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었던 새만금 사업의 경우에도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후에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엉터리였던 것이 드러났다.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줄여서 타당성 분석을 한 것이 감사원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내세워 공사를 강행했다. 새만금 사업은 ‘일단 저질렀으니 계속할 수밖에 없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대표적 선례가 되었다.
그리고 정부의 이런 행태는 이제 수학공식처럼 정형화되었다. 첫 번째 수순은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되더라도 ‘일단 공사부터 시작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착공을 해서 공사가 진행되면,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래도 반대가 심하면, 두 번째 수순은 사업 대상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지역사회의 토호들을 동원하여 여론동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발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켜서 주민들을 찬성집회 같은 곳에 동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인신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최근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작년 연말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삽질을 시작했다. 전체적인 마스터플랜도 나오지 않았는데, 일단 기공식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를 보였다. 국무총리까지 그런 졸속 기공식에 참여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되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조사보고서가 엉터리라는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지적된 내용들을 보면,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줄이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의 일부 정치인들까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제 경인운하 사업도 ‘혈세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 전에 어느 신문에서 놀고 있는 지방공항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는데, 앞으로 ‘수조원 짜리 운하’가 놀게 되면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스럽다.
국가사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일들을 보면, 돈이 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자동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들, 부실하게 검토해서 추진하다가 중단되는 사업들이 너무 많다.
‘일단 삽질부터 하면’ 모든 것이 기정사실로 된다는 이런 행태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을까? . 몇 년전 일본의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취임 후에 ‘탈(脫) 댐선언’을 했다. 토목공사 벌이기를 좋아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필요도 없는 댐을 계속 건설하자, 시민운동가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이 더 이상 댐을 짓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탈 댐 선언’은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다. 그만큼 이권으로 얽힌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반발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탈 삽질선언’같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사실 세금을 토목공사에 낭비하지 말고 교육이나 복지같은 곳에 쓰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삽질은 끝나고 나면 콘크리트 구조물을 남길 뿐이다.
‘탈 삽질 선언’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의 기득권 정치, 정부관료조직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뽑아놓은 대표자와 월급받는 공무원들이 시민의 편이 아니다보니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점점 늘어난 셈이지만 어쩔 수 없다. 우선 4대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부터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기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블로그 시대에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이다. 근본적으로는 ‘일단 삽질하면 되고’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권력을 심판해야 한다. ‘탈 삽질 선언’을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고 키우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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