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 지하철, 전철역의 노인, 장애인 그리고 유모차를 위한 ‘배려’ 현실에 대하여
중앙대학교 류지환
이 글은 시사저널과 투명사회를 정보공개센터에서 개최한 정보공개청구 캠페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1. 서론
미국의 유명작가 코맥 매카시의 ‘국경 시리즈’ 중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소설 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소설이 있다. 물론, 이 소설이 제목처럼 노인의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묘하게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언제부터 노인이 사회적 약자, 소수취약계층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조선시대부터 60년대 70년대까지 노인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큰 어르신으로서 공경받고 모든 집안의 존경을 받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는 유교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회라는 걸 가정한다면, 꽤나 역설적인 광경이다. 2013년 현재, 전국 독거노인의 수는 125만명 , 정부는 지금 추세라면 2018년에 대한민국이 고령사회로 접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민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100명 중 14명이 사회적 약자로 편입될 예정인데, 새로 들어온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현실성 없는 공약으로 표만 긁어 모으고는, 이들을 토사구팽시켜 버렸다.
또 장애인은 어떤가, 201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등록 장애인 수는 총 251만 1천명. 전국의 총 장애인 수와 독거노인의 수를 합치면 약 366만명, 부산광역시의 인구와 비슷한 수인데, 과연 이들의 인권과 복지는 나라에 의해 잘 지켜지고 있을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여기에 나의 개인적 경험까지 더해져서 정보 공개 청구를 만약 한다면, 이들의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간의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내용, 즉, 장애인이나 노인의 이동권에 관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하철에 대한 정보 청구를 결심했는데, 세계에서 도쿄 다음으로 많은 수송인원을 책임지며, (어느 일간지에 따르면) 전세계 최고의 전철 시스템 을 가진 서울특별시에서 장애인과 노인의 이동권은 얼마나 잘 보장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장애인이나 노인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특히 유모차를 이용하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 부모들 역시 사회적 약자는 아니라도 사회적 ‘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들의 이동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담으로 작년 여름에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에서, 젊은 외국인 부부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잘츠부르크 고성에 아무런 제약 없이 유모차를 가지고 올라온 것을 보고 충격을 먹었던 내 자신의 경험이 위의 생각에 크게 작용했다.
2013년 기준 서울, 수도권 인구의 수는 2천 519만명, 어림잡아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장애인과 독거노인 역시, 서울 및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량 산다고 했을 때, 약 180만명에 달할 것이다. 나는 서울 및 수도권 전철역에서 보장되고 있어야 할 이들의 이동권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서울특별시 25개 구, 서울 메트로, 서울 도시철도 관리공단, 코레일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 정보공개 청구내역
2013년 10월 18일 나는 앞서 언급했던 공공기관들에,
(1) 서울시 각 구별 지하철역, 전철역 현황과 역의 면적 및 출구 개수
(2) 해당 역 별 가용중인 휠체어, 유모차용 리프트 대수, 점검현황
(3) 장애인/노약자용 엘리베이터의 대수
(4)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의 사용법에 대한 교육 현황
이상 4가지 항목 등에 대한 정보를 청구했다. 기존에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되어 있는 분기별 수송실적은 이미 2013년도 9월분까지 나와 있었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그냥 이용하기로 했다.
3. 공개된 정보 분석
정보는 공개까지 1주일 정도 걸렸다. 정보 공개가 되는 과정에서, 구청의 공무원들이 전철에 대한 자료는 도시철도공사, 코레일, 서울 메트로가 직접 관리한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실제로 정보를 보내준 곳도 위 세 곳이었다.
일단, 나는 서울시에 무수히 많은 전철역 중에서 일정 기준을 가지고, 몇 개의 역사만을 추려보기로 했다. 그 조건으로는
첫 번째, 일간 혹은 주간, 월간 승하차 인원 즉 유동인구가 붐비는 전철역
두 번째, 장애인이나 노약자 혹은 영유아 동반 가족이 이동하는데 있어 환승 거리가 멀거나 역의 면적이 넓은 경우
세 번째, 자료를 보았을 때,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대수가 ‘터무니없이’ 많거나 적다 생각된 경우.
