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베짱 국회

opengirok 2009. 4. 1. 13:42

의원외교관련 문서 여전히 감추기
대법 판결도 무시하는 배짱 국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광모 이사

지난 3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대치가 끝나자 의원들의 국외출장이 시작되었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이 외유를 자제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만큼 국회의원들의 외유 관행은 뿌리 깊고 국민들의 외유에 대한 불신도 높다. 그렇지만 국회는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의원 외유 실태와 경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국회에 2006년부터 2009년 2월까지 국토해양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의 해외연수 및 출장 내역(계획서 및 예산서, 출장보고서, 영수증)을 정보공개청구하면 국회기록보존소는 이 공개청구를 의전과에게만 보낸다.

의전과는 3월 하순 필자에게 2006년 1건, 2007년 2건 총 3건의 외유결과보고서를 열람하게 하고 복사를 못하게 한다. 영수증은 아예 열람 금지다.

4년 2개월간 3개 상임위 중 국제국을 통해 나간 의원이 3개 팀이라는 사실도 믿기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국회 사무처와 의전과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 1월 15일 의원외교 관련 영수증과 서류 사본을 교부하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졌다. (대법원 사건 2008두 19802호, 사본공개거부처분취소, 피고 국회사무총장) 따라서 국민이 정보공개를 통해 국회사무처에 의원외교 문서 사본을 요청하면 당연히 응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사무처와 의전과는 대법원 판결이야 있든 말든 사본공개를 하지 않고 영수증도 교부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국회사무처는 지난 2002년 6월 경실련이 낸 ‘국회의원 외유 정보공개거부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일이 있다. 당시 경실련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 의원 해외활동 자료, 비용지급현황, 회계보고 및 영수증 자료 △ 상임위원회별 해외시찰 현황자료 △ 해외선물수령신고 현황 등 8개 항목에 대해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국회사무처는 2002년에 의원외교 자료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패하였는데도 계속 자료공개를 거부하였고 다시 2009년 1월 대법원 소송에서 졌다. 그리고도 아직 의원외교관련 문서 사본 교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회사무처가 사본공개를 못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이 의원외교 실상을 알면 분노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필사한 건설교통위원회가 2007년 1월 9일부터 19일(9박 11일간)까지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다녀온 결과보고서를 보자.

외유단장은 조일현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단원은 윤두환 간사 (한나라당), 정장선의원(열린우리당), 정진석의원(국민중심당)이고 유병곤 수석전문위원이 수행하였다. 9박 11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몇 차례의 교민간담회와 건설지사장 면담과 현장방문을 제외하면 모두 관광일정이다.

1월 10일 방문한 블루마운틴은 호주의 대표적 관광지인데 ‘호주관광 성공상품 사례’란 방문 목적이 쓰여 있다. 결과보고서에는 3장의 블루마운틴 관광지 사진이 있는데 관광상품 성공 사례란 설명이 붙어 있다. 국회의원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이런 관광성 외유활동을 하고, 그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회의 신뢰도가 올라갈 수 없다.

국민들이 국회를 믿지 않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국회가 의원외교활동과 경비 내역을 국회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국회는 국민에게 성큼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