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누가 위키리크스를 영웅으로 만들었나

opengirok 2010. 12. 6. 09:59


'위키리크스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폭로전문 사이트 또는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라고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위키리크스(http://wikileaks.org/)’가 올리고 있는 기밀자료들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6년이지만, 지금처럼 크게 주목받은 것은 지난 4월부터이다. 그 때 위키리크스는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 2대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들을 사살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연 이어서 위키리크스는 이라크전, 아프간전 관련 기밀문서들도 폭로했다. 최근에는 미 국무부와 세계 각국의 미국 대사관 사이에 오고 간 외교전문들을 공개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정보 은폐’

이런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 쪽에서는 ‘일종의 테러행위’라고 비판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들의 ‘알 권리’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며 옹호하고 있다. 이런 논쟁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71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미 국방성의 내부고발자가 베트남전 관련 기밀문서를 뉴욕타임스에 전달하여 뉴욕타임스가 이를 보도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큰 논란이 있었지만, 미국 법원은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하고 있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전적으로 정당하고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평가하려면, 위키리크스가 지난 4월에 공개한 이라크 민간인 사살 동영상을 한번 볼 필요가 있다. 동영상을 보면 충격적이다. 미군 헬기는 정확한 확인도 하지 않고 막연한 추측만으로 12명의 사람들을 사살했다. 죽은 사람들 중에는 총이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있던 로이터 통신 기자 2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에 미군 헬기는 부상당한 사람을 차에 태우려던 사람들까지 죽였다. 그 차에는 어린이 2명도 타고 있었다.

당시 상황은 헬기에 달려있던 카메라에 찍혀 동영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다. 로이터 통신에서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청구까지 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동영상은 미군에서 정보분석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라는 내부고발자에 의해 위키리크스에 전달됐다. 그리고 위키리크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은 바로 미국 정부의 ‘정보은폐’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내부고발자인 브래들리 매닝 일병만 구속시켰고, 위키리크스를 비난하고 그 활동을 막는 데에만 힘을 쏟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라크전이나 아프간전 과정에서 저지른 여러 잘못들을 은폐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위키리크스가 지금처럼 주목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비밀주의 있는한 지지자 늘어날 것

미국 정부가 잘못을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에 위키리크스는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은 이런 영웅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무리 내부고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개 뉴미디어가 미국과 같은 강대국 정부와 맞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위키리크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이 극복되지 않는 이상,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것이다. 거부감을 표명하는 사람 못지않게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올 것이다. 결국 위키리크스를 키운 것은 테러리즘도, 위키리크스 자신도 아닌 정부의 비밀주의이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 글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이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