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4월 선거에서 시흥시·광진구를 주목하자

opengirok 2009. 2. 23. 10:52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중앙언론들은 국회의원 선거에 주목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지방자치 보궐선거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4월 선거에서는 부패로 찌든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상징적인 곳에서 투표가 진행된다. 경기도 시흥시장 보궐선거와 서울 광진구에서 치러지는 서울시의원 보궐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곳은 썩고 무능한 우리나라 정치의 축소판이다.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경찰서장 출신인 이연수 전 시장이 사찰로부터 납골당 사용승인 대가로 뇌물 5천만원을 받아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연수씨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으면서도 시장직을 놓지 않아 시정공백이 장기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에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와 관련해서 돈봉투를 뿌렸다가 구속된 김귀환 서울시의원의 지역구가 서울 광진구이다. 이 곳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희망은 언제나 가장 절망적인 곳에서 피어나기에, 이런 곳에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

 복마전으로 변한 수도권 지방자치

▲ 시흥시장 주민소환 운동본부의 거리서명 이연수 시흥시장은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아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 김영주

 

지방자치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엉망인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수도권을 꼽는다. 최근 고질적인 부패사건들이 가장 많이 터져 나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시장직을 상실한 시흥시장 외에도, 이동희 안성시장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안성시의원 3명은 골프장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시의회 의장선거와 관련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작년에 터진 서울시의회 돈봉투 사건 이외에도 김효겸 관악구청장이 친인척까지 연루된 인사비리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다. 김효겸 관악구청장의 친척이 감사담당관실 조사계장을 하면서 승진청탁의 댓가로 뇌물을 받았고, 구청장도 부하직원으로부터 승진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공무원 인사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공무원 승진자료인 근무평정까지도 조작했다고 한다. 또한 작년에 서울시 중구의회에서는 의원들 6명이 성매매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수도권 지방자치는 가히 '복마전'이라고 할만하다. 각종 인·허가, 공무원 인사, 예산편성 등과 관련된 부패문제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도덕성이나 자질이 의심스러운 일들도 계속 생기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 지방자치에서 원시적인 부패, 최악의 행태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기득권 정당들이 정당공천제를 매개로 지역정치를 좌우하는 것이 문제이다. 선거에 나가려고 하는 후보자들 입장에서 보면, 주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는 중앙당 공천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실정이다. 공천에 목을 매고 온갖 노력을 해서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면, 그 때부터는 주민들에게 무소불위가 되고 각종 이권에 유착되는 것이다. 어차피 다음번 선거에서도 공천을 받는 것이 중요하니, 부패를 저지르는 데에도 망설일 게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강한데 지방의회는 제 기능을 못하는 것도 부패가 쉽게 이루어지는 요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내에서 '제왕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 권력을 견제장치 없이 행사하다보니 부패가 빈발하는 것이다.

공기의 질 나쁘고, 집 값 비싸고... 다 무관심 탓이다

 수도권 시민들의 상대적 무관심도 문제다. 수도권은 이사를 자주 하다보니 지역에 대한 정주의식이 떨어진다. 또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지다보니 정당기호만 보고 투표를 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있는 후보자들이 공천을 받아도 아무런 장애요소 없이 당선이 된다. 그런 사람들이 당선 후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썩고 표류할 때에 수도권 시민들에게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은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 광진주민소환추진본부가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은 김귀환 전 시의원 소환을 요구하는 서명을 진행했다. ⓒ 광진주민소환추진본부

 

마시는 공기의 질도 나쁘고, 집 값은 비싸고, 여전히 부모들은 보육문제, 교육문제로 힘들고, 학교급식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늘어나는 빈곤층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도 지역복지정책은 빈약하다. 문화, 교통, 환경, 수돗물 등등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은 지방자치와 관련되어 있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정책이 세워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들은 각종 전시성 행사에 낭비되고, 이권과 기득권에 휘둘려서 엉뚱하게 사용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권과 결탁해서 무리한 개발사업들을 벌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사실 수도권 지방자치가 잘 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지금보다는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많게는 10조가 넘고, 적어도 몇 천억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언제까지 '시민의 정부'가 아니라 '기득권 정부', '이권 정부'로 타락해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만 있을 것인가?

 지방자치 문제를 이야기할 때에는 정당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최근의 부패와 전횡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에 부패나 독선, 전횡으로 문제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대부분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민주당으로 당선되었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 역시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민주당 역시 지역정치를 자리 나눠먹기의 장으로 생각했고, 기득권적 속성을 버리지 못했다. 시흥시만 하더라도 민선 1,2기는 민주당(국민회의) 소속 시장이 당선되었지만, 모두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부패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민주당이 과연 풀뿌리 지방자치를 책임지겠다고 할 자격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정치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주목하자

 정말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이제는 시민의 입장에서 지역정치를 펼치고, 중앙당이 아니라 지역 시민들에 줄서는 '시민의 입장에 선'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이 나와야 한다.

 다행히 희망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는 '돈봉투' 시의원을 주민소환하는 운동을 벌인 '주민소환추진본부'에서 독자후보를 추진하고 있다. 역시 '뇌물시장'을 소환하기 위한 주민소환운동을 벌인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주민소환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시민의 입장에 선 시장을 뽑기 위한 운동을 추진중에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좋은 지방자치 만들기 시흥 희망본부'(cafe.daum.net/shjcgood)가 결성됐다.

 4월 보궐선거에서 경기도 시흥시와 서울 광진구에 주목하자. 꼭 시흥시민이나 광진구민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관심을 갖자. 우리나라 정치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썩은 지방자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시흥이나 광진에 살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주자. 비록 지역에서의 작은 움직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움직임이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 이제는 한탄을 할 때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 낼 때이다.

이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개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