기타 미심쩍은 경우 등으로 정하였다.
우선, 서울시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붐비는 곳, 일간 승하차 인원이 많은 전철역들은 다음과 같았다.
위의 시트를 보면, 상위 1위부터 14위까지의 전철역의 일간 승, 하차 인원은 10만명이 넘는다. 승, 하차인원은 말 그대로 환승을 포함한 역의 승, 하차 인원으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서울 시내 거점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일단 위 시트를 기반으로 일간 수송 인원이 10만까지인 14위 강변역 까지를 직접조사의 범위로 삼기로 하고, 이 중에서도 환승 거리나, 공개된 정보 자료 상 ‘하자’가 있어보이는 역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총 4개의 역이 심히 미심쩍었다. 그래서 나는 4개의 역을 자료로 분석하는 한 편, 실제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 역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하였다.
(1). 서울역 (1,4호선, 공항철도, 경의선, 일간 승,하차 순위 4위, 수송순위 2위)
위의 시트는 코레일이 보내온 정보의 일부이다. 코레일은 서울역을 통과하는 공항철도, 경의선 전철 등의 관리를 맡고 있다.
위의 표는 서울 메트로가 관리하는 서울역의 정보이다. 위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 각자가 생각하는 서울역의 관리 면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상식적으로 출구 개수가 한 개라고 보내온 코레일의 정보에서 실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대수는 9대, 휠체어리프트 대수는 4대인데, 출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에 이렇게 많은 편의시설이 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아마도 KTX 승강장에 있는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가 있다면 그것까지 센 개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서울 메트로가 가진 정보에는 휠체어리프트가 몇 대로 기재되어 있을까?
1호선 서울역과, 4호선 서울역에는 총 6대의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코레일의 정보와는 조금 다르지만, 서로 관할하는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하지만 이들은 같이 관리한다고 나에게 말했었다.) 이 정도는 이해를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아무튼 자료에 따르면 총 10대의 휠체어 리프트가 있다는 것인데 공개된 정보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역사에 비해 꽤나 많은 수의 휠체어 리프트가 가용중인 것 같다. 휠체어 리프트의 안전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나의 정보공개 요청에 서울 메트로 측에서는
이란 답변을 내어놓았고, 이는 5,6,7,8 서울 도시철도나 코레일 역시 이와 같이 비슷한 맥락의 답변을 주었다.
원래 개정되기 전의 법은 장애인들이나 유모차를 동반한 영유아 부모들에게 상당히 불리했었는데, 대다수의 역에서 혼자 이 리프트를 작동해야 하거나 아니면 공익근무요원들이 리프트를 작동하는 등의 관행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교육된 직원이 리프트를 작동한다고 한다.
(2). 강남역 (2호선, 신분당선, 일간 승,하차 순위 1위, 수송 순위 1위)
통계자료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붐비는 역사 1위, 실제 체감으로도 가장 붐비고 복잡한 역사 1위인 강남역. 많은 회사와 쇼핑몰, 문화 시설, 술집, 서비스 센터, 어학원 등이 몰려있는 강남역은 우리나라 사람뿐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이 찾는 역이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지리에 미숙한 외국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역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단 생각이 들었는데, 내 기억 속의 강남역은 에스컬레이터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사람만 많은 곳이었다. 과연 공개된 정보로 본 강남역은 어떤 역일까.
서울 메트로가 보내준 강남역은 출입구가 없는 역이었다. 또한,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전철역 명단에서도 누락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행정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했고,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역이지만, 실상 방치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다.
또한, 이렇게 관리가 되고 있다면 장애인, 노약자, 영유아 동반 가정, 심지어 외국인까지도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3). 고속터미널(3호선, 7호선, 9호선, 일간 승,하차 순위 9위, 수송순위 7위)
강남에서 강남, 삼성역과 더불어 서울 시민에게는 수송 3대장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고, 무려 3개의 노선이 고속터미널을 지나가며, 전국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이곳은,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가 같이 관리를 맡고 있으며, 맥쿼리가 손을 뗀 9호선 역시 곧 이들의 관리감독을 받게 될 것이다.
