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MB정부의 여객선 규제완화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2009년,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선 제한연령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기 때문에 청해진해운이 이미 18년동안이나 운항한 일본선박을 한국에 들여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2008년 국토해양부는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제도 개선 연구>라는 연구용역을 했습니다.
여객선의 선령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2008년 당시)는 안전한 여객운송을 확보함으로써 해양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경제적 측면 등을 이유로 여객운송사업체로부터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요구가 있어 여객선 선령제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한 것입니다.
연구대상으로는15년 이상 선박들을 위주로 41척의 여객선을 대상으로 삼아 실태조사를 벌였고, 해당 선박들의 3년간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선박검사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여객선 선박안전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선박정비 시스템, 선박검사시스템, 사고대응관리시스템 등에 대해 실태분석을 한 내용이 있는데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위 이외에는 정비 및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20년 이상 선박의 경우에는 검사기준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문제지가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고 대응 시스템 역시 지침이 마련된 선박들은 거의 없으며 안전과 관련된 내용도 선주들의 관심사에 따라 수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박 정비 시스템 분석>
○ 회사차원의 연간 정비계획서를 작성하여 운영하는 회사는 거의 없으며, 법령에 의한 검사기간 동안 연례적으로 선박정비를 실시하는 경우가 보편적임.
○ 일상 운항중 본선 승무원에 의한 정비는 빈번한 입출항 일정과 소수의 승무인원으로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별도로 본선 정비에 대해 승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거의 없음.
○ 본선 승무원에 의한 정비는 운항 유지차원의 수준으로 행하고 있으며, 주로 휴항중 일상정비에 그치고 있음.
○ 1~2시간 단거리 운항을 하고 있는 연안여객선 운항특성상 운항중 발생한 고장은 선박 기항지역에서 즉각 처리되는 경향이 있으며, 중대 사고가 아닌 경우는 가검사에 합격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음.
○ 운항중 고장발생시 여객선 운항의 특성상 운항을 중단할 수 없으므로 회사차원의 수리업체 위탁정비 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음.
○ 그 외 대부분의 선박수리는 정기적인 입거검사시 거의 시행되는 상가수리 중심의 정비 체제를 유지하고 있음.
<선박관리시스템 분석>
○ 관련 법령에 의해 선급기관에서 규정한 중간 및 정기검사 일정에 따라 각종 검사가 시행되고 있음.
○ 각종 검사는 선급의 주도하에 시행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회사들이 검사결과에 대한 검토나 분석의 절차는 갖추고 있지 않음.
○ 선령 20년 이상인 선박은 매년 안전항행검사를 받고 있으며, 특정부분(예 기관분해)에 대한 검사가 지나치게 강화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가 많음.
○ 검사와 관련한 각종 증서는 감독관청의 빈번한 확인 등으로 대체로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음.
○ 관계 법령에 따라 매 출항시마다 출항점검을 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있으며, 일부 회사는 회사차원의 1일점검표를 사용하여 안전점검 등을 하고 있고, 이러한 자체 점검을 외부검사보다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음.
<사고대응시스템 분석>
○ 선박운항 및 정비와 관련된 지침이나 서류들을 선내에 비치한 선박은 드물며, 일부 지침을 보유하고 있는 선박도 비치수준에 머물러 있음.
○ ISM 인증심사를 받은 선사는 1개 선사에 불과하고, 대부분 여객선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선박운항과 기관운전에 대한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하여 해양경찰과 해운조합의 심의를 거쳐 시행하고 있으며 외부점검을 받고 있음.
○ “운항관리규정”에 의한 공식적인 비상훈련은 착실히 수행되고 있으나, 개별기업 차원에서 여객선의 비상대응훈련은 거의 실시되고 있지 않으며, 간혹 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음.
○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검토와 개선절차가 미미하며, 경영주의 개인적인 관심에 머물러 있음.
○ 선박의 항해안전과 기관의 정비에 관한 별도의 지침이나 교육은 시행하지 않는 선박들이 많으며,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해운조합 등에서 실시하는 점검과 교육으로 대체되고 본선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음.
