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그분은 기록 대통령이셨습니다.

opengirok 2009. 5. 25. 10:54

조영삼 정보공개센터 이사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전 청와대 기록연구사)


아직도 어질어질합니다. 제 아버님 작고하실 때도 이렇게 많이 울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2년 이상 병상에 계셨고, 돌아가시기 전 두 차례나 중환자실에 갔었으니 아마도 준비된 상태에서 황망함을 맞았기 때문이겠지요.

며칠 전 가까운 친구와 인터넷메신저를 하면서 그 분 얘기를 했습니다. 황송하게도 차라리 구속되는 게 낫다는 얘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 6월 14일 봉하마을 논에 오리를 풀던 날 같이 근무했던 청와대 직원들, 선생님 몇 분과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날 그 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며칠 전 위클리경향이라는 주간지에 저의 인터뷰 몇 줄이 기사로 나갔습니다. 원래 인터뷰는 앞뒤를 자르면 본의가 틀어진다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요? “복제본이라 하더라도 가져간 행위 자체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 중 이 대목에 대해 어떤 사람은 입장을 바꿨냐고 했으며, 검찰이 이 내용을 악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기사가 나가버렸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진의를 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먹먹합니다. 혹 이 기사를 보셨다면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하셨으니 보지 않으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위클리 경향 기사보기 <나의 기록을 적에게 넘기지 말라>


그 분은 기록대통령이셨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 기록물관리부터 새롭게 하고 지난날의 이런 처리에 대해서 얼렁뚱땅했던 것도 다 국민들 앞에 진상 공개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2004년 7월 20일 국무회의)


기록관리를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록 중에 필요없는 기록이 상당히 많겠지만 100% 기록을 남긴다는 원칙을 가져가지 않으면 아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모든 기록들이 사멸되어 버리고 결국 기록문화는 유지할 수 없다.
(2005년 10월 4일 국무회의)

 

 나도 여러분들에게 기록대통령으로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2008년 1월 22일 대통령기록관 방문)

 

참여정부 기록관리라는 것은 단순한 기록보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해서 언제든지 접근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지식자산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것이 아주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08년 2월 대한민국기록문화의 혁신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기록에 대한 투자다. 기록에 투자하면 미래와 우리 아이들에게 큰 번영과 기회를 남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록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도 투자를 하도록 우리 시민들이 함께 독려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 한국이 그야말로 기록문화의 강국, 기록문화의 선진국이 되도록 그렇게 함께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년 2월 대한민국기록문화의 혁신 다큐멘터리 중에서)


그 분의 이념과 가치는 최소한의 수준이었습니다. 그 최소한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최소한을 이루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겁니다.

오늘 그 분을 뵈러 갑니다. 그러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지는 못하십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이 슬픔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찌한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