우선 공개된 정보 상에서, 3호선 고속터미널 역 내부에는 총 1대의 휠체어 리프트가 배치되어 있었다. 미심쩍었던 것은 서울 도시철도가 준 정보였는데 이 정보에는 다음과 같이 총 4대의 휠체어 리프트가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운행 구간을 나타내는 오른쪽에서 세 번째 셀들을 보게 되면 뭔가 이상하다. 지하 3층에서 지하 1층까지 가는 휠체어 리프트가 과연 존재할까, 거기에 왜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가는 휠체어 리프트는 많은데, 지하에서 지상으로 가는 리프트는 없는 것일까. 게다가 이 역은 어마어마한 환승거리로도 유명하다. 7호선 고속터미널 역을 중심으로 3호선, 9호선 까지의 환승거리는정보에 의하면 7호선에서 3호선까지의 환승 거리는 169m, 9호선까지의 환승 거리는 314m, 공개된 정보가 최단거리라는 가정 하에, 만약 3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을 하려면 최단거리로만 약 500m, 중학생 체력장 수준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것인데, 장애인, 노약자에게 이 거리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거리일 것 같았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로 본 고속터미널은 되려 이 부담감을 더는 게 아닌 가중만 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신촌역 (2호선, 승,하차 순위 10위, 수송인원 순위 10위)
최근 인기리의 방영중인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 무대이자 환승역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승,하차와 수송을 분담하고 있는 역을 가진 신촌. 신촌은 넓게 보면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의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원래 이곳은 서대문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실제로 젊은 층들 못지 않게 원래 주민의 비율 역시 높은 곳이다.
개인적인 목적으로 신촌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고, 따라서 전철을 많이 애용하는 편인데 신촌 전철역은 상당히 불편하다. 일단 높은 계단과 양 끝이 상당히 긴 역이라서 굉장한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도 시간대 가리지 않고 많은 편인데, 특히 출퇴근 시간의 신촌은 신도림과 더불어 가장 짜증이 나는 곳 중의 하나이다. 왜 신도림을 선택하지 않고 미심쩍은 곳으로 신촌을 선택 했냐면, 뒤에 밝힐 신촌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서울 메트로가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신촌역의 출구는 총 8개, 면적은 7,620 제곱미터. 드러난 수치로는 그리 큰 역이 아니지만, 인접해 있는 상가 건물이나 현대백화점과의 연결통로까지 합친다면 상당히 큰 역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신촌역은 환승역이 없는 반면, 지하에서 연결되는 지점은 많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장애인이나 노약자 입장에서는 출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한 상당히 많은 이동거리를 걸어야 한다. 신촌역과 같은 역에서는 휠체어 리프트,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많아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 메트로가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신촌역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아예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짚고 넘어가자면 1,2,3,4 호선은 상대적으로 노후화가 된 역들이 많고, 또한 상대적으로 에스컬레이터에 비해 계단이 많다. 장애인의 경우 2호선 이용시 엄청난 난관들이 예상되므로, 휠체어 리프트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호선 총 50개의 역사 중,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곳은 12역 21대, 이 중 2대는 철거 예정이라고 봤을 때, 50개 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는 단 19개에 불과하다. 적어도 하나씩은 있을 것이란 나의 예상과는 어긋나도 너무 어긋났다. 더 어이없는 사실은 엘리베이터 설치로 철거예정이라는 비고란에 쓰여있는 저 문구였다. 과연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리프트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비장애인들이 계단을 오를 권리가 있는 것처럼 장애인들 역시 휠체어로 계단을 오를 권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찾는데 장애인들이 얼마나 애로사항을 겪게될 것인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기 때문에 휠체어 리프트가 필요 없다는 황당한 발상의 참혹한 결과가 신촌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4. 직접 체험하기
위에서 언급한 미심쩍은 (따지고 보면, 미심쩍은 역이 전체 중 8할은 넘었지만) 4개역에 대하여 직접 한 번, ‘장애인, 노약자,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체험해 보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고 했던가. 넘겨받은 정보는(물론 청구한 나의 방법적 오류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정말 눈 가리고 아웅 식 아니면,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보와는 다른 이면이 존재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1) 서울역 –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울역 이용하기 (환승센터에서 KTX 승강장까지)
주말 서울역은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 서울로 돌아오는 사람, 대기업의 아울렛을 이용하는 사람, 갈 곳이 없어 서울역 근처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인 서울역은 북새통 그 자체였다. 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울역 환승센터부터 서울역 대합실까지 이동한다는 가정하에 루트를 짰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학교에서 151번 버스를 타고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가까운 서울역 출입구를 이용해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 가정을 먼저 해보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본 것은 상상과는 달랐다.
