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간 큰 기자, 무너지는 알권리

opengirok 2009. 6. 29. 10:45


                                                                                      정보공개센터 박대용 자문위원
                                                                                       (춘천 MBC 기자)


요즘 기자들끼리 모이면, 간 큰 기자들이 가끔 화제가 되곤 한다.

"요즘 같은 때,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까."

이른바 언론사별로 기사를 쓸 수없는 성역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설사 가시적인 압력을 넣지 않아도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쓰지 않는다.

언론탄압은 언론인들의 고용불안 상황을 이용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언론인들은 눈을 감거나 외면하는 방법으로 난세를 버텨나가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사진출처 : 영화 "궁녀" 포스터 일부

살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라고 강요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

문제는 언론인의 자기 검열이 더욱 강화되면 될 수록 국민의 알권리는 점점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과거와 같이 광주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을까.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인터넷 아고라나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진실이 지금도 존재하듯 말이다.

이럴 때, 대안언론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나 정보 수집력이 갑자기 이뤄질 리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가 '알 권리'의 중요성과 실현 방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국민이 뽑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한다.

이것이 헌법상 보장된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자세가 아닐까.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직접 알 권리를 챙겨야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스스로 평가할 수도 있어야한다.

선정적인 기사와 왜곡된 정보로 국민의 눈을 가리는 언론사가 어딘지 알고, 구독이나 시청을 중단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국민이 스스로 알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바로 '정보공개청구'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돼 있다.

서울에 사는 국민도 아니고, 제주도에 사는 국민도 아니고, 잘 사는 국민도 아니고, 장애인이 아닌 국민도 아니고, 18세 이상 성인인 국민도 아니다.

'모든' 국민이다.

1살짜리 국민도 정보공개청구할 권리를 가지고, 두 눈이 없는 국민도, 귀가 안들리는 국민도, 1급 중증 장애인도,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산 속 깊숙히 은둔해 있는 국민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도..... 모두 정보공개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모두 정보공개청구하는 '모든' 국민의 권리가 존중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법 6조)

그래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 정보공개청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 권력의 전횡을 감시하는 파수꾼이 돼야한다.

내가 사는 지역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이 얼마인지,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얼마인지, 행정소송 원고 승소율이 얼마인지도 알아야한다.

기자들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있으면, 주권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권리를 빼앗기게 되고, 결국 노예처럼 권력자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에게 당부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하자.

언론에 나오지 않지만, 알고 싶은 사실에 대해 지금 당장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학교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어딘지, 우리 학교 등록금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우리 지역 지방자치단체 지방세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우리 지역 자치단체장의 한 달 업무추진비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혼자 알고 있기 보다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실이 있으면, 정보공개센터에 제공해도 된다.

정보공개청구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귀찮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정보를 알고 싶은 지 정보공개센터에 정보공개청구를 의뢰해도 된다.

필자 역시 동료 기자나 일반 시민들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도와주고 있으며, 밥까지 사줘가며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모든 국민, 대다수의 국민이 권력을 감시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의 알 권리를 챙기는 것이 바로 이 시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자 하는 언론탄압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