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대통령 사생활 사진, 돈주고 사야하나?

opengirok 2009. 5. 21. 16:17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는 신비주의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간혹 보여주는 일상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열광한다. 지금이야 정치인들이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위해 블로그나 미니홈피로 사람들을 만나고, UCC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과거 수십년 동안의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겪으면서 정치인, 특히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은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붙였을 정도니 유신헌법으로 대통령에게 영도자의 지위를 부여하기까지 했던 이전시기야 오죽 하겠는가.

얼마 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이제껏 주로 접했던 공식석상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라 더욱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공개된 전직 대통령 사진은 모두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낼 수 있었다. 이번 사진 공개는 기록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국가기록 또는 대통령기록은 진부하고 딱딱하다 라는 기존의 관념을 탈피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록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데 기여를 한 것 같다.

전직 대통령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보공개센터는 사진을 올린 후 몇몇 시민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사진을 직접 보고싶다, 심지어는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의였다.

하지만 굳이 사진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아도, 가격도 매겨져 있지 않은 것을 굳이 구입하려하지 않아도 국민이면 누구나 정보공개법 상 규정되어 있는 정보공개청구라는 절차로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을 받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기록을 공개하고, 기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국가기록원이 이런 대국민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나라기록포털(http://contents.archives.go.kr )’ ‘대통령기록포털(http://pa.go.kr)’등을 통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웹상에서 디지털화된 기록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시민들은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록의 활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가기록원이 기록을 보는 일이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느끼게끔 대처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 전직대통령 사진기록을 정보공개청구한 김혜영 명지대 기록관리학 대학원생은(정보공개센터 회원) “열람에도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열람할 수 있는 국가기록원의 중앙영구기록관리시스템(CAMS) 역시 이용하는데 불편해 열람환경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단순히 열람을 하는 데에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 “이런 식이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책을 열람 할 때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며 봐야하는 거냐”며 불편한 절차와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업무과정 중에 생겨난 국가의 기록은 당연히 국민의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이 기록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정보공개청구가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시민들은 기록이 국민의 것이라는 것도, 또한 모든 사람들이 정보공개청구로 기록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만약 정보공개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면 이번에 공개된 대통령 사진은 희귀사진으로 전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진을 공개한 정보공개센터에 대통령 사진을 판매하라는 문의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전직대통령 사진을 공개하면서 기록의 중요성과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알권리를 인식시키기 위해 정보공개청구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기록원과 공공기관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보공개청구가 우리 사회 일상에 자리잡게 된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확산시키고 국가와 시민사이에 신뢰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창구가 될 것이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앞으로 정보공개 제도 확산과 알권리 실현을 위해 시민들에게 중요 기록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사진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