내가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경, 누가 임의로 혼잡시간을 정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혼잡한 것을 감안했을 때 너무 비효율적인 원칙이었다. 덕분에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일까? 덧붙여 환승센터에는 꽤나 많은 출구가 있었다.
요즘 늘어나는 성범죄 때문에 사진을 잘못 찍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인파가 지나가길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 사람이 없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 층계는 사진에서 보듯, 일반적인 계단에 비해 폭이 좁다. 그런데 여기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휠체어 리프트를 폈을 때, 펴진 리프트는 이 층계의 절반 이상의 공간을 차지한다. 사람이 붐비지 않더라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할 시에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게 눈총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리프트 점검이었다.
위 사진을 보면, 외부 점검 업체가 점검을 하는 것으로 나와있는데, 점검은 외주에 맡기고, 휠체어 리프트 작동은 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하고 있다는 요지일 것이다. 점검상태는 ‘매우’양호한데, 어떠한 부분도 고민 없이 동그라미를 쳤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결국 이걸 보게 될 장애인들은 안심하고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갑자기 이 리프트가 고장이 나거나 층계참 중간에서 정지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점검일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는 용산구 소재의 승강기 회사 전화번호이다. 만약 고장이 났을 때, 역무원들도 모르는 고장 원인이라면 이 승강기 회사 직원들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씩 외주업체에서 점검과 교육을 한다고 서울메트로 측에서는 이야기 했지만, 작동방법조차 쉽지 않은 리프트의 매커니즘에 대해서 장애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서울역이 얼마나 이 리프트에 신경을 쓰고 있을지에 대하여 걱정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은 리프트를 사용하는 순간의 눈총과 역무원들도 모르는 고장이 났을 때의 위험함을 무릅쓰고 리프트를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환승센터에서 계단을 내려가 서울역 대합실로 가기 위해 복잡한 서울역 지하로 들어섰다. 내가 휠체어를 탔다는 가정 하에, 복잡한 인파를 헤치고, 대합실 쪽으로 이동하는 출구를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에 운이 좋게도, 대합실로 향하는 통로 쪽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승무원을 볼 수 있었다.
리프트는 다행히도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역무원도 본인의 직분을 다했다. 아까 환승센터 쪽 출입구 계단의 폭이 이정도만 되었어도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합실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려했던 상황을 또다시 마주치고야 말았는데, 대합실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없었다. 주위를 살펴보다가 계단 옆 기둥 옆에 붙어있는 안내 스티커를 발견했다.
분명 정보공개를 한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그 많던 승강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장애인들이 환승센터에서 서울역 대합실로 향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 엘리베이터 한 대였다.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지만 정말 유일무이한 엘리베이터였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마저도 위의 사진에서 보듯 15인이 최대로 탑승할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 두 명이 간신히 타기도 힘들만큼 작은 엘리베이터였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엘리베이터가 환승센터에서 대합실로 통하는 유일한 엘리베이터이다 보니, 노약자, 유모차를 가져온 부모들을 포함해, 짐이 많은 비장애인, 외국인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굉장히 복잡했다는 것이다.
외부로 나오고 나서 찍은 엘리베이터의 모습이다. 비장애인 남성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결국 어렵긴 했지만 대합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서울 메트로와 코레일이 줬던 복수의 엘리베이터를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합실에 도착하고 나니, KTX를 타기 위해 2층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만약 2층에서 장애인이 KTX를 타려면 어떻게 가면 될까? 예상했던 대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만 있을 뿐 휠체어 리프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환승센터에서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보니 아래 사진에서 나온 안내 문구를 발견했다.
