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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민선5기 ‘새로운 자치 시대’]지자체 살림 펴주는 ‘예산 7계명’

opengirok 2010. 7. 9. 10:37


 

ㆍ고금리 상품·채권 투자 ‘세입’ 늘리고
ㆍ의회·감사기능 강화 ‘새는 돈’ 막아야

예산이란 숫자로 표현된 정부 정책이다. 일정 기간 정부가 어떤 정책을 위해 얼마를 지출하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금액으로 표시한 것이다. 정부의 재정은 한 가정의 가계 살림과 다르지 않다.

수입과 지출이 있고 대출을 받기도 하며 살림이 허약해지는 걸 막기 위해 가계부도 쓴다. 점점 허약해지는 지방정부의 살림이 나아지기 위한 ‘예산 7계명’을 제안한다. ‘좋은예산센터’ 등 지자체 재정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와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았다.


먼저 수입이 부족하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있는데, 세입을 늘리는 것이다. 전남 강진군은 높은 이자 수익으로 2009년에만 56억원을 벌었다. 이자 수익은 2005년 15억7000만원, 2006년 21억1400만원, 2007년 27억4900만원, 2008년 37억7100만원으로 지속적 상승세다. 강진군이 해마다 징수하는 지방세가 120억여원이고 일반회계 규모가 229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강진군은 재정투입계획을 분석해 유휴자금을 최소화하고 이자율이 높은 단기 고금리 상품과 채권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자금을 관리했다. 세무팀 김영실씨는 “자금을 장기로 운영하려고 노력하다보니까 이웃 군에 비해서도 높은 수익을 낸 것”이라며 “보조금이나 교부세 등이 내려오면 바로 예금에 넣고 언제 나갈 돈인지 계산해서 전날까지 묶어두고 금요일 오후에는 절대 인출하지 않는 등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이자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수업에 참여해 블록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사진).


정부의 재정이 가계 살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가 주민들의 세금을 ‘대신’ 집행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원들은 주민을 대신해 행정부가 돈을 잘 쓰고 있는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민선 4기까지 지방정부는 거의 견제받지 않았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1일 민선 5기가 출범한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부와 의회의 견제 구도가 만들어졌다. 의회가 얼마나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때다.

감시는 행정부 내부에서도 필요하다. ‘감사’ 기능을 독립하는 것이다. 2006년 서울 성북구 주민 242명은 주민소송을 냈다. 2005년 성북구의회 의장, 부의장이 약 600만원의 업무추진비로 25차례 단란주점을 이용하고 선물하기 위해 약 1800만원어치의 양주를 구입해서 서울시에 감사 청구를 했으나 시는 지적 사항을 이행하도록 하고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형식적인 행정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좋은예산센터 최인욱 책임연구원은 “당시 서울시는 ‘노래방 기기는 있지만 도우미가 없기 때문에 유흥성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허술한 감사를 했고 이 같은 감사를 막기 위해서는 감사 기구의 독립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은 주민 세금으로 ‘폼’을 잡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돈을 쓰는 게 아니고 주민들의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대신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축제, 호화 청사, 홍보비 등 선심성 이벤트를 줄여야 하는 이유다. 예산은 가치 결정의 과정으로 단체장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정책이 달라진다. 단체장이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에 귀기울이고 돈을 잘 배분해서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북대 행정학과 강형기 교수는 “지자체장은 광역단체와 중앙정부의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럴수록 지자체장이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며 “지자체 예산이 상위 단체의 보조금과 교부금 등으로 예속되어 있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 2005년 통과된 국회법 79조에 따르면 “의원 또는 위원회가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 또는 제안하는 경우에는 그 의안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아울러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법안비용추계 제도’가 있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예상해서 법안에 적어둬야 하는 강제 규정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정부 조례는 이 같은 규정이 전혀 없다. 한 사업에 돈이 얼마나 들어가도 ‘예산담당관과 협의했음’이라고 적은 것으로 사업이 통과되는 식이다. 좋은예산센터 채연하 선임연구원은 “ ‘비용추계제도’는 행정부가 발의한 조례에 따라 사업 재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미리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입법 책임성을 강화하면서 예산을 계획적으로 쓸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지방재정의 ‘주인’인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많이 만드는 것이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다.

서형원 과천시의원은 “과천시에서 시를 해외에 홍보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1억원을 쓰겠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누가 유엔 사무총장에라도 나가려고 하는 것이냐’고 항의했고 결국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며 “의원 목소리보다 주민들 목소리가 무섭다는 걸 느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질적으로 도입해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