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기록을 관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 입니다. 이를 위해 기록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폐기되거나 보존되고, 활용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공공기록물법, 대통령기록물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정부기록물 중에 허투루 해도 되는 건 하나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대통령기록을 다른 기록들에 비해 관리를 특별히 엄격하게 합니다. 대통령기록이 가진 중요성과 특수성 때문입니다.
과거 대통령기록은 생산도 보존도 되지 않았습니다. 생산을 하더라도 관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으니 철저히 남겨지던 혹은 철저히 폐기되던 기준없이 제멋대로 처리되던 때였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기에 대통령기록물의 안정적인 생산 보장과 활용 및 공개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록의 보호조치가 마련되었습니다.
그 보호조치 중 하나가 바로 전직 대통령 등의 기록열람권입니다. 기록 열람권 보장은 기록의 보호 뿐 아니라 기록의 공개를 촉진시켜 시민의 알권리를 확대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대통령기록물의 열람대상과 범위를 임의적으로 제한하고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이용접근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을 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정책방향은 적극공개, 국정운영에 대한 시민의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보공개법과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책임있고 투명한 국정운영과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정보공개센터는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기록관리 관련단체 및 학계와 함께 대통령기록 활용을 제한하는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에 규탄하는 입장을 내고, 시행령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대통령기록에 대한 열람권 보장은 시민의 알권리 실현과 확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아래 입장문과 시행령개정에 대한 의견을 첨부합니다.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기록학계 및 관련 단체의 입장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그리고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관리학회 4단체는 2023년 3월 7일 행정안전부공고 제2023-380호로 공고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대통령기록물의 활용을 통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취지로 하는 대통령기록물법의 제정 원칙에 반하는 것은 물론 공공아카이브의 사회적 소명에도 역행하는 ‘행정 편의적 조치’라는 점에 그 인식을 같이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의견을 제출한다.
행정안전부와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를 지속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기본적 인식에 입각해야 한다.
첫째, 전직 대통령 등의 열람권 보장은 국민의 알 권리 실현과 확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을 통해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전직 대통령과 대리인에 대한 열람권의 보장은 대통령기록물 중 이미 출판되거나 언론에 공표된 내용 등을 통해 ‘보호의 실익이 없어진’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지정 해제를 촉진시킨다. 이를 통해 대통령지정기록의 불필요한 장기 보호를 해소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과 대리인의 열람권 보장과 지속적 확대를 위한 ‘원활한 실무 수행을 위한 절차적 근거’인 ‘대통령기록물법’ 제18조 제4항을 ‘악용’하여, 대리인의 대통령기록물 열람 대상과 범위를 임의적으로 제한하고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이용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 및 대리인의 열람권에 대한 보장과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정보공개법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하여 정보의 적극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적극적인 정보공개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대리인 등의 열람범위를 가족 관련 개인정보, 권리 구제, 전기 출판으로 제한하여 열람의 범위를 축소시켰으며, 열람 가능 여부 확정을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에서 60일 이내에 심의하도록 하여’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악법적 조항’을 만들었다. 또한 전직 대통령 등이 대리인을 지정하는 절차 또한 기존 15일에서 90일로 연장하도록 하였고, 대통령기록관장의 대리인 철회 조항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기록물의 적극적인 공개와 활용이라는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대통령기록물의 열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향후 대통령기록물관리와 관련한 정쟁에 휘말릴 소지를 남겨 줄 수 있으며, 대통령기록관의 공공아카이브 기능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셋째, 공공 아카이브로서의 사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개인의 자산이 아닌 국민의 재산이며, 대통령 재임기간 대한민국의 기억과 역사를 온전히 비춰주는 거울이다. 따라서 당대의 기억과 역사를 국민들에게 적확하게 알리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은 보존 중인 기록의 활용을 위해 끊임없이 업무절차를 혁신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기록관이 공공 아카이브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그 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 행정기관이 아닌 공공아카이브로서 대통령기록관의 사명을 생각할 때 이번 시행령 개정이 ‘실무적 편의만을 위한 절차적 개악’이 아닌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공공기록물과 다른 대통령기록물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과거 대통령기록물은 생산되지도 보존되지도 공개되지도 않았던 역사가 있기에 대통령기록물의 안정적인 생산 보장과 활용 및 공개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이 개악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보의 공개와 활용이라는 법 목적과 취지에 맞게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2023년 4월 17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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