비장애인인 내가 걸어도 2,3분을 많은 인파 속에서 여행센터까지 걸어야 했는데, 장애인의 불편함은 더 클 것이다. 그리고 여행센터에 도착하니, 옆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행센터 옆에 장애인, 노약자를 위해 따로 만들어 놓은 출구는 없었다. 다만, 여행센터 옆에는 행락객들이 북적이는 승강장만 있을 뿐이었다.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정부 정책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는 멈춰 있었고, 계단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방법은 역시, 옆에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밖에 없었는데 아까 안내 문구에서, 열차이용 고객이란 문구가 추가되었다. 애초에 장애인,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환승센터 쪽 엘리베이터와 비슷한 크기의 엘리베이터엔, 위의 사진에서 보듯 장애인이 아닌 일반 열차 이용객들이 짐을 놓아두고 기다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 넓고 쾌적한 신축역사에 장애인, 노약자 전용 엘리베이터 하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것 일까.
KTX 승강장에서의 아쉬움이 가시질 않아서, 공항철도를 이용한다는 가정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항철도는 생긴지도 얼마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상당히 많이 이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조금은 다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휠체어를 타고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게 세상인데, 뭔가 다르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공항철도를 타러 내려가기 위한 가파른 계단의 어느 쪽에도 휠체어 리프트는 없었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찾기 위해 또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지 못했던, 유모차 진입금지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나서, 공항철도에는 엘리베이터가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항철도 라운지를 쭉 걸어가 모퉁이에 있는 공항철도 엘리베이터의 모습이다. 왼쪽은 비장애인용, 오른쪽은 장애인, 노약자용 엘리베이터이다. 환승센터 쪽에 비해 한대가 늘어났고, 장애인, 노약자 전용도 있지만, 이걸 사용하는 사람들은 별 구분 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고,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선 한참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장애인이라면,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생각보다 줄을 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그리고 문득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발견했다.
바로 이들을 위해 이 엘리베이터는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 중 태반은 나와 비슷한 또래거나, 3,40대로 보이는 비교적 건장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혼란감에 옆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20대로 추정되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장애인,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아니에요?”
“(지금 그분들이) 없잖아요”
이 사람은 급하면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서 용변을 보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관리감독도 책임이 있지만, 시민 의식에도 상당부분, 우리나라가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역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무엇보다 엘리베이터 수의 증강과 휠체어 리프트의 증강이 급해보였다. 또, 가시성을 위해, 안내 스티커를 기둥에 붙이는 것 보다는 작은 입간판이라도 설치를 하는게 장애인, 노약자를 위해 더욱 올바른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둘러보니 수많은 인파 속에 적지 않은 장애인들이 보였는데, 특히 2층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앉을 곳이 부족해 장애인, 비장애인 막론하고 땅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장애인으로 서울역을 이용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2) 강남역 이용하기 – 장애인의 입장에서 강남역부터 교보타워까지 이동해보기
강남역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곳이 얼마나 숨막힐 정도로 사람이 많은 곳인지를. 주말 저녁은 더욱 심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덕분에 강남역 내부는 열기로 가득 차서 웃옷을 벗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나는 강남역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는 교보타워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까지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동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공개해준 정보 내역과는 다르게 출구는 존재했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남역 지하 상가쪽으로 나와 출구를 찾았다.
10번 출구 쪽의 모습이다. 말고 매력있는 세계 도시 서울이지만, 에스컬레이터도, 당연히 휠체어 리프트도 없었다. 계단은 꽤나 가파른 탓에 발조심이란 문구도 붙여놓았다. 휠체어 리프트를 단념하고 지하 상가 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정말 많은 사람들과, 복잡한 지하 상가 쪽에서 엘리베이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일단 엘리베이터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 보였다. 출구마다 하나씩은, 특히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엘리베이터가 갖춰져야 정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돌아 다니다가, 강남역 안내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이것을 보다가 정말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첫 번째는 강남역이 정말 복잡하고 출구가 12개나 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가 단 세 대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있는 엘리베이터 마저 터무니없이 작았다.
