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허위표시, 단속되고도 공개되지 않는 방법은?
농산물품질관리원, 위반 업소 '반쪽 공개'... 소비자 알권리 외면
전진한(jin0642)
▲ 지난 7월 8일 오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반이 서울 방배동의 한 음식점에서 원산지 표시제를 단속하고 있다.
농산물 품질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쇠고기 원산지 표시 제도를 위반한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쇠고기 원산지표시 제도를 위반한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오마이뉴스 11월 20일 참조)농관원마저 업체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1월 25일 농관원에 "2008년 1월 1일 - 2008년 11월 24일 현재까지 쇠고기 원산지 위반 식당 단속 현황[위반 식당 상호명, 점검일시, 위반 식당 위반내역(허위표시이면 구체적 원산지 변경내용), 행정처분 결과)]"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농관원은 "2008.7.8-11.30일까지 총 8만152개 업소를 점검해서 쇠고기 원산지 허위표시업체 369건, 미표시 114건을 단속했다"고 밝혔다.
▲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공개한 '2008.7.8-11.30 쇠고기 원산지 허위표시업체 명단'
위반업소명 앞 두 글자 빼고 공개... 형평성 논란
하지만 위반업체 상호명 공개에 대해서는 앞에 두 글자를 일률적으로 가린 채 부분 공개하고 있었다. 이는 식약청, 울산광역시,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등에서 업체 상호명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또한 농관원은 정보공개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관원은 앞 두 글자를 일률적으로 가린 채 공개하고 있어 상호명이 짧은 경우 상호명 전체가 비공개되고 상호명이 긴 경우에는 상호 일부를 유추할 수 있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농관원이 공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호명이 두 글자인 경우 "◯◯"로 네 글자인 경우 "◯◯식당(허위표시)"로 표시되고 있고, 상호명이 긴 경우에는 "◯◯온달해장국설렁탕(허위표시)"라고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김혜영씨는 "앞에 두 글자만 비공개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식당 명을 짧게 작명해야 유리할 것 같다"며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도를 위반한 업소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왜 조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성남에 사는 이상미씨는 "쌀 직불금 명단도 공개한다는데 원산지표시 제도를 위반한 업소 명단을 공개 안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원산지 표시제도를 위반한 업소명단을 행정기관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성원 법률사무소 성창재 변호사는 "원산지 표시제도를 위반한 업소들의 명단이 각 기관마다 공개 및 비공개가 혼재되어 있어 행정처분의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수 있고 이는 결국 행정기관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행위"라며 또한 "상호명을 공개하는 경우 진실성, 공익성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므로 명예훼손의 위법성에도 조각된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제주대 법대 교수, 변호사)도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 원산지표시제도를 위반한 업체명단의 공개를 강제하는 법률안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며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위반 업체명단 공개를 강제하는 입법청원운동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관원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제도를 위반한 업체명단이 알려진 경우 영업상의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해서 비공개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비공개할 경우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공개) 의미가 없어서 앞에 두 글자만 공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식약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업체 상호명을 공개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공개한 것이고, 농관원은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단속을 하고 있고 이 법에는 공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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