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속기록 초본 보존하는 공기관 나와 보라

opengirok 2013. 11. 28. 16:28


전진한<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역설적이게도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 결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모두 사라졌다. NLL 포기 발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것으로 드러났고, 노 전 대통령이 e-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을 결재하며 첨부한 ‘보고서의견’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을 숨길 의도가 전혀 없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앞으로 회담을 책임질 사람들이 공유하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각주까지 달아서 e-지원에 올리라고 지시까지 했다. 조명균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 본인의 실수로 이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모든 게 분명하게 정리된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결과가 이렇게 명백한데 검찰은 초본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백종천과 조명균을 대통령기록물법률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과연 검찰의 이런 조치는 정당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최종 결재가 나지 않은 속기록 초본을 보존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11월 13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려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대선후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2012년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논란에 휩싸였었다. | 김기남 기자



대부분 공공기관은 국제 기록 관리 표준 ISO 15489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록의 4대 속성 중 하나인 ‘신뢰성’ 확보를 위해 오탈자 및 내용의 정확성을 보완한 후 기록으로 보존한다. 이 과정에서 초본은 삭제나 폐기한다. 만약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공공기관 중 기록물관리법 상 처벌되지 않을 기관은 없을 것이다.


검찰은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 유출 사건 때 봉하로 유출되었던 봉하 e-지원의 기록물이 모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봉하 e-지원의 기록물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기록물에 차이가 있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어떤 검찰 수사를 신뢰해야 할지 헷갈린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한 축이었던 국가기록원은 검찰이 봉하마을 e-지원에서 찾아냈다는 회의록 완성본을 본인들은 왜 찾지 못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회의록 실종 논란 당시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가기록원에 팜스뿐만 아니라 봉하마을 e-지원 등을 포함해 모두 뒤져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현재로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기록원의 어설픈 검색이 검찰 조사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의원의 회의록 불법 열람 및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더디기만 하다. 김무성 의원은 사설 정보지에서 이 내용을 봤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 회의록을 관리한 내부 직원 중에서 사설 정보지에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명백한 보안업무규정 및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다. 만약 본인들이 직접 열람한 후 발언했다면 이 역시 불법행위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1년간 정치권에서 벌여왔던 NLL 포기 발언,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남북정상회의록 실종 논란은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주었다. 후임 대통령들은 민감한 기록을 남기면 어떻게 부관참시당하는 지 생생히 보았고, 향후 어렵게 만들었던 우리나라 기록관리 문화는 처참히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이 피해는 이 시대를 기록으로 평가해야 할 후세대와 이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과연 정치권은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궁금하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