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기록대통령 서거와 국가기록원의 부끄러운 행태

opengirok 2009. 5. 28. 14:35

                                                  조영삼(정보공개센터 이사,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블로그의 <'이게 다 노무현 덕분이다'라는 '노덕놀이' 아시나요?>라는 글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가 붙어있다.

  봉하마을 빈소에서 부탁한 공지사항입니다. 각 지역 시민분향소에서 작성된 방명록을 봉하마을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나중에 '노무현기념관'을 만들 때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님 댁' 앞으로 보내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중요한 기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다며, 꼭 봉하마을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이 공지를 보고 기록관리학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처지에서는 한 없이 부끄럽습니다. “이런 중요한 기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다”는 표현을 봉하마을 측에서 직접했는지 아니면 고재열기자가 분위기 전달 차원에서 쓴 표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기록원이 신뢰를 잃은 기관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니까. 기록관리계에 있는 한사람으로서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부끄러운 것은 더 있다. 국가기록원은 위기극복 사례를 담은 ‘희망기록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서울로 시작해 대전, 광주를 거쳐 지금은 부산역 광장에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전시회가 진행 중인 바로 옆에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주지하듯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유출 논란이 빚어지자 노무현대통령의 참모들 10명을 고발했다. 대통령기록관리법 어디에도 사본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이미 복제본을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밀어부쳤다. 그리고 고의적인 원본(또는 진본)의 유출 혐의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고발을 철회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이런 행위를 한 국가기록원이 감히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 바로 옆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음이 한없이 부끄럽다.(아마 그곳 전시부스 옆에 희망나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시민들은 그 희망나무에 노무현 전대통령을 애도하는 글도 적어 매달고 있다고 한다. 추도하는 마음을 무시하고 전시회를 강행한 국가기록원은 아마도 이런 시민들의 행동을 보고 우리도 추모에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황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기록관에 노무현 전대통령을 추모하는 펼침막도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다른 기관과 달리 대통령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기관이다. 대통령의 서거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통령과 대통령기록 생산기관의 기록의 존재가 바로 대통령기록관의 존재의 이유이다. 따라서 다른 기관은 그렇다쳐도 적어도 대통령기록관은 추모 펼침막 정도는 걸어 놓아야 한다.

  더욱이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2004년 가을 이후 기록관리혁신의 추진을 독려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재임 중에 만들어 진 곳이다. 작년 1월에는 퇴임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기록관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마지막 인사에는 “여러분들에게 기록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것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기록관리계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가 더욱 비통하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은 몇 만원이면 마련할 수 있는 추모 펼침막 하나 없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기록대통령의 서거에 임하는 예의인가?!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장례 전 과정을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역대 최대 기록관리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봉하마을과 서울 시내 분향소 등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관련 기록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행위들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 것으로 보였으면 정작 기록남기기에 최대의 협력자가 되어야 할 봉하마을에서 작성된 방명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으니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겠는가?

부끄럽지만 그래도 국가기록원에 인사는 해야겠다.

그래 니들이 참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