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님
근래에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킨 것을 가지고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쓰셨더군요.
그런데 저는 오세훈 시장님과 서울시의 밀실행정이야말로 국가를 망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무슨 얘긴지 모른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행정심판 2차례에, 사상 초유의 민사소송까지 제기되어 진행중인 마당에 이 사건을 모른다고 하시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만약 모른다면, 서울시의 행정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일 테구요.
저는 오세훈 시장님이 서울시장이 된 다음에 쓴 서울시의 광고비 사용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희한한 일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서울시의 광고비 사용내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론보도 때문이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오세훈 시장님이 취임 이후에 광고비를 국.내외에서 펑펑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 해외홍보비는 2006년 약 34억원에서 2008년에는 약 367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언론 홍보비도 2006년 6억7000만 원에서, 2007년엔 22억3600만 원, 2008년엔 41억8000만 원으로 증가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대체 광고비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 지 궁금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게 2009년 4월의 일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일부 언론사 것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를 했습니다. 정보를 비공개한 이유로는, 해당 언론사가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도 들었고, 서울시 광고를 얼마나 받았는지가 그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도 주장하더군요.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른 언론사에 지급한 광고비는 공개하면서, 일부 언론사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공개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세금으로 준 광고비인데, 그게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이라는 얘기도 납득이 가지 않았구요.
그래서 저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2일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제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예산집행의 투명성이나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광고비 사용내역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서울시는 행정심판에서 진 다음에도 2008년까지의 광고비 사용내역만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이후의 것은 공개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또 비공개를 했습니다. 2008년까지는 공개해 놓고 2009년것부터는 공개를 하지 않다니, 갑자기 2009년부터 서울시의 광고비 사용내역이 '국가기밀'이라도 된 것인가요?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행정심판청구를 했습니다. 저도 정보공개청구를 오래 해 보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시 행정심판청구를 한 것입니다.
얼마전에 행정심판에서 진 사건에 대해 또다시 정보를 비공개하다니, 이런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행정심판청구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악의적 정보은폐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배상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런 악의적인 정보은폐 행태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며칠전 저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다시 승소결정을 받았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사건이니 동일한 결론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좀 있으면 민사소송에서도 판결이 내려질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님.
나라를 망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이들에게 밥을 잘 먹여 주었다고 해서 나라가 망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오세훈 시장님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을 무시하고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며 잘못을 은폐하려고 해서 나라가 망한 사례는 많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정말로 나라가 걱정이 된다면 본인부터 돌아보십시오. 명색이 변호사였다는 사람이 시장이 돼가지고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도 무시하고 정보를 은폐하는 행위나 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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