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삼 정보공개센터 이사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전 청와대 기록연구사)
아직도 어질어질합니다. 제 아버님 작고하실 때도 이렇게 많이 울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2년 이상 병상에 계셨고, 돌아가시기 전 두 차례나 중환자실에 갔었으니 아마도 준비된 상태에서 황망함을 맞았기 때문이겠지요.
며칠 전 가까운 친구와 인터넷메신저를 하면서 그 분 얘기를 했습니다. 황송하게도 차라리 구속되는 게 낫다는 얘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 6월 14일 봉하마을 논에 오리를 풀던 날 같이 근무했던 청와대 직원들, 선생님 몇 분과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날 그 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며칠 전 위클리경향이라는 주간지에 저의 인터뷰 몇 줄이 기사로 나갔습니다. 원래 인터뷰는 앞뒤를 자르면 본의가 틀어진다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요? “복제본이라 하더라도 가져간 행위 자체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 중 이 대목에 대해 어떤 사람은 입장을 바꿨냐고 했으며, 검찰이 이 내용을 악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기사가 나가버렸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진의를 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먹먹합니다. 혹 이 기사를 보셨다면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하셨으니 보지 않으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위클리 경향 기사보기 <나의 기록을 적에게 넘기지 말라>
그 분은 기록대통령이셨습니다.
그 분의 이념과 가치는 최소한의 수준이었습니다. 그 최소한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최소한을 이루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겁니다.
오늘 그 분을 뵈러 갑니다. 그러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지는 못하십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이 슬픔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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