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소송 내야만 움직이는 "서울대"

opengirok 2009. 5. 12. 15:28

                                                                                              정보공개센터 회원 이순혁
                                                                                               [한겨레 21 기자]

지난 2월 <한겨레21>은 749호 표지이야기 ‘그들만의 로스쿨’에서 로스쿨 신입생 가운데 다수는 20대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서울 강남 지역 출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750호 ‘정보공개청구법 모르는 로스쿨’ 기사에서는 로스쿨 신입생 관련 정보공개청구에 황당한 이유를 대며 제대로 응하지 않은 대학들의 천태만상을 소개했다.

당시 기사에서 <한겨레21>은 “‘변호사 선발권’이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권한을 넘겨받은 대학들은 그에 걸맞은 투명하고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일부 대학을 상대로 조만간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존재하지 않는 정보”라며 비공개
 
 약속대로 기자는 지난 3월25일 서울대를 상대로 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폐쇄적인 태도로 보자면 아예 아무런 정보도 내놓지 않은 인하대 등이 더 심했지만, 법학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고려해 서울대를 소송 대상으로 정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는 지난 2월 로스쿨 합격생의 성별 비율, 자교 출신·법학 전공자 비율, 나이·주소지별 분포, 면접 반영률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존재하지 않는 정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소송 제기 한 달가량이 지난 4월24일, 서울대는 갑자기 ‘2009학년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관련 정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서울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정보공개청구 대상이었던 신입생들의 성별·나이·전공·거주지별 정보를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서울대는 이 자료에서 “서울 법대는 입학전형에 관련된 기초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그 분석에 유용한 통계자료를 작성해서 공개한 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과 수험생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이번에 새로이 통계자료를 작성하여 아래와 같이 공개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서울대 신입생들도 <한겨레21>이 보도했던 로스쿨 신입생들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 로스쿨 합격생들의 평균 나이는 27.7살이었고, 주거지는 대다수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서울 관악구-강남구-서초구 순이었다(표 참조).
 
내년에도 소송 내야 공개할 텐가
 
 경위야 어찌됐건, 서울대가 뒤늦게라도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따른 정보제공 요청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소송을 내자 그제야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은 유감이다.

세칭 ‘일류 대학’이라는 서울대 법대가 합리적인 대화 요청은 무시하다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한 뒤에야 움직이는 모습은 소송 만능주의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일회적인 공개가 끝이 아니라는 점도 남는 과제다. 내년 초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서울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이와 관련한 답변을 듣고자 김건식 법대 학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직원을 통해 “소송건과 관련해서는 통화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답을 전해들었다. 정상조 교무부학장 또한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글은 한겨레 21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