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이태원 참사, 꼭 알아야 할 7가지 질문 ①"에서 이어집니다.
질문1. 대규모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질문2. 민원과 신고 전화가 빗발쳤음에도 출동과 대처가 늦어진 이유
질문3.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를 정부가 관리했던 사례와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
질문4. 핼러윈 당시 치안이 아닌 마약 수사에 집중한 이유, 지시자와 참사 당일 마약 단속계획
질문5.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는 누구였는지
질문6. 참사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보고 받고 조치한 사안은 무엇인지
질문7.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있는 건지
[질문4] 핼러윈 당시 마약 수사에 집중한 이유, 지시자와 참사 당일 마약 단속계획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는 총 137명의 경찰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 중 50명은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배치된 형사 인력이었다. 인파와 교통 통제를 위한 경비 인력은 부족한데도 50명이라는 대대적인 인력을 단속에 투입한 것으로, 시민 안전보다 마약 수사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대적인 마약 수사를 직접적으로 지시한 사람은 김광호 서울청장으로, 지난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질의에서 '본인이 직접 마약 수사를 지휘했다'고 답변했다. 김광호 청장은 당초 용산서가 계획한 마약 단속 인원 15명에 서울청 마약수사대와 인접서 형사까지 더해 3배 가까이 증원하도록 지시했으며, 대통령실이나 행안부, 법무부, 검찰청 지시나 협조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광호 청장은 1월 4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마약 수사 계획을 중점적으로 세운 이유에 대해 "취임하고 나서 마약 문제가 굉장히 불거져서 지난해 7월부터 마약 특별단속도 시작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마약에 대한 특별대책을 지시하셨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마약과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은 지난 2022년 8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마약류 범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자체적으로 체결하는 등, 마약류 집중단속을 국민체감 전략과제 1호로 선정하고 마약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의 기조에 적극 발을 맞춰왔다.
하지만 현행 경찰법에 따르면 시도경찰청장은 지역주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치경찰의 사무에 대해서만 지휘, 감독 의무와 권한이 있으며, 마약 수사와 같은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지휘와 감독 아래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김광호 청장의 말에 따르면, 그는 권한도 없는 정부 관심 사안에 대해 집중하느라 서울시 자치경찰의 장으로서 가장 우선시해야 했을 시민의 안전 및 치안 문제에 대해서는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11월 5일 경찰청 등이 이성만 의원실에 제출한 '핼러윈 데이(10. 31.) 축제 기간' 마약류범죄 단속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문서를 살펴보면,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는 52명의 형사가 관내 클럽 등 유흥업소 밀집 지역 중심 순찰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계획에서는 '가시적 형사활동'을 중점으로 인파 집중 시간대 주요 클럽 주변에 형사기동차량을 배치하고 형사 조끼 착용 근무를 지시했다.
특히 축제 기간 중 많은 인파 운집이 예상되니 사전에 거점, 순찰 지역을 확보하고 성범죄나 폭행 등에 대해서도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정복/사복 경찰의 수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고, 참사 이전까지 '가시적'인 순찰에 해당하는 활동은 21시 33분 현장 근처에서 인파 분산을 유도한 단 한 건뿐이었다.
[질문5]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는 누구였는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2월 23일 특위 현장 조사에서 '사상자 병원 이송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는 질책에 "제가 사상자 중에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지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제가 다 주체적으로 역할을 했다"고 밝히며 '본인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고 자처했다.
그러나 사고 수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던 이상민 장관이 사건을 인지한 것은 대통령(11시 3분) 보다 늦은 오후 11시 20분이었다. 이 장관은 오후 11시 49분 처음으로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사고 현장 파악 및 현장 방문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고, 새벽 12시 45분에야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소방대응 2단계가 11시 13분 발령되었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12시 30분 구성된 상황이었지만, 행안부가 주관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참사 이후 4시간이나 지난 새벽 2시 30분에 구성되었다.
그사이 참사 현장에서는 소방의 지휘 아래서 구조와 수습이 계속됐다. 이성만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참사 당일 소방 무전 녹취록에는 당시 현장이 통제되지 않고, 아수라장인 상황이 드러났다. 실질적으로 병상 확보와 환자 분류 등을 지시하는 역할은 소방이 맡을 수 없었고, 국립중앙의료센터 상황실이 수행했다.
하지만 상황실이 우선적으로 각 기관과 상황을 통제할 권한은 없었다. 11월 8일 보건복지부가 신현영 의원에 제출한 '10월 29일 참사 당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일선에 투입된 의료진들은 '사망자 대신 살려야 할 환자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의료진 진입을 경찰이 막고 있다' 등의 상황을 공유하며 카톡방에 협조를 호소했지만 응급의료팀을 중심으로 소방과 경찰에 적절한 지시를 내리고, 상황을 정리할 컨트롤 타워는 부재 상태였다.
