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적 문제는 예술로도 다루지 마라?!
얼마전 대법원에서는 '청년유니온'(청년세대별 노동조합)이 집회및시위에 관한법률(이하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에게 벌금 70만원형을 확정 선고했는데요. 2010년 당시 경찰측은 명동에서 청년유니온이 한 퍼포먼스를 미신고집회로 간주하여 검찰에 고발했고 법원도 1심, 2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청년유니온측은 당시 명동에서 진행했던 것은 그야말로 퍼포먼스이고 문화예술행위의 하나인 플래시몹이기때문에 신고대상집회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법원의 주장은 정부 정책 비판 등 정치적 목적을 띤 '플래시 몹'도 사전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건데 청년실업문제를 풍자하기 위해, 청년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바닥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학사모를 쓰고 피켓을 들었던 것이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미지출처: 청년유니온>
현행 집시법에서는 옥외집회를 할 경우 경찰에 사전신고하게 되어 있지만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예외를 인정, 플래시 몹도 사전 신고 없이 허용돼 왔다고 합니다.
광복절 플래시몹이나 독도사랑 플래시몹, G20행사 플래시몹, 그리고 얼마전 싸이의 신곡발표 콘서트 전에 팬들이 준비한 플래시몹 등은 이에 해당되기 때문에 신고해야 하는 집회가 아니었죠. 정부정책과 행사를 위한 플래시몹은 되는데 정부를 비판하는 플래시몹은 안된다.는 논리는 법의 이중잣대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示威)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집회시위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실종된 걸까요?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3년간 집시법위반현황에 대해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해 보았는데요. (1. 일시 / 2. 장소 / 3. 단체 / 4. 집회 및 시위내용 / 5. 위반내용 및 사유 / 6. 후속조치 ( 벌금, 기소 등 ))
경찰청에서 돌아온 답변은 비공개.
사유는 "귀하가 공개청구하신 집시법 위반 현황은 개별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형사사법정보에 해당하여 형법상 피의사실공표, 명예훼손,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해 제공할 수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라고 합니다. 담당자와 통화를 했더니 이 정보는 청구내용처럼 관리하고 있지않아 공개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비공개사유가 형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관리형태의 문제이며 건별로 추리기에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해 공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경찰청은 2012년 6월, 1차 ~ 3차 희망버스 동안 집회신고 불허사유, 참가자에 대한 출석요구서 발부현황, 체포영장 집행현황, 3차 희망버스 과정에서 희망버스 참가자와 어버이연합 회원과의 충돌사건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에 대한 내용을 국회에 자료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글 : 희망버스 탄압 이제 그만! 이제는 희망행진이다.) 당시 자료에는 집회신고자, 집회내용, 위법내용, 후속조치 등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보에 비추어 보면 이번에 청구한 집시법위반현황도 개인이 식별가능한 부분만 제외하고 부분공개가 가능한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검찰청에 집시법위반 기소현황(공개, 기소 : 구공판+구약식)을 정보공개청구해보니 2010년 :575명 / 2011년 :590명 / 2012년 :520명 / 2013년 3월말 :71명 이었는데요.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원은 2007년 798명, 2008년 712명, 2009년 614명입니다. ) 매년 기소현황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집시법위반으로 기소되고 있습니다. 이중에 '청년유니온'도 포함되어 있는 거겠구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 아니라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집시법이 존재하는 것임을 사법부와 경찰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경찰청 및 검찰에는 건별의 현황을 공개받기 위해 이의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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