휠체어 두 대는 언감생심이고, 비장애인조차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 엘리베이터 사용이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출구마다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만약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양재동 방향의 5번출구로 나가려면, 1번 출구 쪽으로 나와 비장애인도 걷기 힘든 강남대로를 이용하여,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고역이 따로 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는데, 사실 엘리베이터는 세 대가 아니라 두 대나 다름없었다.
8번 출구 쪽 엘리베이터는 화물운반 역시 가능하다.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는 수많은 가게들이 있다는 가정을 해보면, 8번은 오롯이 화물운반으로 써도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역 중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이용하는 강남역의 슬픈 현실이다.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리프트는 전무하고, 엘리베이터도 좁은 데다가, 그마저도 두 대 밖에 되질 않는다. 강남에는 휠체어 탄 장애인은 살기 힘든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찜찜하게 강남역을 떠났다. (덧붙여, 휠체어를 타고 강남대로를 이용해 교보타워를 가는 것은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곳은 도저히 휠체어를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강남대로를 걷는 사람들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한 명도 없었고, 노약자의 모습도 찾기 힘들었던 데다가, 유모차는 보지도 못했다.)
(3) 고속터미널 –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속터미널 역 이용을 하고, 고속버스 승강장까지 가보기
서울역과 더불어,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은 시외로 이동하는 중요한 요충지인 동시에, 서울역 만큼이나 많은 지하철 노선이 이곳을 지나므로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중의 하나이다. 고향이 부산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속터미널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부산까지 가는 고속버스 승강장까지 가는 가정을 해보았다.
운이 좋아서였는지는 몰라도,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노약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발견했다. 이 엘리베이터는 좁긴 했지만, 내리는 곳에서 바로 보이게 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교통카드를 찍는 지하 1층까지 운행되는 엘리베이터이다.
지금부터 슬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3호선 고속터미널 역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한 대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은 자칫 지역차별로 이어져 지역감정이 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표에 나와있듯, 경부선, 영동선과 호남선은 다른 출구로 나가야 한다. 공교롭게도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경부선, 영동선 쪽 출구였다.
두 출구 모두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쪽엔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고, 어느 쪽엔 휠체어 리프트가 없다. 강으로 운하사업까지 추진한 나라에서 지하철역 출구에 휠체어 리프트 하나 설치할 돈이 없었을까. 호남선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자신과 연고가 없는, 경부선, 영동선쪽 출구로 나가, 터미널 반대편으로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을 겪어야만 한다. 나는 급하게 처음에 했던 가정을 조금 바꿔서, 호남선을 이용할 예정인 장애인의 입장에 서보기로 하였다.
이 계단은 고속터미널 지하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올라야만 하는 계단이다. 즉, 호남선을 이용하더라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무조건 경부선, 영동선으로 나가야 한다. 어차피 버스를 탈 때 휠체어에서 내리더라도,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야만 한다. 여기서부턴 역에서 제공하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가면, 고속터미널 지하와 연결이 된다. 고속터미널 쪽으로 직진하다보면 승강기가 있는데, 승강기로 가는 길을 표시하는 안내판이나 입간판이 없는 것이 아쉬워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거기서부터는 서울 메트로나 서울 도시철도가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불행하게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고속터미널에 대하여 총평을 하자면 역시 휠체어 리프트와 엘리베이터 수가 현저하게 부족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개통한 지 얼마 안되는 7호선에 비해 3호선의 누수는 정말 심각했다. 뭔가 부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앞서,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가 공개한 정보에서도 언급했지만, 7호선을 중심으로 3호선, 9호선 환승거리가 상당히 멀다. 하지만, 변변한 이동 트랙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가야만 한다. 이러한 불편 사항들이 당장 개선되길 바라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이동 거리라도 이정표에 표기하는 노력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4) 신촌역 – 장애인들은 대학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젊음이 묻어나는 곳 신촌, 신촌 주변엔 연세대학교를 비롯해서,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경기대, 추계예술대학교 등 상당히 많은 수의 대학교들이 밀집해 있다. 아무런 환승 노선도 없는 신촌역이 하루 평균 10만명이 넘는 승,하차 인원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신촌역을 방문할지 짐작이 간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에 가다가 장애인 학우를 본 적이 있다. 휠체어에 탄 학우였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 잠깐 혼자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만약 혼자서 통학을 한다면, 흑석동까지 어떻게 왔을까 하고.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로,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장애인이 학교를 다닐 권리 역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마땅할 권리 중 하나라고 보면, 장애인 이동권과 연계해서 장애인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도록 사회 기반 시설 및 제반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젊은 대학생 인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촌이니만큼 장애인 대학생도 분명 있을 것이고, 기본적인 시설 역시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나의 오판이었다.
