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공공을 위한 공공도서관은 없다.

opengirok 2013. 7. 17. 10:0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위탁경영 24%, 92%...사람과 책이 없는 도서관


얼마 전 10월에 개관하기로 한 국립세종도서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해, 도서관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책임운영기관은 IMF경제위기 이후 정부 내 성과주의 강화 요구로 1999년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주로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경쟁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관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국립도서관을 재정 효율성, 경쟁력 강화 등 시장의 논리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다행히 책임운영기관 지정안은 철회되었지만 우리나라 도서관의 공공성이 심히 우려되는 점이다. 이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서울시는 시립도서관을 재단방식으로 운영하는 조례를 제안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도서관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조례안이 여러 차례 유보를 거듭하고 나서야 폐기됐다. 그래서 현재 서울시립도서관의 운영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실제로 현재 공공도서관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공공도서관의 3대요소라고 하는 시설, 사람, 장서가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국민들이 공공도서관과 가깝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공도서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이 좋아 자신이 사는 동네에 도서관이 있는 게 아니라면 시간을 부러 내서 가야만 한다. 이렇게 도서관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몇이 될까?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공공도서관 연간 이용 빈도를 살펴보면 무려 국민의 70.8%나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일이 바빠서(44.2%)’, ‘도서관을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8%)’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토록 우리 생활에 공공도서관은 밀접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도서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도서관 1관 당 봉사대상 인구수로도 확인된다. 2012년 한국 도서관 1관 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6만 1천여 명이다. 이는 미국 3만 3천여 명, 영국 1만 3천여 명, 독일 1만 여명, 일본 3만 9천여 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정보접근성은 여전히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서관을 많이 세우기만 하면 되나?


도서관을 많이 건립만 하면 될까? 아니다. 실제로 각 지자치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서관 늘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장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이 더 문제이다. 공공도서관의 질적 수준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외형적인 인프라가 확충되었다고 해서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새로 신축하려면 사전에 도서관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그 전문 인력을 통해 장서확충과 운영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 총액인건비제와 총 정원제는 구립공공도서관의 사서직 확충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또다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공공도서관 현장의 경우 사서직은 한두 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충원한다 해도 비정규직 충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식의 인력구조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전반적인 서비스 수준과 역량이 저해될 것은 뻔 한 일이다. 도서관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식정보를 연결해 줄 사서가 부족하다. 이용자가 만족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준으로 도서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유능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도서관 장서는 양적으로 절대 부족하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는 데에 제약을 받거나, 아예 공공도서관 이용을 포기해 버리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도서관에는 정보가 필요한 이용자들이 줄어들고, 대신 시험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주요 이용자가 되고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국민 누구나, 어디서나 자유롭게 비용 지불 없이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기관은 공공도서관 밖에 없다. 공공도서관의 풍부한 자료들은 국민들의 지식정보에 대한 요구를 언제든지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족한 장서 수로 인해 정보격차가 발생하고, 정보격차는 사회의 경제·구조적 불평등과 교육·문화적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공공도서관의 장서의 확충이야 말로 정보격차문제를 해결하고,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국민들의 지식정보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도서관 현황은 ‘도서관이 없는 나라, 사람과 책이 없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업무의 효율성과 경제성, 총 정원제 및 총액임금제를 이유로 공공도서관의 위탁을 독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도서관 특유의 전문시스템과 전혀 관련 없는 공단, 재단 등이 업무를 맡고 있다. 이러한 공공도서관의 위탁으로 도서관의 비정규직 양산, 전문성 약화, 장서개발 및 이용서비스의 약화 등으로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정보접근의 평등권을 확립하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서울시 구립공공도서관 위탁률 90%가 넘어


2012년 기준 576개관의 구립공공도서관 중 143개관이 시설관리공단, 문화재단, 종교단체, 대학 등에 위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공공도서관 위탁경영이 1%이하인데 비하여 국내는 24.83%에 달하며, 자치단체마다 확대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지자체 소속 구립공공도서관 위탁률이 90% 이상이다. 총 90개의 지자체 소속 구립공공도서관 중 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구립공공도서관은 단 7개뿐이다. 나머지 83개관은 모두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의 위탁률은 광역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게 구립공공도서관 운영위탁이 추진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 


위탁운영기관의 현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구립공공도서관 위탁운영기관은 시설(도시)관리공단이다. 시설(도시)관리공단은 주차장이나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공공도서관을 경제논리에 포함시켜 ‘경영’을 하겠다는 말이다. 위탁된 구립 공공도서관은 책과 사서의 확충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수탁기관의 경영평가 등으로 투자대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서관과 관련 없는 주제의 문화프로그램 강좌를 유료로 제공하고 사업을 평가 받는 것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을 해치는 방안을 독려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운영관리 위탁으로 국민을 위한 지식문화 기반시설로서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으며, 특히 소외계층의 정보접근성의 불평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공공성을 절대 가치로 삼아야 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관리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도서관법 제4조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의 발전을 지원하여야 하며 이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이는 도서관 설립과 운영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는 뜻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할애하여 국민의 알권리, 정보접근의 평등권, 문화를 향수할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정보의 불평등이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정보화 시대이다.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과 총체적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공공도서관이다. 이용자의 요구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급변하는 정보형태에 대해 교육하는 등 사회의 지적 요구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공공을 위한 공공도서관이 되어야 한다. 






* 이 글은 인권오름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4월부터 인권오름 <열려라 참깨>라는 꼭지를 통해 알권리 관련 칼럼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