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김장환 회원]방송장악과 불소통 정부

opengirok 2009. 1. 29. 13:58


이 공간은 정보공개센터의 회원들이 칼럼을 올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저는 칼럼이라기보다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답답한 일들을 보며 느낀 생각과 푸념들, 그리고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채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데, 그 답답함을 어디엔가 풀어놓아야 저도 조금은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듯싶습니다.

저는 이 공간을 빌어 ‘소통(疏通)’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록관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소통’은 제 인생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기록관리는 정부와 정부,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공시적으로 또 통시적으로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소통의 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억’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록학을 ‘소통과 기억에 관한 학문’이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요새 세상살이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도무지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고 접하게 되는, 또는 직접 피부로 와닿게 되는 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마 그 시작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께서 취임을 한 시점과 맞물리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노라며 우선 언론을 통제하기 시작하더군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최시중을 임명하며 ‘측근을 앉혀 직언을 하도록 하겠다’더군요. 아마 국민의 눈과 귀가 될 방송에 있어 독립성과 중립성은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후 YTN 사태로 그러한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더니, 최근에는 공영 방송인 KBS마저 마음대로 사장을 임명하고 입맛에 맞게 휘두르고, 급기야 박정희 시대 이후 처음으로 해직 기자를 탄생시키는 위염을 토해냈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더라도 국민들 배를 곯지 않게 해 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민들이 굳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시고 전과 12범인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당장 먹고살기 힘드니까 그랬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웰컴투 동막골>의 이장님이 뿜어내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밀은 바로 ‘뭐 마이 묵여야지’ 바로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경제를 봐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재래시장을 손수 찾아가서 국밥 말아 드시며 서민의 애환을 몸소 체험하시던 분이, 막상 당선이 되자마자 경제 5단체를 친히 불러 고개를 조아리더군요. 그 이후 민생을 위한 경제 정책보다는 재벌들 배곯지 않게 해 주는 정책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금산분리 폐지 추진, 부동산 문제, 제 눈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 보입니다. 더구나 청년 실업률은 IMF 이후 최대라 합니다. 당장 저 역시 산업예비군이 될 처지에 놓여 있기에 남일 같지 않습니다.

국민의 입과 귀를 막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거기에 광우병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까지 들여와서 국민더러 먹기 싫음 안 먹으면 된다 그러더군요.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직접 뜻을 전달하고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눈과 귀뿐만 아니라 입까지 막고자 하셨습니다.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곤봉과 물대포 세례, 그리고 유모차 부대에 대한 ‘정당하고 엄정한’ 법적 처벌, 일반 시민에 대한 무차별 구속뿐이었습니다.

시민의 눈과 귀, 입, 그리고 행동을 틀어막아 소통의 부재를 초래하는 현 정권의 막가파식 대응은 미네르바라는 일개 네티즌을 구속시켜 외국의 언론에 해외 토픽감을 제공하시더니, 최근 용산 사태를 정점으로 이제는 사람까지 그냥 죽입디다. 사람을 죽여놓고서 하는 소리라고는 불법 시위는 엄벌에 처한다는 것뿐입니다. 전 너무나 답답해 눈물이 다 납니다.

이 외에도 넋두리를 풀어놓기에 이 공간은 좁은 감이 있군요. 대운하 사업 안 한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름만 바꿔서 사업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작해 버렸습니다. YS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중 설립, 일제고사 부활 등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경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현재 교과서가 ‘좌빨’이라며 교과서를 개정하고, 광복은 어느새 건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제, 정치, 교육, 사회... 어느 것 하나 맘이 편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이야기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합법적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거리에 촛불이 왠말이며 화염병은 또 왠말이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합법적인 창구를 찾을 길이 없네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알 권리가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소통’할 수 있는 합법적인 창구는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요.

지난 10년을 거치며 그래도 남한 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노라 조금은 안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안토니오 그람시는 옛것은 사라져서 없고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을 때가 바로 위기라 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위기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람시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 역시 했더군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낙관할 수 있는 의지인 것 같습니다.

넋두리가 너무 길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로 다시 돌아와야겠습니다. 결국 절차적 민주주의를 다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다시 ‘소통’을 이야기해야겠습니다. 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 정부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유리창처럼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 그래서 정권에 상관없이 부패가 아닌 청렴함이 기반이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역시 그 역할을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해야 할,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저의 푸념들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