역무원의 도움이 필요하면 호출하라는 문구는 인상적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신촌역의 환경은 장애인들에게 그리 좋지 않았다. 강남역과 마찬가지로 휠체어 리프트가 아예 없었다.
가파르고 넓은 계단에 휠체어 리프트 하나 쯤은 설치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강남역에 이어 신촌에서도 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 8개의 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는 단 한 대밖에 없었단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면 두 대이다. 하지만, 한 대는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운행되며, 다른 한 대는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운행된다. 특히,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찾기도 매우 까다로워서 한참을 헤맸는데, 어떠한 이정표에도, 엘리베이터 위치를 표시해 놓지 않고 있었다. 만약, 신촌역을 처음 방문하는 장애인이거나 노약자는 계단 앞에서 큰 절망을 느껴야만 할 것이다.
막상 엘리베이터를 찾아 지상으로 간다고 해도, 그들은 곧 더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신촌역 출구 지도이다. 승강기는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로 나오는 단 한가지의 방법밖에 없는데, 만약 장애인, 노약자가 서강대교나 홍대 방면의 7,8번 출구 쪽으로 가야 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건널목을 최소 3번 건너야만 한다. 오히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더 번거롭고 힘든 셈이다.
신촌역은 앞서 말했던 역들 중에서 가장 최악이었다. 백화점과 다른 건물들과 연결된 지하 통로는 잘 마련되어 있으면서, 기본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에 있어선 최악이었다. 어떠한 안내 표지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지척에서 5분 이상을 헤맸다.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삼천포가 헤맸던 것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위 사진 속 할머니는 정말 힘겹게 계단을 올라오셨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만났던 다른 70대 할머니는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사신지 30년이 넘어가는데,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한 대 밖에 없고, 그마저도 나가는 출구가 정해져 있어서 매우 불편하다고 불만을 토로하셨다. 그리고 덧붙이면서, 여기 주민이나 학생이 아니고선 엘리베이터 찾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역의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엘리베이터 넓이에 휠체어가 두 대 타는 건 무리겠냐는 내 질문에 그 분은 한 대도 간신히 태우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아래는 엘리베이터 실내 사진이다.
5. 결론
직접 현장을 가보고 나니 가슴 한 켠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섞여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전철, 지하철 관련된 공기업들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들을 단 한 번이라도 배려했을까, 2012년에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277건의 개선사항을 확정했다는 뉴스 를 봤지만, 고칠 것이 2천건은 넘어 보였다. 4개 역에서 본 불편사항만 해도 몇 개인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보 공개 자료의 부실함 보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한 그들의 매너리즘이었다. 휠체어 리프트가 없는 역은 왜 설치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변명, 예를 들어 설치를 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못했다, 그 역은 공간이 애매해서 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이라도 듣고, 텍스트라도 보고 싶었지만, 아예 리프트가 있는 역만 정보가 기재되어 있거나, 심지어 어느 역은 승강기가 들어오면서 철거 예정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적혀 있었다. 계속 강조하지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지금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마저 눈치를 보면서 타야만 한다. 노약자들은 엘리베이터를 찾는 대신 계단을 오르내린다,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은 유모차 대신 품에 아이를 안고 다닌다, 인파가 붐비는 강남역 같은 곳에선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현장체험을 했지만, 모든 지하철역을 한 것도 아니고,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래서 다음 페이지에서 이것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싶다.
