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얼마 전 트위터에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중국 시민이 1년간 강제노역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렇듯 중국은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고,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가 언제든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의미 있는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중국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중국정부는 2008년부터 ‘국민의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정보공개청구 제도(정보공개법)를 도입 했다는 점이다.
대상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등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며 공개대상 정보에는 정부의 재정, 예산, 결산 등 통계자료와 행정사업, 공공위생과 식의약품 안전 등에 관한 긴급사항, 토지 개발, 환경 규제 등이 포함되어 있고 개인과 기관은 관련정보를 청구하면 행정기관은 15일 이내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정보공개청구는 법만 만들었다고 해서 잘 시행되지 않는다. 몇 십년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있던 공직사회의 비밀행태를 법안 몇 줄로 깰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공개청구는 그 행위 자체로 시민이 공직 사회를 감시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공개되는 내용 자체가 공공기관의 이면을 폭로할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표현의 자유 제한과 정보공개청구권이 절묘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정보공개법을 도입 한 지 2년 지난 후 중국 정부는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필자는 ‘아시아 재단’과 ‘북경대학교 공공참여 연구와 지지센터’(이하 공공참여센터)의 초대를 받아 11월 22일-25일까지 북경을 방문했다. 초대 목적도 재미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한국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어떤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는지, 그 청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루고 있는지, 시민사회는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의 사례보다, 중국의 사례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3박 4일 동안 북경대학교 법학대학교 특강,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는 환경단체 방문, 북경시 정보공개담당자 면담, 중국신문 기자회견 등이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가 매우 흥미로운 경험들이었다. 그러면 그동안 정보공개청구는 중국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그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우선 공공참여센터 대표로 있는 북경대학교 왕씨신 교수(법학과)는 중국에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2008년에 정보공개조례가 시작 되었을 때 수도공항 도로 이용료를 청구해서 공개했는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이런 정보가 공개되는 것 자체가 큰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800여개 공공기관에 입찰 내역 정보를 정보공개청구 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전국에 31개 부처에 투명도 조사를 하고 있고 있는데, 그 내용은 정부조례안을 얼마나 잘 시행하고 있는지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만들어서 발표하고 있다. 실제 이 연차보고서는 발표될 때마다 중국 전역에 있는 100여개 언론사에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움직임 자체가 중국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지 모른다.
환경단체도 정보공개청구는 활발하다. 중국 정법대학교 산하에 있는 ‘환경오염피해자 법률지원센터’는 환경과 관련되어 활발한 정보공개청구와 감시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일례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17개 환경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는지 평가하기도 하고, 환경오염도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환경수치들을 정보공개청구 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보공개청구의 당사자인 중국정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북경시 정보공개 담당자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풀렸다. 우선 북경시는 중국 전체에서 정보공개평가 1위를 했던 기관이다. 담당자들의 발언을 통해 정보공개청구가 중국 공직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보공개법은 영향력과 의미가 매우 큽니다. 행정부 전체를 바꿔야 하는 제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부터 -2008년 까지 정부가 했던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공개 및 비공개 분류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자체가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렇다. 정보공개청구를 접수 받기 위해서는 모든 기록에 대해서 공개 및 비공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행정 편의를 위한 기록관리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기록관리로의 변화는 행정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북경시는 이런 변화를 위해서 엄청난 인력을 배치했다.
“북경시 전체는 18구 46개 부처 14개 산하 조직이 있는데 모두다 정보공개기구를 두었습니다. 이 중 3,463명이 정보관련 일을 하고 있고 그중 기록전문요원이 599인입니다.”
담당자의 설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록을 관리하는 전문요원이 599명이라니? 참고로 서울시에는 기록전문요원이 자치구를 포함해 27명 배치되어 있다.
북경시 정보공개접수처
담당자는 북경시의 정보공개에 대한 자부심을 계속 드러내면서 원대한 계획까지 밝혔다.
“북경 정보공개시스템 및 업무 방법은 전국적으로 봐도 혁신적입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아주 뛰어납니다. 특히 감찰원과 연계해서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공무원이 정보공개청구를 의도적으로 응하지 않았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공무원의 책임추궁 제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15개 항목을 만들어 공무원들의 책임추궁을 할 것입니다.”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공무원들이 자의적 비공개를 했을 때도 어떤 책임도 추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원우 의원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보공개방해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발의를 할 예정이다.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얘기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공무원들은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저희들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업무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통해 공무원들의 불안감을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자바오 총리가 이 조례를 언급하면서 ‘정부부처에 햇볕을 비추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말에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보공개제도가 도입 된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의지는 결연해 보였다. 이렇듯 중국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실제로 정보공개청구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통해 엔지오가 정부를 감시를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정보공개제도가 중국 정부도 변화시키고 있지만 인민들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남아 있다. 예산의 구체적 범위(가령 업무추진비)나 고위관료들의 정보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공개되고 있고, 공무원들의 정보공개에 대한 거부감도 커 보였다. 중국의 한 지역에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한 시민을 경찰서에 연행 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정보공개법이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과연 표현의 자유 제한조치와 정보공개청구 확대를 병행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 정보공개조례가 연착륙할 수 있을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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