이상민 장관은 중대본이 늦게 구성된 이유에 대해 "이번 참사처럼 일회성으로 이미 재난이 종료되고 사고 수습 단계에서는, 중대본은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게 아니"라고 발언했다. 그는 "중대본은 사망자 확인, 이분들에 대한 보상, 추모 공간 마련, 이런 것을 하는 곳"이며 긴급구조는 소방의 역할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소방뿐 아니라 경찰, 응급의료팀, 복지부, 지자체 등의 역할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상황을 지시할 중대본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했다. 재난안전법 상으로도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의 대응 및 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 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기구로, 국가재난상황에서의 보고, 피해판정, 대응 및 자원 동원의 역할을 모두 포함한다.
한편 지난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재난의 컨트롤 타워, 안전의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현행 대통령훈령 제388호에 해당하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서는 국가재난상황에서 대통령실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컨트롤 타워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현재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공개해달라는 자료제출요구 및 정보공개청구에 전부 비공개로 대응하고 있어, 재난대응체계에서 대통령실 역할을 포함한 각 기관들의 책임과 기본적인 전달체계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질문6] 참사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보고 후 조치한 건 무엇인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은 2022년도 국정조사 요구자료를 통해 사고 발생 38분 뒤인 밤 10시 53분 소방청으로부터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으며, 국정상황실장이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11시 3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에서 보고를 받은 뒤 11시 21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신속한 구급 및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1차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후 11시 54분 부상자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신속히 응급병상을 확보하고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체계 가동하라'는 2차 긴급 지시를 내렸다.
첫 보고를 받은 지 99분 뒤인 0시 42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주재 시간에 대해 지난 12월 27일 용혜인 의원은 "국민 안전이 걸려있는 위급한 상황이면 단 1분 1초도 공백이 생겨선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당선 당시 발언을 인용하며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8분밖에 걸리지 않음에도 시간이 지체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시간이 지체된 이유나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고, 실시간 재난 대응을 위해 24시간 운영하겠다고 했던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사용했는지 여부 역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0시 55분 김광호 경찰청장과 통화로 구급차 통행로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뒤, 2시 44분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10월 30일 서울경찰청에 하달된 1차 중대본 회의 내용에서는 11/5 자정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설정,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긴급주재회의 안건 및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하였으나, 대통령실은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브리핑 내용만을 공개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했다. 중대본 회의의 안건과 회의록에 대해서도 청구를 진행했으나 행정안전부에서 일체 사항을 비공개했다.
[질문7]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있는 건지
이태원 참사를 마주한 시민들은,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시국을 바라보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안전관리 대책과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참사 직후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축제'를 관리할 의무와 매뉴얼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TF 회의를 구성했다. 본 TF에서는 향후 주최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안전 관리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 자치단체의 재난 안전 상황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난상황실 상시 운영 체계 구축, 지능형 CCTV 확충, 자치단체 재난 안전 전담 인력 확충 및 자치경찰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2022 11.18행정안전부 보도자료).
하지만 시민 안전에 '주최자 여부'를 따지며 '법률 미비'를 말하는 정부 당국의 책임회피는 그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참사 이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법령과 매뉴얼은 충분히 있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공연에 입장하던 시민 11명이 압사한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에서는 '지역축제안전관리매뉴얼'이 수립되었고, 경찰에는 이미 다중운집 행사를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공익성 여부 불문"으로 규정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도 있었다. (관련기사: '매뉴얼 있는데 또 만든다…참사 한 달 ‘경찰 대혁신 TF’가 하는 일', 뉴스타파)
지능형 CCTV를 확충한다고 하지만 참사 당시 용산구에는 15억 원을 들여 만든 u-용산 CCTV 통합관제센터가 있었다. 참사 당일 없었던 것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실질적인 계획과 재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에 나서야 할, 책임을 지고 참사의 상황을 정리하고 수습해야 할 공직자들이었을 뿐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실행되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매뉴얼에는 있는' 체계가 왜, 어떻게 적용되지 않았고, 작동하지 못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은 위험 요소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사고를 방치한 정부 당국의 책임을 명확히 지우는 일이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은 앞으로 일주일 남짓 남았다. 참사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참사의 과정과 대응에 대한 의문점 역시 많은 부분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유가족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고 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피해자들을 제대로 추모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날의 진상과 국가의 책임은 성역 없이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페이지(링크)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 정보공개 자료실(링크)
*정보공개센터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 시리즈 연재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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