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보가 알고 싶다] 우려스러운 국가인권위원회 알 권리 침해 진정 결과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정보공개청구 처리를 지연하고 국민에게 관련 제도를 안내하지 않았다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인권침해 진정을 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보공개법을 지키지는 않았으나 인권침해는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관련 기사: 윤석열 인수위로부터 받은 황당한 우편물 https://omn.kr/1yjru).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은 모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으로 두고 있는데, 대통령 선거 뒤에 꾸려지는 인수위 역시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하고 청구에 대해 정보공개 의무를 가지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꾸려진 20대 인수위는 정보공개청구 대상 공공기관인데도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절차와 접수창구 등에 대한 어떤 안내문도 게시하지 않았다. 이 경우 국민으로서는 인수위에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지, 정보공개청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당연히 알 권리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센터가 우편 등기를 통해 제출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처리 또한 정보공개법에서 명시한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
인수위의 위법한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대해 정보공개센터는 2022년 4월 29일 인수위의 '정보공개제도 안내 없음'과 '정보공개청구 접수지연'으로 인해 인수위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거의 1년이 지난 3월 23일에서야 "인수위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제도 안내 부재와 정보공개청구 처리 지연이 사실로 확인되었으나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 통지했다.
인권위는 '정보공개제도 안내 없음'은 인수위가 한시 조직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고려해 일반기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고, 이미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처리를 진행했으며, 해산 이후 해당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실로 이관되어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여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공개청구 접수지연'에 대해서도 접수가 지연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연된 접수 시점 이후부터 기한 내 통지를 했기에 인권침해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인권위의 이런 결정은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인수위는 정보공개청구절차나 접수처 등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아 국민이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지할 수 없도록 한 사실 자체만으로 알권리 침해의 소지가 있다. 제도의 존재와 국민의 권리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하는 것부터 알권리가 보장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인권위 조사 결과가 한시적 조직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될 수 있기에 매우 우려스럽다.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꾸려질 인수위는 물론이고 2021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설치가 가능해진 지방자치단체장직인수위원회가 이번 인권위 결과를 사례 삼아 한시적인 기구라는 이유로 정보공개 의무를 등한시하거나 가볍게 여겨도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권위는 인수위의 정보공개 처리 지연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았다. 정보공개법에서는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2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 정보공개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접수의 기준은 정보공개센터가 우편 등기로 발송한 정보공개청구서가 인수위에 도착한 2022년 3월 22일부터 기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권위는 인수위가 지연하여 접수한 날인 4월 5일부터 처리 기간을 계산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접수 지연으로 인해 법정 처리기간보다 10일이나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고 결국 인수위 해단식이 진행된 5월 6일 정보를 비공개한다는 결정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정보공개법 제6조의2에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는 고의적인 처리 지연 또는 위법한 공개 거부 및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는 인수위에서 발생한 정보공개청구의 접수 및 처리 지연에 고의성이 있는지 역시 면밀하게 조사했어야 함에도 고의성 여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인권이며 이런 알권리의 국민적인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음에도 행정적 편의와 효율성을 더 우선시한 인권위의 판단은 아쉽다. 무엇보다 인수위 운영의 투명성을 저하시키고 국민들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 시리즈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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