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시민운동' 뿌리까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opengirok 2009. 2. 18. 11:54
                                                                                                  - 하승수 소장 -

  시민운동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민운동의 지금 모습에 대한 비판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이제는 변화할 때다.

  그러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물론 변화의 구체적인 모습은 단체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각 단체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밟아온 궤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민운동에 요구되는 변화가 단지 기술적인 변화가 아닌 근본적 변화라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을 ‘재창립 수준’의 변화라고 표현한다.

  - 이미 변화의 길을 선택한 단체들 -

  이미 그런 변화의 길을 선택한 단체들도 있다. 지난 2006년 가을과 겨울, 울산과 인천에서 초대해서 강연 아닌 강연(?)을 간 적이 있다. 재창립 수준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던 지역의 시민단체 사람들이 고민과 전망을 나누는 자리였다.

  당시에 울산에서는 울산 참여연대와 울산 경실련이 통합하여 ‘울산 시민연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었고, 인천에서도 ‘인천참여자치연대’와 ‘희망21’이라는 단체들, 그리고 지역주민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http://maeul.kr)이라는 단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단지 조직통합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단체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수준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해 온 운동을 성찰하면서, 보다 지역과 주민들에 밀착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들이었다.

  그런 문제의식들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쌓아온 영향력이 있는데, 그런 영향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나름의 역사와 특성이 있는 단체들이 통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기존에 이슈파이팅을 해 온 단체같은 경우에 풀뿌리운동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일텐데’ 등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을 -

  그러나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는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렇게 가는 길에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2007년 울산과 인천의 두 지역에서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새로운 사명과 비전, 새로운 활동과 조직을 가진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사실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운동단체는 끊임없이 자기를 점검하고 성찰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스스로도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물론 처음 단체를 창립할 때에 세운 비전과 사명이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도 계획하고 조직체계도 구성해서 창립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성화되고 매너리즘에 빠진 면이 있다. 물론 매년 사업이나 조직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맞추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나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금 재창립 수준의 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체의 비전과 사명을 다시 세우고, 사업과 조직체계도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재정원칙도 다시 확립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공감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재창립 과정을 회원들, 시민들과 함께 나누면서 유쾌하게 미래를 모색하는 즐거운 과정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관성에 빠져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모든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특히 최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에게 드리고 싶다. 드러난 현상에 대해 임시처방을 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그간의 환경운동연합 운동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 운동의 좌표를 설정하기 바란다. 기존에 하던 사업과 조직을 둔 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 환경운동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바란다.

  - 관성에 빠진 현재, 절대적 과제 -

  조직내부의 소통과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단체가 그 정도로 불투명하고 무책임하게 운영되었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조직 내의 소통구조와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합조직이라면 그에 맞게 의사결정권을 보다 분권화하고, 지역조직들의 참여에 의해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조직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재정원칙은 흔들려서 안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정부, 기업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환경운동연합 같은 단체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후원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환경운동연합은 재창립 수준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변화를 제대로 한다면 환경운동연합이 다시 생명, 평화의 길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 글은 시민사회신문( http://www.ingopress.com)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