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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저널]공익제보자에게 너무나 무심한 사회

opengirok 2008. 12. 9. 11:25


[21C 시민주권찾기]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 전진한 사무국장

▲ 전진한 사무국장

1996년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감사가 중단되었다는 의혹을 폭로하여 감사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현준희 선생님이 12년 재판 끝에 지난 11월 14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을 재판정에 드나들며 감사원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맞서 싸운 결과이다.

필자는 재판결과의 기쁨보다는 현준희 선생님이 12년 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본인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들도 치열했던 재판과정으로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을 것이다. 재판결과를 보고 선하게 웃고 계시는 현준희 선생님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가슴이 아리다.

이렇듯 우리사회에서는 내면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밝혀낸 대가로 온갖 소송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공익제보자, 언론인, 시민활동가 등 우리사회는 아직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99%의 진실을 말하더라도 1%의 오보가 있으면 수십억의 소송과 형사고발을 당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심지어 100% 진실이라도 소송은 걸린다. 숨겨진 사실을 세상에 폭로할 때는 많은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그 뒤에는 길고 외로운 소송이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공개청구 했지만 부당하게 비공개하는 현실에 맞서 행정소송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소장을 작성하여 거대한 권력과 맞서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서 버젓이 비공개처분을 해 다시 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공개를 하는 공공기관이야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사람은 소중한 자신의 재산과 시간을 투여하면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 한겨레 11월15일자 9면

▲ 한겨레 11월15일자 9면

위에서 언급한 분들은 우리사회에 맑은 공기를 선사하고 있는 ‘아름다운 나무’와 같은 존재들이다. 도시의 매연에 맞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나무도 가꾸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물과 거름도 주면서, 열심히 가꾸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름다운 나무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알다보니 불의가 있더라도 대충 묻어두고 산다. 그 결과 암세포 같은 비리들이 온 사회에 퍼져나가 우리사회를 결국 삼켜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결국 우리사회가 이렇게 썩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알권리를 위해서 여러 방면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필자는 가칭 ‘알권리 재단’ 이라는 재단을 설립을 제안을 해보고 싶다. 국민권익위원회(전 국가청렴위원회)가 공익제보자들에 대해서 보상금을 준다고 하고 있지만 많은 한계가 있다. 언론에 대한 제보 및 특종보도로 소송을 당한 경우에는 보상금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알권리 재단은 공익제보자나 소송을 당한 언론인들을 위해 심리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이분들의 변호사 비용등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또한 그들이 다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온 국민들이 다 알아야 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을 경우 소송을 대비해 체계적인 변호사 자문에 대한 지원도 해야 한다.

이제껏 이런 일들은 참여연대에 비롯한 일부 단체들에서 헌신적으로 일해 온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이 감당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의 노력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재단 설립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아름다운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12년 동안 사회의 불의에 맞서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희생해준 아름다운 나무 현준희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www.opengiro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