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김석기 청장이 서명한 진압승인 문서는 위법이다.

opengirok 2009. 1. 28. 10:34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보고는 받았으나 승인하지 않았다는 발뺌이 무력화된 것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문서(기록) 때문이었다. 만약 문서가 없었다면 그의 모르쇠는 ‘通’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기록의 위대함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의 행정투명성과 책임성 차이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발뺌을 무력화시킨 그 문서마저도 위법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서 정부의 공식적인 문서 서식이 아니다.

정부의 문서작성과 처리는 대통령령인 「사무관리규정」및 동시행규칙에 정해 놓았다. 가장 일반적인 문서의 서식은 다음 그림과 같다.

 



이 문서서식은 정부업무관리시스템인 통합 온나라시스템에서 작성하는 문서관리카드의 본문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정부 공식 문서서식이다. 그런데 김석기 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이 서식과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 서식은 아마 간이기안문의 서식인 듯 한데 현재 사용하는 서식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간이기안문의 서식은 다음 그림과 같다. 

등록번호

 

 

 

 

 

 

등록일자

 

 

 

 

 

 

결재일자

 

 

공개구분

 

 

협조자

 

 

 

 

 

 

 

 

 

 

 

(목)

 

 

 

 

   

※ 필요한 경우 보고근거 및 보고내용을 요약하여 기재할 수 있음

 

 

 

 

 

 

 

○○○○부                             ○○○○부

(처·청 또는 위원회 등) 또는 (처·청 또는 위원회 등)

○○○○국                             ○○○○과



문서처리는 신속처리, 책임처리, 적법처리, 전자처리 등 네 가지의 원칙이 있다. 이 중 적법처리의 원칙은 “문서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일정한 형식 및 요건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권한있는 자에 의하여 작성·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전자처리의 원칙은 “행정기관의 장은 문서의 기안ㆍ검토ㆍ협조ㆍ결재ㆍ등록ㆍ시행ㆍ분류ㆍ편철ㆍ보관ㆍ보존ㆍ이관ㆍ접수ㆍ배부ㆍ공람ㆍ검색ㆍ활용 등 문서의 처리절차가 전자문서시스템 또는 업무관리시스템상에서 전자적으로 처리되도록 하여야 한다.”(「사무관리규정」제10조의2)는 것이다.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문서처리 원칙 중 적법처리를 명백히 위반했다. 전자처리의 원칙에도 위배된 것이다. 「사무관리규정」제14조 제1항에는 “문서의 기안은 전자문서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으며, “업무의 성격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되어 있다.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종이문서로 처리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간이기안을 한 것은 문제다. 간이기안은 보고서·계획서·검토서 등 내부적으로 결재할 때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딜 봐서 이 문서가 보고·계획·검토인가? 백번 양보해서 간이기안을 용인한다고 해도 현재의 서식을 이용했었어야 한다.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있어야 할 기본 항목이 없거나, 반드시 입력해야 할 것을 누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자.

먼저, 문서번호가 없다. 문서는 생산한 즉시 기록물등록대장에 등록하고 생산등록번호를 부여하여야 한다.(「사무관리규정」제24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20조) 즉, 문서번호가 없으면 문서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문서를 등록하고 번호를 부여받는 것은 출생신고를 하는 것과 같다. 만약 등록을 하지 않으면 관리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원히 찾지 못할 미아가 되는 것과 같다. 문제는 문서를 생산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것이 고의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서(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행정책임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직무유기이며,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이다.

다음으로. 보존기간 표시 문제이다. 문서 건(件)에는 보존기간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 보존기간은 문서 철(綴)에 부여한다. 이는 어떤 사안에 해당하는 각각의 문서를 하나로 묶어 보존함으로써 해당 기록이 그 사안의 연원과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록관리법령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문서 건에 보존기간을 부여했다. 그래서 보존기간이 만료되면 그 건을 폐기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전혀 관련없는 사안의 문서들이 편철(編綴)되어 보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보존된 기록은 연원과 맥락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기록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존기간은 문서 건이 아닌 철별로 부여한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갈 것은 3년이라는 보존기간이다. 보존기간에 대해 이해를 위해「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별표 1]의 ‘기록물의 보존기간별 책정 기준’을 먼저 보자. 이에 따르면 3년을 보존하도록 제시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처리과 수준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산한 기록물로서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업무에 참고하거나 기관의 업무 수행 내용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기록물

 
2. 행정업무의 참고 또는 사실의 증명을 위하여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할 필요가 있는 기록물

3. 관계 법령에 따라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민·형사상의 책임 또는 시효가 지속되거나, 증명자료로서의 가치가 지속되는 사항에 관한 기록물

4. 다른 법령에 따라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하도록 규정한 기록물

5. 그 밖에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록물

6. 각종 증명서 발급과 관련된 기록물(다만, 다른 법령에 증명서 발급 관련 기록물의 보존기간이 별도로 규정된 경우에는 해당 법령에 따름)

7. 처리과 수준의 주간·월간·분기별 업무계획 수립과 관련된 기록물

그런데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에 해당하는 것은 기준에 없다. 참고로 같은 별표의 30년을 보존하도록 한 기준의 두 번째 항목에는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등 고위직 기관장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기록물”이 있다. 경찰청 기록의 성격을 알지 못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내 판단에는 3년이 아닌 30년 보존대상의 문서(기록)인 듯 하다. 아마 일상적인 경찰업무이기 때문에 30년까지는 보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밑줄로 강조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기관장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공개구분이 없다. 문서를 생산할 때 기안자는 정보공개 속성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즉, 공개, 비공개, 부분공개 여부를 판단하고 만약 비공개나 부분공개라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 각호의 정보 비공개 대상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 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에는 아예 그것을 부여할 항목이 없다.

문서를 생산할 때 정보공개여부를 미리 부여하도록 한 것은 비공개나 부분공개 대상이 아니면 신속하게 공개하기 위해서이다. 아마도 문서의 성격상 비공개대상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비공개로 속성을 부여하면 될 텐데 아예 이를 부여할 항목조차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혹시 서울지방경찰청이 예전의 서식을 이용하는 것이 아예 공개는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좌절이다.

도대체 서울지방경찰청은 어느 나라 기관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