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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사무국장
그와 알고 지낸지 8년쯤 된 거 같다.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는데, 그처럼 꼼꼼하게 취재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자를 본 적이 없다. 어떤 정권 하에서도 권력을 비판했고, 그 비판도 꼼꼼한 데이터와 기록으로 무장해 상대편까지도 감탄하는 취재를 해왔다.
1년간 미국으로 건너가 탐사보도를 공부해 회사에서 탐사보도팀을 만들었다. 팀장으로 팀을 이끌면서 수없이 많은 특종을 만들어 내었다. 방송언론 역사상 최초로 탐사보도 기법으로 제작해 1분 30초짜리 뉴스가 아닌 1시간짜리 뉴스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필자도 그와 2년쯤 같이 일해 본적이 있다.
곁에서 보면 놀라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50에 가까운 나이지만 매번 탐사보도주제를 고민하고, 자료를 모은다. 늘 감시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한다. 그와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끊임없이 아이템 고민을 같이 하게 된다. 필자가 한참 후배지만 늘 궁금해 하고, 질문한다. 그리고는 세상을 경악케 하는 한시간 짜리 방송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그가 팀장으로 있을 때 탐사보도팀은 수많은 기관에서 수없이 상을 받아 트로피를 보관할 장소가 없을 정도였다. 거의 일에 미쳐서 산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 모든 언론인들이 이렇게 일을 했다면 우리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을 것이다.
▲ 탐사보도팀에서 김용진 기자가 리포트하던 장면. 사진은 지난 2005년 7월22일 방영된 KBS <뉴스9>의 '일제훈장 받은 한국인 3300여명 확인' 리포트를 하던 김용진 기자.
<이미지 출처 : 미디어오늘>
그가 바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이유로 12월 23일자로 정직 4개월을 처분을 받은 울산 KBS 김용진 기자이다. 김용진 기자는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라는 글을 통해 KBS의 과도한 G20 보도와 특집 프로그램 편성(총 3300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용진 기자는 홍보성 기사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한 그의 치열한 비판의식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높이고,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장이 교체된 다음 그는 불편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그는 2008년 9월 이병순 전 사장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탐사보도팀장에서 일반 팀원으로 발령 난 뒤 한 달 새 부산총국, 울산방송국으로 전보 발령됐다. 이 인사를 놓고 경영진에 비판적인 기자에 대한 ‘부관참시 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는 지금도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생이별해 울산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KBS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직4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최근 KBS 행보는 매우 우려스럽다. 댓글을 단 직원을 징계하는가 하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한 방송이 연기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언론사에서 언로가 막혀 있는 것이다. 게다가 뉴스의 비판보도 실종은 일반 시청자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며, 친정권적인 보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KBS가 알아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들도 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 한미FTA,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모두다 수신료를 내고 있으며 방송을 보고 있다. 최근 필자의 주위에서 KBS 뉴스를 보고 있으면 수신료를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 매우 엄중한 위기 상황인 것이다.
KBS 김용진 기자
최근 KBS 내부의 징계 사태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스러워 하고 있다. 내부의 민주적 절차성이 상실되고 있고, 그 결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은 연성화 된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KBS 경영진은 이번 징계를 철회하고, 스스로 공영방송의 존립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보기 바란다. 시청자들은 매서운 눈으로 KBS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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