 대한 그 수법을 낱낱이 확인하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자치단체에서 거의 예외없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니, 이를 계기로 조형물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유사한 사례를 찾아내고 바로잡으면, 이와 연관된 예산의 허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학술용역보고서>에 발표된 공사비내역 가운데에는 본 조형물에 사용되는 레미콘의 총물량이 약900루베가 책정되어 있었는데, 내가 설계도를 의뢰해서 받아본 견적서에 의하면 레미콘 물량이 400루베로서 완성 지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약500루베의 레미콘이 과다책정되어 있었던 것이며, 실제 이 남아도는 물량은 레미콘공급업체에 대한 경찰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이 되었다.
(주)CCM은 당시 강원도고위공직자와 친형제 간이라는 인맥으로 인해 지난 6-7년간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조형물관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최다실적의 업체로 알려져 있었다. 얼마나 많은 조형물공사 사업들이 이 강원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예산으로 책정되어 수의계약으로 사전에 내정된 업자들에게 넘겨졌겠으며, 행정과의 은밀한 뒷거래는 얼마나 무성했을 것인가.
이 모든 내용들을 적시하여 춘천지방검찰청에 본 내용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던 것인데, 경찰조사를 통해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서도 경찰수사과에서는 <혐의없음>으로 종결하여 검찰로 송치하고, 담당검사는 즉시 같은 결론으로 종결지어 버렸다. 무엇을 어떻게 조사했기에 위의 모든 사실이 어느 한가지도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담당검사는 이처럼 엄청난 사건을 경찰에 모두 일임한 채 방관만하고 있다가, 그토록 쉽고 단순하게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인지. 나는 아직도 납득할 수가 없다.
행정의 압박과 역고소
이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화천군 집행부는, 어느 날 이장협의회를 충동질하고 동원해 나를 회의실에 참석시켜 놓고서 다수의 힘을 빌어 질타하며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사업설명회를 빌미로 수백명의 화천 5개읍면 주민들을 회의장에 불러 모아 놓고서 인민재판식 비난과 성토대회를 열기도 했으며, 5개읍 면에 베포하는 회보 소식지에 공익을 저해하는 불량단체와 인물로 매도하는 내용의 기사를 1면 전면에 게재하여 유포하기도 했다.
또, 어느 화천군 고위공무원은 나와 협력하며 활동하던 회원에게 찾아와 “계속 그런 활동을 하면 당신 동생 사업체에 일감을 줄 수 없다”며 협박인지 회유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간 사실도 있어, 그 회원이 착잡한 마음으로 나에게 그 사실을 전해주기도 했다.
화천군 행정집행부는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행정대립각을 세웠던 나의 주변에 압력을 가해왔었는데, 사실 행정집행부가 아무런 잘못된 것이 없는 입장이라면 하등의 방어나 보복성 행위를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실관계 조사가 완료되고 시간이 지나가면 어차피 모든 오해와 진위여부는 자연히 밝혀지고, 어느 한쪽의 명백한 과실이 입증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신뢰감과 명예를 확보하게 되지 않겠는가. 청렴한 공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호재로서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에 제출했던 <진정서>는 모두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리됨과 동시에, 곧 이어 이번에는 그간의 나의 활동 군수에 대한 명예훼손, 무고, 및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위반혐의에 해당된다며 소환장을 보내왔다. 범죄를 막아달라는 입장에 있던 내가 범죄자로 바뀌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의 기막히는 심정은 그 같은 상황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기 힘들 것이다.
피의자가 되어 검사 앞에 소환된 뒤, 나의 성실하고 논리정연한 주장과 꼼꼼하게 준비하여 제출한 관련자료를 검토한 검사는, 나에게도 역시 “범죄혐의 없음”으로 처분을 내렸는데, 하지만 군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항고함으로서 나는 고등검사장에게 또다시 소환되었었고, 고등검사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로 “범죄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하여 종결지었다.
감사원은 조사를 회피하고
<예산낭비 상징탑>으로 명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본 사건은 당시 감사원에도 <진정서>를 제출했었는데, 그러나 감사원은 화천군감사로 이관하여 처리하도록 조치함으로서 사실상 감사를 회피했다. 나는 이점이 가장 아쉬운 일로 여겨진다.
행정절차상의 불법행위가 분명히 자행되었고, 고위공직자의 친분이 미친 영향과 내부담합 의혹이 강하게 의심되는 이같은 사안을 어째서 감사원은 외면했던 것일까. 그러한 행정전문분야의 의혹은 경찰이 조사하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니, 마땅히 감사원에서 전문인력을 동원하여 의회기능을 무시한 행정 전횡의 이유를 추궁해야 하며, 설계분석과 공사비내역에 대한 세부내역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어야 하는 것이다.
2007년 12월 무렵 그 <예산낭비 상징탑>은 완성되었고, 그 달에 공사비도 모두 집행되었다.
상징탑의 재원은 국비와 도비가 합쳐져서 10억원. 화천군비 7억원으로 건축된 것인데, 내가 확인한 견적비 6억9천만원이 실제 공사비 금액으로 드러날 경우, 결과적으로 화천군비 7억원 만으로 이 공사는 완료된 것이고, 국비 도비 10억원은 가져간 사람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을 지나고 있는 지금, 검찰과 감사원으로부터 외면당한 이 사건은 결국 그냥 잊혀져야만 하는 것인가. 이같은 결과를 지켜보던 회원들과 주민들은 행정의 막강한 세도에 더욱 깊은 상실감만을 느끼면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터무니없는 예산집행 사업들을 눈앞에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자조와 한숨만을 내뱉으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다시한번 이 사건의 전말을 간략하게나마 공개해 보게 된 것은, 이곳 정보공개센터 전진환사무장님의 권유에 힘입어 새로운 정부에 대한 작은 가능성과 희망의 마음을 가져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 1주년을 맞이하는 이즈음, 감사원 역시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분위기로 더욱 소신있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리라 기대해보면서 이 기회에 <화천군 예산낭비 상징탑>의 실체가 밝혀지고, 이로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사회적 기강을 다시한번 굳건하게 세우는 정의로운 정부의 탄생을 확인하게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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