(1) 장애인 이동권이란 무엇인가?
<장애인 이동권은 물리적 장애, 특히 대중교통 이용에서의 장애를 없애,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이동권의 상위 개념인 접근권에 대한 법 조항이 마련되어 있고,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시행령이 발효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연이은 각종 리프트 추락 사고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장애인 이동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허울뿐인 권리임이 분명합니다.> _ 출처 : 장애인 이동권 연대
장애인 이동권 연대에서 이 글귀를 보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보고 생각했던 의구심이 그대로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너무 상식적이고, 당연한 내용이라서 더욱 슬펐다.
장애인 이동권 연대의 업데이트는 2009년을 끝으로 멈춰있었다. 대다수 시민 단체가 그렇듯, 그들도 인권유린, 희대의 토목 사기극, 불통과 아집의 모진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위의 슬로건은 2009년까지 최신이었을 장애인 이동권 연대의 슬로건인데, 위의 네 가지 요구사항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지하철의 경우는 앞서 살펴 봤듯이, 승강기 설치가 문제가 아닌 설치와는 별개의 이동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았으며, 대중버스의 경우 저상버스가 도입되긴 했지만, 서울시가 내건 공약은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밑의 두 가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금도 장애인들은 묵묵히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두운 실정이다. 비장애인의 권리만큼 장애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말은 헛소리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우리는 ‘우리’다. 같은 한국인이다, 따라서 동등하게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
(2)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설치와 개선 방안에 대하여
휠체어 리프트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안정성 문제에서도, 작동의 어려움 등의 기술적 문제에서도, 엘리베이터와 상충되는 역할 때문에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까지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오래된 역사가 많은 1,2,3,4 호선에서 역사 내에 새로운 엘리베이터를 당장 설치하는 것은 무리이다.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궁극적으로 설치가 되어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휠체어 리프트라도 필요하다. 여러 가지 안전성이 문제라면 역무원들이나 서울 시청 공무원들이라도 발벗고 나서서 이들을 지켜야 한다. 이들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좋지 않다. 벌써 나 이전에도 많은 곳에서 같은 불편을 제기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개선할 것이 더 많다.
일부 지자체 에서는 지하철 구간에 경사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도권에서는 요원하다. 경사로는 실제로 정말 유용하고 편리하다. 지난 여름 방문했던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버스와 전철역에, 경사가 높은 곳에는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약자, 유모차를 동반한 부모들이 모두 편리하게 이용하였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도 경사로가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단기간에 힘들다면, 넓은 계단 한편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언론정보공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지니, 의심도 많아지고 의심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직접 발로 뛰면서 사실과 거짓을 판별하지 않고선 견디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활동을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사실 봉사활동을 생각만큼 많이 못 갔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고충이 얼마나 심한지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가 간다. 그분들의 휠체어를 한 번만 밀어드리고, 그 휠체어에 한 번만 앉아서 끌어보기만 하더라도 모두가 나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 코레일이 준 정보는 사실 그렇게 유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준 정보가 불완전했기 때문에, 내가 의심을 가지고 직접 확인해 보게 되고, 관련 법제나 뉴스도 찾아보게 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애초에, 이들이 내게 정보공개의 목적을 물어봤을 때, 나는 우선적인 목표로 장애인들을 위한 인포그래픽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사실 이게 진짜 사실이다. 뭔가 주제 선정 과정에서부터 과제를 떠나 사회에 조그만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고, 만약 내가 원하는 자료를 받았다면, 그걸 기반으로 지난 학기에 배운 기술을 토대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보고픈 작은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 힘들 것 같다. 만약 내가 인포그래픽을 만들거나 앱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서울 시내, 수도권의 모든 전철역을 돌면서 직접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유익한 경험이었고, 장애인 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기쁘면서 안타깝다. 무언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꼭 할 것이라는 굳은 다짐이 확실해져서 기쁘지만,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한 편으로는 슬프다. 장애인과 노인이 사는 나라는 세계 어디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배려 넘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내 입장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이번 경험을 토대로 정말 좋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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