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활동소식

[경향신문][민선5기 ‘새로운 자치 시대’](3) 지자체 재정 위기 ‘시한 폭탄’

opengirok 2010. 7. 9. 10:41


 

ㆍ부자감세·낭비성 예산…곳간 비고 빚더미 ‘시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부자감세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은 비어가는 데도, 지자체마다 엄청난 이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채를 발행하며 개발에 매달려온 까닭이다.

전국 지자체의 수입과 지출을 총망라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살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통합재정수지는 2008년 20조2000억원 흑자에서 2009년 마이너스 7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적자규모는 전국 모든 지자체가 한 해 벌어들인 각종 수입을 더해도 그해 쓴 돈보다 7조1000억원이나 모자란다는 의미다.


대전 동구 신청사 ‘뼈대만 앙상’ 8일 대전 동구 가오동 동구 신청사 공사현장. 예산부족으로 지난달 14일 공사가 중단되면서 작업인부와 장비가 모두 철수해 황량한 철골구조물과 외벽만 남아 있다. 대전 | 윤희일 기자


이 때문에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5기 단체장들이 무상급식 및 주민참여 등 각종 재정 관련 공약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에선 “이런 재정상태에서 뭘 할 수 있지?” 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보통교부세는 재정수요에 비해 재정수입이 부족할 때 정부로부터 교부받는 돈을 말한다. 지방자치가 출범한 이래 광역단체 중 서울특별시와 경기도는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 중 수도권 지역인 성남·화성·용인·수원·안산·고양시 등 6개 기초자치단체도 미교부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통교부세를 받는 지자체로 편입됐다. 경기 수원시도 2008년 1.27에 달하던 재정력지수가 2009년에 1.08로 급하강하더니 2010년에는 1.01까지 떨어졌다. 이는 재정수요가 100억원이라고 할 때 재정수입이 이보다 불과 1억원 많은 10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서울특별시도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각각 지난해보다 7% 및 8%포인트 감소한 83.4%와 84.2%로 떨어졌다. 재정 위기에 있어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셈이다.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전체 지자체의 16.3%에 이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세에 세외수입까지 더해도 월급을 줄 형편이 안돼 빚을 내어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는 지자체는 2009년 전북 순창군·부산 영도구 등 11개에서 올해 40개로 대폭 증가했다.


쓸 수 있는 돈이 전혀 없는 지자체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8년 결산 기준으로 가용재원이 마이너스 6597억원이다. 가용재원이 0원이면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는 이상 아무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방재정 악화는 지자체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 차질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전 동구 가오동 동구 신청사 건설현장은 지난달 14일부터 망치소리가 멈췄다. 이미 골조가 세워졌고 내부배선공사와 시설공사 등을 위해 3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공시지가가 115억원이 넘는 현 청사가 팔리지 않아 추가 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 동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5억2000만원, 기초노령연금 18억원, 저소득층 보육료 10억9000만원 등 복지 관련 예산 121억원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직원 월급도 75%만 확보했다. 새로 취임한 구청장은 전시성 행사인 대전역 0시축제를 폐지하고 구정소식지 발간을 중단해 4억2000여만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동구청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조금이라도 걷어보려는 자구책이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감세와 재정지출 증가다. 투명예산센터 정창수 부소장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으로 재정의 규모는 계속 증가해 왔고 지출도 늘어난 상태에서 현 정부 들어 부자감세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가 감소했고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지방에 내려오는 부동산교부세는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을 독려하며 재정지출은 확대됐고 낭비성 예산 집행은 여전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와 매칭해 실시하는 사회복지사업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국고보조는 태부족인 점도 한몫했다. 광주 북구의 경우 2010년 총예산 대비 사회복지예산 비중은 64.3%에 이른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유주 조사관은 “감사원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은 매년 평균 13.3%씩 증가하고 있으나 지방부담금은 매년 평균 15.5%씩 증가했다”며 “사회복지 관련 국고보조사업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 낭비는 지방 재정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된다. 강원 인제군은 40여명에 불과한 관대리 주민들이 배를 타거나 우회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380억원을 들여 38대교를 지었다. 교량 보수·유지 등 운영비만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울진군은 지난해 울진친환경농업엑스포에 해양생태관을 지어 1마리에 300만원 하는 희귀어류 등을 전시했다.

그러나 먹이사슬 관계인 포식어류 ‘수염상어’ 등을 같은 수조에 넣어 전시함으로써 희귀어류가 모두 잡아먹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어류구입에는 모두 6억1000만원가량 예산이 들었다. 울진군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