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천안함 교신일지 등 핵심기록 법적으로도 공개해야

opengirok 2010. 4. 3. 11:1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온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안전보장'

온 나라가 혼란과 슬픔에 빠져 있다. 46명이나 되는 귀한 생명들이 배가 두 동강나 실종된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는데, 그 원인도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정부의 무능한 모습이나, 미온적인 태도에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에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던 100t 규모 저인망어선 '금양98호'가 2일 오후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현재 기성 언론을 포함해 인터넷에는 온갖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는 것은 정부가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우려스러운 것은 국방부의 발표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사건의 핵심 기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국민을 더욱 혼란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러면 국방부의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법률을 근거해서 그 타당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국방부는 사건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정보로 지목되고 있는 교신·항적기록, 교신일지,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 생존 병사들의 육성 증언 등의 기록을 일부 혹은 전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는 사건의 조사 기록을 소상히 공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하지 못한 태도이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국방부는 비공개의 이유로 ‘군사기밀’ 이라고 하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 국방부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군사기밀은 무엇이고 그 군사기밀을 규정하고 있는 군사기밀보호법을 명백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 2조에서 “‘군사기밀’이라 함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것과 그 내용을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북한과 인근하고 있는 백령도 해상에게 훈련을 하고 있던 천안함 교신기록 및 TOD 동영상 기록은 군사기밀로 지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방부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하고 있는 것은 전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을 천천히 살펴보면 군사기밀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도 같은 법에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 7조에서는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때’ ‘공개함으로서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법 9조에는 “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를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에게 문서로써 요청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률을 보면 군사기밀이라는 것은 공개할 수 있는 요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조항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천안함 사건이어야 말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공개함으로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는 경우다. 자식·형제의 생존을 알지 못해 애끓는 가족들이나 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만큼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46명의 병사들이 실종된 사건을 제대로 밝히는 것만큼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참여연대는 지난 3월 31일 “일지와 교신ㆍ항해 기록, 해군 지침과 매뉴얼(지침서), 기뢰 등에 의한 폭파 혹은 오폭 의혹, 천안함의 당일 임무와 독수리 작전 관련 기록 등 4개 분야의 16개 항목”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군사기밀보호법 9조에 해당 하는 절차를 이행 한 것이다.

물론 군사기밀 체계가 공개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그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중요성으로 볼 때 그런 비용지출은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당연히 비용으로 생각된다.

한편 생존 병사들의 증언 및 자필 자술서 등의 공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함장이 기자회견에서 일부 내용을 밝히긴 했지만 국민적 의혹을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병사들의 인권을 존중해 육성 공개를 미루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유족들과 실종 병사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건의 당사자들인 생존 병사들의 증언은 이번 사건을 풀어줄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방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얼마나 큰다는 것을 알고 사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전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그 원인을 파악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군 시스템을 대폭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참담함을 금할 길 없으며 현재까지 실종자들을 애끓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천안함 수색작전에 참가했던 저인망어선 98금양호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구조에 나서다 순직하신 고 한주호 준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