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한<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뛰어난 손맛과 친절함에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점심을 해결하러 갔던 식당에 어느날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메뉴는 그대로였지만 인테리어, 맛, 가격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 낯설기만 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우연히 지나는 길에 예전 주인 아주머니가 포장마차를 하시는 것을 보았다는 점이다. 정확한 사정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식당 운영이 어려워 포장마차로 옮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힘겨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자영업자는 57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3.2%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에 비하면 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한 결과로 판단된다. 조금만 장사가 된다 싶으면 주위에 비슷한 영업점들이 경쟁적으로 생기고, 심지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동네마다 안 들어서는 곳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서민들이 많이 개업하는 치킨업체의 실태를 살펴보자. 서울시가 공개 한 자료(2013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치킨점으로 개업하고 있는 업소는 총 5960개이다(표 참조). 위 자료는 중앙대학교 조성준씨가 정보공개청구하여 정보공개센터에 보내온 것이다.
이 숫자는 치킨점으로 공식 등록한 것만 파악한 것으로 유사 치킨 영업소까지 합친다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치킨 전문점이 가장 많은 지역은 구로구, 양천구, 동작구로 각각 400개 이상의 업소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치킨 폐업 업소 통계를 보면 저 업체들이 계속해서 영업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서울시에서 지난 7년 동안 개업한 치킨 전문점은 3805개인데, 이 중 폐업한 치킨 전문점은 2686개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개업 후 3년 안에 폐업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경영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개업한 전국 치킨 전문점 중 1년 안에 휴업 및 폐업 등으로 퇴출된 업소 비율이 전체의 18%나 됐다. 3년 미만의 기간에 퇴출된 비율은 49.2%이고, 10년 이상 생존한 치킨 전문점은 20%에 불과했다. 게다가 치킨 전문점 창업 후 평균 900만원 이상의 소득 감소가 발생하며, 무급가족 종사자를 감안할 경우 실질소득 하락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듯 치킨업체 결과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매우 위험하다. 지금도 식당, 커피 전문점, 호프집 등의 업체들이 매일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고, 그 와중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들 자영업자는 노동에 따른 어떤 복지혜택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가령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으로 인해 수많은 부작용(건강, 양육 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부작용은 우리 사회를 또 다른 위험 사회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정부는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를 남발해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폐업을 경험한 가정이 어떤 형태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지 철저한 분석도 필요하다. ‘외식 천국’ 한국이 점점 ‘외식 지옥’ 한국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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