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언론인들의 자기검열과 무너지는 알권리

opengirok 2009. 4. 21. 16:26

박대용 정보공개센터 자문위원 (춘천mbc 기자)

                                                                           
언론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게이트 키핑이라는 말이 있다. 좀 나쁘게 말해 내부 검열이다.

우선 기사 작성 과정에서 취사 선택되고, 편집 과정에서 또 한 번의 검열 과정을 거친다.

과거 군사정권때는 외압이 작용해 이런 외부에 의한 검열이 무차별적으로 횡행했지만, 지금은 그런 외압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요즘은 기사 작성자 스스로 검열을 하는 내부 검열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양심에 따라 보고 들은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요, 소임이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가 않다.

써서는 안될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곳을 건드리는 일이 금기시되는 분야가 기자들의 내면에서 검열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기 검열의 영역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데, 요즘들어 이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큰 원인은 기자,  PD에 대한 검찰, 경찰의 수사가 과거보다 과감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기자나 PD 들은 법에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표현의 자유를 일반 국민보다 더 누리고 있고, 일종의 면책특권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부여돼 왔다.

그래서 자신의 양심에 따른 기사 작성과 제작을 해왔고, 국민들은 과거 어두웠던 시절보다 훨씬 더 권력의 치부나 부자들의 변칙을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요즘은 취재 시작 단계부터 그러한 시도를 자제한다. 쉽게 말해 나름 지식인으로 자부하는 기자나 PD들이 소나기는 피해보자는 생각으로 알아서 안쓰고 있다.

기자의 자기 검열은 보다 과감한 취재와 정보공개청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기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대신 국민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에 관심을 더 보이고 있다.

언론사의 경영이 악화된 것도 원인이지만, 매일 뭔가를 취재해야할 기자들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라는 영역을 지워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려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반성이나 자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오히려 집단적 자기 합리화를 통해 뉴스의 가치와 방향을 새로 정립해나가고 있다.

때문에, 주류 언론을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 언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자들이 자기검열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재 방향이 좌나 우가 아닌, 상하 어디에 편중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보실에서 대접하는 융숭한 식사 자리보다 빈민들과 함께하는 단촐한 식사 자리를 더 자주 가볼 필요가 있다.

출입처 편안한 자리보다 시장 좌판 언저리에 앉아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자들끼리 어울려가며 집단적 자기 합리화하는 것보다 언론사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초심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력난에 시간도 부족하다보니 그냥 쉽게 편한 선택을 하기 보다 기사 작성을 좀 늦게 하더라도 약간 더 불편한 선택을 해볼 필요도 있다.

결국 과거의 편한 선택을 한 결과가 현재 자신의 인식과 양심, 자기 검열의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정권의 언론탄압을 탓하기에 앞서 기자들 스스로 자기 검열의 덫에 걸려 있지나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