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선거에 나온 정치인이 이렇게 외친다. “집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집값을 낮춰야 합니다. 개발계획은 모두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합니다”
또 이렇게 외친다. “관변단체에 대한 특혜성 지원금을 끊어야 합니다. 관행적으로 하는 보도블럭 교체, 도로보수 공사를 없애면 지역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겠지만, 이런 공사는 앞으로 없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투표권도 없고 가난하기까지 한 아동들을 위해 “모든 예산배정의 최우선 순위를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권, 인간다운 성장권에 두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런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다. 집값을 내리겠다고 외치면 집을 가진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표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할 얘기’를 한다면 그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다. 관변단체 지원금을 끊어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하면 당장 관변단체에서 찾아와서 항의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진정한 도덕정치를 하려는 정치인이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인들은 현실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모든 정치인들은 인기에 영합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치인들을 두고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그렇지만 포퓰리즘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포퓰리즘은 좋은 것이다.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도 포퓰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기 영합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동산 투기바람을 일으켜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 뉴타운 개발열풍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된 정치인, 각종 전시성 사업이나 행사를 통해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어떤가? 이들은 포퓰리스트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있는 포퓰리스트들이다.
정말 문제인 것은 사회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을 저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땅값을 부추기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남북대결을 부추기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에 반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언행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부정적인 의미의 포퓰리스트들이다.
그런데 이런 포퓰리스트들이 솔직하게 자신을 인정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게다가 쩨쩨하기까지 한 것이 문제다. 다른 곳에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아이들 급식 예산이나 복지예산을 가지고는 벌벌 떠는 모습을 ‘쩨쩨하다’고 표현하면 지나친 것일까?
무상급식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오세훈 시장을 보자. 오세훈 시장이 그동안 벌인 전시성 행사 예산, 쓸데없이 여기저기 파헤치면서 벌인 공사 예산, 해외홍보한다면서 펑펑 쓴 홍보비 예산만 절약하더라도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마치 무상급식을 하면 서울시가 망할 것처럼 과장한다.
급기야 21일자 신문에는 서울시가 헐벗은 아이 사진을 실은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에는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 128만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누릴 기회를 빼앗아서야 되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마치 무상급식 때문에 교육과 관련된 다른 사업은 전혀 못하게 되는 것처럼 표현한 광고였다. 그렇지만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된다는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다른 교육 관련 사업을 전혀 못하게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말 무상급식 때문에 서울시의 학교들이 위험해지는 것일까?
이런 식의 표현이야말로 대중선동적인 포퓰리즘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는 좋은 의미의 포퓰리즘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득권층의 이익에는 영합하면서 서민들이나 투표권이 없는 아동들에게는 등을 돌리는 나쁜 포퓰리즘, 쩨쩨한 포퓰리즘이 극복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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