그리고 여객선 선박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로는 다음과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 대부분의 연안여객선사의 육상 안전관리시스템은 연안여객선사의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체계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됨.
○ 연안여객선사의 선박안전관리시스템은 선종별, 항로별, 수송객체별로 큰 차이가 없이 대부분 유사한 수준과 형태의 관리수준을 보여주고 있음.
○ 일부 관리항목에 따라서는 선령이나 선박크기 또는 선체의 재질별로 다소 차별적 관리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육상의 안전관리시스템과 선박 구조설비의 상태 간 상관관계는 관리시스템이 체계적일수록 선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밝혀짐.
○ 선박의 구조적인 재질은 선박의 안전관리시스템과는 무관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음.
○ 따라서 연안여객선사의 육상 안전관리시스템을 체계화하고 강화할수록 연안여객선의 구조설비의 안전성도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음.
○ 결론적으로 모든 종류의 여객선을 물리적인 선령에 따라 일률적으로 선령을 제한시키기보다는 여객선의 구조적인 안전성과 함께 육상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여객선의 취항을 제한시킬 필요가 있음.
- 왜냐하면 연안여객선의 수송특성상 근거리 단시간 항해인 관계로 육상의 지원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따라 여객선의 운항과 여객수송의 안전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임.
여객선 안전에 대해서는 여객선 선령보다는 여객선 안전관리시스템이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적한대로 안전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졌어야 하는데, 세월호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관리시스템은 기존의 관행대로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령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선박안전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면서 보고서는 여객선 사고방지를 위한 제언을 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 중 지금 상황에서 곱씹어 봐야 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선령제한 연구 과정의 자문단 중 선박검사기관의 전문가가 선령제한 완화로 인한 해양안전의 약화를 우려했습니다. 선령제한제도를 완화하면 여객선의 선령이 높아져서 여객선 대부분이 노후선이 될 것인데, 여객선의 특성 상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인명의 손실을 가져오는 만큼 선박의 사고율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단 한척의 사고를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노후선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선령제한을 완화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연간 이익 250억원 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 올 수 있고 이 제도를 완화했다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 이 연구에 있어서 균형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구성한 자문단 중 특히, 선박검사기관의 전문가는 해양안전의 약화를 우려하는 조언을 많이 하였는데,
- 이 제도는 1963년부터 약 45년간 운영하여온 제도로서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증진하는 제도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 선령제한제도를 완화하게 되면 여객선 선령이 높아져서 연안여객선이 대부분 노후선이 되게 될 것이라는 점
- 여객선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인명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선박의 사고율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되고, 단 1척의 사고를 막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
- 만약 선령 25년을 넘은 선박에서 여객사고를 동반하는 해양사고가 발생한다면, 동 제도를 완화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연간 약 250억원)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동 제도를 완화하였다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제기하였음
○ 따라서, 동 제도의 완화 시
- 정부에서는 노후 여객선 안전관리요령을 개발 보급하며
- 한국해운조합 차원에서 여객선의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 선박검사기관에서는 노후 여객선에 대한 엄격한 검사지침을 적용하고 또한 보수정비지침을 개발 보급하며
- 운항관리자는 노후 여객선에 대하여 특별한 관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연안여객선 해양사고 방지를 위한 배가의 노력을 할 것을 권고함.
2008년 이 연구결과 이후 2009년에 여객선 선령제한은 완화되었습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대로 경제적 효과는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경제적 효과는 결국 선주들의 영업이익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경제적 효과 만큼 안전에 대한 대비가 되었느냐입니다. 안타깝게도 안전지침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고, 사고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 이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의 큰 피해와 고통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재난대응시스템, 안전관리는 재정비 될 것입니다.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자들과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가 아무는 것도 아닙니다.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있을 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댓가가 너무 슬프고 가혹합니다.
* 연구자료를 파일로 첨부합니다. 참고하세요.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제도 개선연구 최종보고서(080919).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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